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도 계시고 전에도 계셨고 장차 오실 이”로부터 은혜와 평강이 있기를” (계 1:4)
‘오다’라는 뜻을 가진 헬라어 동사 에르코마이는 현재 분사형입니다. 그런데 이 분사형은 단순히 미래에 한 번 오신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미 오고 계시며, 지금도 오고 있는 중이며, 앞으로도 계속 오실 분이라는 동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즉, ‘엘코메노스’는 예수 그리스도의 현재적 통치, 미래적 재림, 그리고 지속적 임재를 모두 포함하는 표현입니다. 이 단어 하나만으로도 예수 그리스도의 계속되는 다스리심과 임마누엘의 신비, 종말론적 승리까지 포괄하는 것입니다.
요한계시록은 그 어떤 위협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평안, 지속되는 은혜, 종말의 확실한 승리를 확증하는 책입니다. 초대교회 성도들이 당한 박해와 고난은 상상 이상의 것이었습니다. 로마 제국의 권세, 사회적 배척, 순교의 위협은 날마다 그들의 숨을 조이던 현실이었습니다. 그런 현실 속에서 사도 요한은 그들에게 편지를 씁니다. “은혜와 평강이 너희에게 있을지어다.” 그것도 성부, 성자, 성령 삼위 하나님으로부터 직접 내려오는 은혜와 평강을 선언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주 은혜를 받았는가? 평안을 누리는가? 를 ‘감정’이나 ‘형편’으로 판단합니다. 하지만 요한은 하나님의 존재 자체가 은혜요 평강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하나님은 전에도 계셨고, 지금도 계시며, 앞으로도 오실 분입니다. 이 하나님께서 역사의 주관자이시고, 시간의 주인이시며, 영혼의 보호자이십니다.
하나님이 지금도 계시기에, 내 삶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전에도 계셨기에, 나의 과거를 후회 없이 안길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장차 오실 분이시기에, 나는 끝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일곱 교회’는 단지 소아시아의 특정 지역 교회들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일곱’이라는 숫자는 완전함, 충만함, 포괄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모든 시대, 모든 지역의 교회를 대표하는 상징입니다. 곧, 이 편지는 우리 모두를 위한 편지입니다. 우리의 현실, 우리의 고민, 우리의 눈물, 우리의 불안 속에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나는 지금도 너와 함께 있다. 과거에도 너를 떠난 적이 없다. 앞으로도 너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일곱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메시지마다 마지막에 반복되는 말이 있습니다. “귀 있는 자는 성령이 교회들에게 하시는 말씀을 들을지어다.” 성령은 지금도 교회에게 말씀하시고, 우리는 듣는 자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내게 왜 이런 일이 생기지?”라는 질문을 하기보다 “이 일을 통해 성령께서 내게 무엇을 말씀하시는가?”를 물어야 합니다.
은혜는 값없이 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이며,평강은 그 사랑을 믿는 자가 누리는 마음의 상태입니다. 이 두 가지는 세상이 줄 수 없는 선물입니다. 그리고 이 선물은 성부 하나님, 성자 예수님, 성령 하나님으로부터 옵니다. 성부 하나님은 영원한 존재이시며, 역사의 처음과 끝을 아우르시는 분입니다.
성령 하나님은 하나님의 보좌 앞에 있는 ‘일곱 영’으로 묘사되며, 그분은 각 시대와 각 장소에서 성도에게 말씀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성자 예수님은 신실한 증인이시며, 죽은 자 가운데 먼저 나신 분이시며, 땅의 왕들의 머리가 되신 분입니다. 그분이 자기 피로 우리를 죄에서 해방하셨고, 우리를 하나님의 제사장 나라로 삼아주셨습니다. 이 은혜와 평강이 우리의 마음을 지배하기를 소망합니다.
요한은 성도들에게 말합니다. “지금 너희가 겪고 있는 이 모든 고난과 혼란을 뛰어넘어, 하나님의 통치와 예수 그리스도의 승리, 그리고 성령의 위로와 말씀 앞에서 다시 일어나라. 은혜와 평강은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너희 안에 주어졌고, 계속해서 흘러오고 있다.”
하나님의 백성된 우리는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동일하게 다스리시는 하나님을 믿는 자들입니다. 그분이 계시기에, 우리 인생의 시간은 불안이 아니라 소망, 멸망이 아니라 회복, 두려움이 아니라 평강이 됩니다.
그러니 하나님께서 지금도 계시다는 이 단순하고 위대한 진리를 붙드십시오. 그리고 그 진리에서 나오는 은혜와 평강을 누리십시오. 지금 이 순간, 하나님의 영광이 당신 위에 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다시 오실 그 주님께서 모든 것을 새롭게 하실 것입니다.
“은혜와 평강이 너희에게 있을지어다.” (계 1:4)
'요한계시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꺼지지 않는 등불 - 성령으로 살아가는 교회의 불꽃 (0) | 2025.07.26 |
---|---|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 - 모든 계시의 완성이신 그분 (0) | 2025.07.23 |
요한계시록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 거짓에 미혹되지 않는 교회 (1) | 2025.07.22 |
요한계시록은 감추어진 수수께끼가 아니라 펼쳐진 복음입니다 (1) | 2025.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