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평생 무엇인가를 ‘가지기 위해’ 달려갑니다. 땀을 흘려 얻은 성취, 정성으로 일군 자리, 오랜 세월 모아온 재산, 안정된 명예와 이름… 그리고 마침내 어떤 지점에 도달하여 이렇게 말하고 싶어집니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다. 이 땅은 내 것이다. 이 집은 내 것이다. 이 방은 내 것이다. 이 인생은… 내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우리가 움켜쥐고 있다고 믿었던 모든 것들이ㅊ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고요히, 그러나 너무도 명확하게 물러서기 시작합니다.
오랫동안 우리를 둘러싸고 있던 나무들은 부드럽던 팔을 거두고, 친숙하게 울어주던 새들은 조용히 입을 다뭅니다. 우리를 지탱해주던 절벽은 금이 가기 시작하고, 늘 당연했던 공기마저 파도처럼 멀어져 숨조차 쉬기 어려워집니다.
그 모든 피조물이 한 목소리로 이렇게 속삭이는 것입니다. “아니야. 너는 아무것도 소유할 수 없어. 너는 잠시 머물렀던 방문객일 뿐이야. 너는 우리에게 깃발을 꽂았지만, 우리는 너의 소유였던 적이 없어. 오히려 너를 발견하고, 너를 품어준 것은 우리였단다.”
우리가 가진 것이라 믿은 모든 것은 사실 ‘잠시 맡겨진 것’입니다. 이 깨달음은 성경이 반복해서 말해 온 진리와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땅과 거기 충만한 것과 세계와 그 중에 거하는 자는 다 여호와의 것이로다.”(시 24:1)
우리는 소유주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단지 청지기였습니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시간 동안, 하나님이 맡기신 자리에 머물며 하나님의 뜻을 위해 사용하도록 부름받은 존재일 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하나님이 아닌 ‘나’를 주인으로 삼는 바로 그 순간, 세계는 더 이상 우리에게 부드럽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 순간 진실에서 벗어나기 때문입니다. 삶은 언제나 우리가 주인인 척할 때 무너지고, 우리가 손을 펴 놓을 때 다시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우리가 진짜 누리는 것은 소유가 아니라 관계입니다. 땅을 소유할 수는 없지만, 그 땅에서 일어나는 바람의 노래를 들을 수 있고, 사람을 소유할 수는 없지만, 그 사람과 함께 웃고 울 수 있으며, 시간을 소유할 수 없지만, 그 시간 속에 하나님의 선하심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하나님을 소유할 수는 없지만, 하나님은 우리를 소유하시고, 우리를 품으시고, 우리를 발견하십니다. 그분의 것이 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진짜 자유를 얻습니다.
아마도 하나님은 우리가 인생의 정점에 섰다고 느끼는 바로 그 순간, 다시 우리를 부드럽게 붙들어 깨우시는 듯합니다. “얘야, 이것들은 모두 너의 것이 아냐. 하지만 두려워하지 마라. 너는 내 것이다. 너는 내 손안에 있다.”
이 고백이 우리 안에서 진짜로 들려오면, 소유의 부담이 사라지고, 비교와 경쟁의 굴레에서 벗어나며, 내가 이 땅에서 맡은 시간이 얼마나 귀한 선물인지 새롭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이것은 내 것이다”라고 말하는 순간이 아니라, “주여, 이 모든 것이 당신의 것입니다”라고 고백하는 그 순간, 비로소 삶은 다시 우리를 감싸기 시작합니다.
나무들이 다시 위로의 그늘을 드리우고, 새들이 다시 노래를 부르고, 절벽이 다시 우리의 발을 붙잡아 주고, 공기가 다시 우리 안으로 깊이 들어와 우리의 생명을 새롭게 합니다. 왜냐하면 모든 피조물은 창조주를 주인으로 인정할 때 우리에게도 다시 친구가 되기 때문입니다.
나는 소유주가 아니라, 사랑받는 방문객입니다. 우리는 이 땅을 영원히 소유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땅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들을 누리고, 그분의 사랑에 응답하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것이 진짜 축복입니다.
우리가 소유하려는 마음을 내려놓을 때, 하나님이 우리를 소유하고 계셨다는 놀라운 진실 앞에서 우리는 마침내 안식에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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