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도대체 내 마음이 왜 이러지?’ 분명 하지 말아야 할 일, 생각하지 말아야 할 감정, 상처받지 말아야 할 말들을 머리로는 알겠는데 이상하게 마음은 자꾸 그 쪽으로 향합니다. 억누르려 해도 어느새 새어나오고, 모른 척해도 계속 가슴 한구석을 두드립니다. 그럴 땐 문득 이렇게 속삭이게 됩니다. “내 마음인데… 왜 나는 내 마음을 모를까?”
우리는 매일같이 마음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마음이 기쁘면 웃고, 슬프면 눈물이 나고, 억울하면 분노가 치밀고, 설레면 가슴이 뜁니다. 그러나 정작 그 마음이 왜 그런지를 묻는다면,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우리를 끌고 다닙니다. 심지어 내 의지와는 다르게 흘러가기도 합니다. 그 마음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마음을 세 층으로 나누었습니다. 첫 번째는 ‘의식’입니다. 지금 내가 알고 있는 내 마음입니다. 이를테면 “나는 지금 화가 났어”라고 인식할 수 있는 감정입니다. 두 번째는 ‘전의식’입니다. 지금은 잘 모르지만, 조금만 집중하면 알아차릴 수 있는 감정입니다. 예를 들면 “왜 이렇게 짜증이 나지?” 하고 생각하다가, “아, 아침에 들은 말이 계속 신경 쓰였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감정입니다. 세 번째는 ‘무의식’입니다. 이것은 나도 모르는 마음의 가장 깊은 층입니다. 내가 인식하지도 못한 채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있는 기억, 상처, 욕망 같은 것들입니다.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의식의 세계에서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우리의 많은 행동과 감정은 이 무의식의 지배를 받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왜 갑자기 불안해졌는지, 왜 어떤 사람을 보면 왠지 모르게 불편한 감정이 드는지, 왜 반복해서 똑같은 실수를 하는지를 설명할 수 없는 것은, 그 배경에 있는 무의식 때문입니다.
이 무의식은 때때로 우리의 삶에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이유 없이 불안하고, 분노가 제어되지 않고, 사랑받고 싶은데 밀어내게 되고… 하지만 이 무의식을 억지로 억누르거나 외면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 깊숙이 숨어서, 언젠가 더 큰 파도로 밀려오곤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알아갈 수 있을까요? 그 시작은 ‘통찰(insight)’입니다. 통찰이란, 마음의 어둡고 깊은 방 안에 숨겨진 감정을 발견해 내는 것입니다. 마치 오래된 창고 안을 열어 먼지를 털고 오래된 물건을 꺼내 보는 것처럼, 나조차 몰랐던 마음의 진실을 마주하는 것입니다.
통찰은 단순히 깨닫는 것을 넘어서, 진심으로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이해하는 것입니다. 내 마음을 이해해 주는 눈빛을 스스로에게 보내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동감’입니다. 누군가 나를 공감해줄 때 마음이 풀리듯이, 나 스스로 내 감정을 진심으로 들여다보고 동감할 때 비로소 마음은 치유되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감정을 경험합니다. 기쁨, 분노, 슬픔, 외로움, 설렘, 실망…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그 감정들에 이름을 붙이는 데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냥 넘기거나 참거나 잊으려 합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감정은 마음속에 쌓여 상처가 되고, 불안이 되고, 때로는 병이 되기도 합니다.
이제는 그 감정들과 눈을 맞출 때입니다. “내가 왜 이럴까?” 하고 정직하게 묻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물음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는 것입니다. 내 안의 나와 대화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두려움 없이, 판단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아, 내가 지금 슬픈 거구나.” “내가 저 사람에게 화가 난 게 아니라, 외로웠던 거구나.” “이 일이 내게 이렇게 중요한 거였구나.” 이런 깨달음이 바로 통찰입니다. 내가 나를 알아가는 첫걸음입니다.
우리는 남에게는 잘 공감합니다. 친구가 속상하다고 하면 함께 울어주고, 가족이 힘들다고 하면 손을 잡아줍니다. 그런데 정작 자기 자신에게는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내가 왜 이래야 하지?”, “이런 감정을 느끼면 안 돼”, “나는 왜 이렇게 약하지?” 하며 자꾸 다그칩니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으로 건강한 마음을 갖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게도 ‘동감의 눈빛’을 보내야 합니다. 비난이 아닌 이해로, 무시가 아닌 수용으로, 판단이 아닌 사랑으로 내 마음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이해하고 통찰하는 사람은 조금씩 삶의 주도권을 되찾습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상처에 갇히지 않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 마음은 다시 타인을 이해하는 진정한 공감으로 확장됩니다.
당신의 마음은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나요? 잠시 멈춰서서, 그 마음을 들여다보세요. 지금부터 당신은, 당신의 마음과 눈을 맞추는 연습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진짜 나와 만나는 첫 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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