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한은 아시아에 있는 일곱 교회에 편지하노니 이제도 계시고 전에도 계셨고 장차 오실 이와 그의 보좌 앞에 있는 일곱 영과"(요한계시록 1:4)
세상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윤리의 기준은 흐려지고, 진리는 상대화되며, 교회의 존재감은 점차 흐릿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 속에서 교회는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 하나님은 그분의 교회를 통해 세상에 빛을 비추기를 원하십니다. 하지만 그 빛은 인간의 열정이나 전략, 혹은 종교적 열심으로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빛은 오직 성령의 기름 부으심을 통해서만 타오를 수 있는 불꽃입니다. 그리고 그 불꽃은 꺼지지 않아야 합니다.
요한계시록 1장 4절에서 사도 요한은 독특한 삼위일체의 언어를 사용합니다. “이제도 계시고 전에도 계셨고 장차 오실 이와 그 보좌 앞에 있는 일곱 영과...” 성부 하나님, 성령 하나님(일곱 영), 예수 그리스도, 이 세 위격의 하나님이 교회에게 인사를 전하십니다.
여기서 ‘일곱 영’은 문자 그대로 일곱 개의 다른 영이 아니라, 성령 하나님의 충만하고 완전한 사역을 의미합니다. ‘일곱’은 성경에서 완전함과 충만함을 상징하는 숫자입니다. 그러므로 이 표현은 성령 하나님이 어떤 제3의 존재가 아닌, 하나님의 보좌 앞에서 활동하시는 완전한 인격이자 권능이신 분이라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그렇다면 그 성령 하나님은 교회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시는가? 이는 스가랴 4장의 환상과 연결될 때 더욱 분명해집니다.
스가랴 4장에서 선지자는 독특한 환상을 봅니다. 순금 등잔대 하나와 그 좌우에 있는 두 감람나무, 그리고 그 위에 기름을 공급하는 통로들입니다. 이 등잔대는 스룹바벨을 중심으로 재건 중인 포로 귀환 공동체, 곧 교회를 상징합니다. 감람나무는 성령의 기름 부으심을 상징하며, 끊임없이 등불에 기름을 공급합니다. 이 환상을 해석해주는 결정적인 말씀은 바로 스가랴 4장 6절입니다. “이는 힘으로 되지 아니하며 능으로 되지 아니하고 오직 나의 신으로 되느니라.”
하나님은 교회가 세워지고 유지되는 방식이 세상의 방법이나 인간의 능력이 아니라 성령의 사역임을 선포하십니다. 다시 말해, 교회의 생명은 ‘성령’이며, 그 외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입니다.
요한계시록 1장 20절에서 일곱 촛대는 일곱 교회를 상징합니다. 촛대는 등불을 담는 기구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위에 타오르는 불꽃입니다. 성령의 기름이 끊임없이 공급되지 않으면, 불은 꺼지고 촛대는 무용지물이 됩니다. 하나님은 교회가 화려한 외형을 갖추기보다 성령의 불이 꺼지지 않는 장소가 되기를 원하시는 것입니다.
초대 교회가 그토록 강력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성령의 능력이었습니다. 오순절 성령 강림 사건 이후, 사도들과 성도들은 두려움을 이기고 담대히 복음을 전했고, 병든 자가 고침을 받으며, 교회는 날마다 구원 받는 사람들이 더해졌습니다(행 2:41~47). 이 모든 역사는 인간의 계획이나 구조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성령께서 그들을 통해 역사하신 결과였습니다.
고린도후서 3장 18절은 성령과 교회, 그리고 하나님의 영광 사이의 관계를 매우 깊이 있게 보여줍니다. “우리가 다 수건을 벗은 얼굴로 거울을 보는 것 같이 주의 영광을 보며, 그와 같은 형상으로 변화하여 영광에서 영광에 이르니 곧 주의 영으로 말미암음이니라.”
우리는 하나님의 영광을 거울처럼 반사하는 존재입니다. 여기서 ‘거울을 보는 것 같이’라는 표현의 헬라어는 “카톱트리조마이”, 즉 반사하다는 의미입니다. 교회는 자신이 빛을 내는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반사하는 매개체입니다. 그런데 이 반사가 가능하려면, 우리는 성령 안에 있어야 하며, 그분과 계속적으로 교통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빛의 자녀로서의 삶은 단순히 선하고 착하게 사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성령께서 우리의 생각과 감정, 말과 행동, 그리고 삶의 방향을 인도하실 때 비로소 가능합니다. 우리가 거룩을 추구하고, 말씀에 순종하며, 기도로 깨어 있을 때, 성령께서 우리를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세상에 반사하게 하십니다.
오늘날의 교회는 수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세속화, 정체성 혼란, 진리의 상대화, 그리고 내부의 분열까지. 하지만 그 어떤 것도 교회를 무너뜨릴 수 없습니다. 단, 성령의 불이 꺼지지 않는다면. 우리가 진정한 교회로 존재하려면, 우리는 성령의 기름 부으심을 매일 간구하고 의지하며 살아야 합니다.
세상은 점점 더 어두워질 것입니다. 그러나 그 어두움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교회가 성령의 기름으로 타오르는 불꽃을 유지하는 한, 그 어떤 어두움도 하나님의 교회를 삼킬 수 없습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그분의 교회에 묻고 계십니다. “너의 심지는 지금도 타고 있느냐?” 교회는 불이 꺼지면 단지 형식일 뿐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이름뿐인 교회, 외형만 있는 촛대가 아니라, 성령의 불이 활활 타오르는 살아 있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교회를 통해 그분의 영광을 드러내시기를 원하십니다. 성령께 의지하고, 성령으로 걸으며, 성령께 붙잡힌 사람들이 진짜 교회입니다. 그리고 그 교회가 있는 곳에서 세상은 하나님의 나라를 보기 시작할 것입니다.
'요한계시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은혜와 평강 (2) | 2025.07.25 |
---|---|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 - 모든 계시의 완성이신 그분 (0) | 2025.07.23 |
요한계시록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 거짓에 미혹되지 않는 교회 (1) | 2025.07.22 |
요한계시록은 감추어진 수수께끼가 아니라 펼쳐진 복음입니다 (1) | 2025.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