
“너무 도덕적이 되지 마십시오.” 이 말은 도덕을 부정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도덕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속이지 말라는 경고입니다. 우리는 종종 도덕을 방패로 삼아 스스로를 정당화합니다. “나는 남보다 착하다”, “나는 규칙을 지킨다”, “나는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생각 속에서,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한 이기심과 두려움, 자기중심성을 보지 않으려 합니다.
도덕은 삶을 정돈해 주지만, 구원하지는 못합니다. 도덕은 인간을 비교하게 만들고, 비교는 교만이나 열등감으로 이어집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어느새 진실한 자기 성찰 대신, 스스로에게 유리한 이야기만 골라 믿게 됩니다. 그래서 도덕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삶은, 오히려 삶의 많은 부분에서 자신을 속이게 만듭니다.
“그저 좋은 사람이 되지는 마십시오.”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목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 매우 모호하고 안전한 목표입니다. 좋은 사람은 상황에 따라 정의가 바뀝니다. 누구에게는 친절한 사람이, 누구에게는 비겁한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목표는 자기 자신을 중심에 둔 목표입니다.
그래서 이 문장은 이렇게 이어집니다. “무언가를 위해서 좋은 일을 하십시오.” 좋음은 목적이 아니라 방향이어야 합니다. 나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선행이 아니라, 진리와 사랑, 생명을 향한 응답으로서의 선행이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선조차도 자아를 꾸미는 장식품이 되고 맙니다.
“모든 우화에는 교훈이 들어 있지만, 순진한 이들은 이야기 자체만 즐길 뿐입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감동적인 비유, 지혜로운 말, 아름다운 문장 그러나 문제는 이야기를 즐기는 것으로 멈출 때입니다. 그 이야기가 나를 변화시키지 않고, 내 삶의 방향을 흔들지 않는다면, 그것은 단지 소비된 감정일 뿐입니다.
성경의 비유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유는 이해하기 쉽게 하기 위한 장치이지, 책임을 덜어주기 위한 장치가 아닙니다. 비유는 듣는 이를 편안하게 하기보다, 오히려 스스로를 비추어 보게 만드는 거울입니다. 이야기의 따뜻함에 머무르지 말고, 그 안에 숨겨진 요구 앞에 서야 합니다.
빛과 나 사이에 아무것도 두지 마십시오. “당신과 빛 사이를 그 무엇도 가로막게 하지 마십시오.” 여기서 빛은 단순한 긍정이나 희망이 아니라, 진리의 빛입니다. 이 빛은 위로도 주지만, 동시에 드러냅니다. 우리의 가면, 변명, 합리화를 낱낱이 비춥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빛과 자신 사이에 무언가를 두고 싶어 합니다. 종교, 도덕, 공동체, 심지어 신앙의 언어까지도 방패로 삼습니다.
그러나 빛 앞에서는 직접 서야 합니다. 누구의 말, 누구의 신앙, 누구의 평가도 대신해 줄 수 없습니다. 빛은 개인을 부릅니다. 핑계 없는 자리, 변명 없는 자리로 말입니다.
형제로 존중하되, 대신 서주지는 마십시오. “사람들을 형제로써만 존중하십시오.” 이 문장은 인간관계를 낮추라는 말이 아니라, 우상화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우리는 쉽게 사람에게 기대고, 사람을 통해 자신을 정의받으려 합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도 내 삶의 의미나 구원의 근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사람은 동행자가 아니라, 같은 길을 걷는 형제일 뿐입니다. 존중은 하되 의존하지 말고, 사랑하되 기대어 숨지 말아야 합니다.
“천상의 도시를 방문할 때는 누구의 소개 편지도 필요 없습니다.” 인간은 늘 추천과 자격, 증명을 요구받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리 앞에서는 그 어떤 인간적 보증도 소용이 없습니다. 누구의 이름으로, 누구의 공로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합니다. “문을 두드리며 곧장 신을 만나기를 청하십시오.” 중간에 사람을 세우지 말고, 체계를 세우지 말고, 스스로를 포장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부르짖으라는 것입니다.
근본적인 고독을 받아들이십시오. “어떤 경우에도 당신 곁에 동행이 있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당신이 이 세상에 홀로임을 기억하십시오.” 이 고독은 절망의 고독이 아닙니다. 이것은 책임의 고독입니다. 결국 선택도, 응답도, 결단도 각자의 몫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라는 말입니다. 누구도 대신 믿어줄 수 없고,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습니다.
이 고독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우리는 군중 속에서 숨지 않고, 역할 뒤에 숨지 않고, 도덕 뒤에 숨지 않고, 한 인간으로서 진리 앞에 설 수 있습니다.
착한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 말고, 빛 앞에 선 사람이 되십시오. 도덕으로 자신을 꾸미지 말고, 진리 앞에서 자신을 내어놓으십시오.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되, 삶의 최종 책임은 홀로 지십시오. 그 자리에서 비로소, 진짜 자유와 진짜 만남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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