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내 마음속에는
닫힌 문짝을 열고자 하는 손과
열린 문짝을 닫고자 하는 손이
함께 살았다
닫히면서 열리고
열리면서 닫히는 문살을
힘껏 잡고 있으려니
눈물겨워라 눈물겨워라
- 안수환 -
우리는 누구나 겉으로 드러나는 마음과, 깊숙이 감추어진 속마음을 동시에 가지고 살아갑니다. 말하자면, 마음에도 겹이 있습니다. 겉마음은 일상 속에서 우리가 보여주는 감정과 생각입니다. 미소를 짓고, 걱정을 감추며, 때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애써 담담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 말입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겹겹이 덮여진 속마음이 존재합니다. 그 속에는 말로 표현하지 못한 슬픔이 있고, 아직 풀어내지 못한 상처가 있으며, 무엇보다 ‘근원의 힘’ 즉, 삶을 지탱하는 진짜 나의 중심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질문해봅니다. "나는 내 마음을 몇 겹으로 감추며 살아왔는가?"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단순합니다. 바로 ‘내 나이만큼’, 우리는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우리는 무의식중에 수많은 천으로 마음을 감싸왔습니다. 어릴 때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성장하면서는 남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성인이 되어서는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단단히 포장했습니다. 그렇게 겉마음은 점점 익숙해졌고, 속마음은 점점 잊혀졌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오랜 시간 덮어두었다 해도, 속마음의 중심, 그 ‘근원의 힘’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자, 아직도 변화할 수 있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사실을 ‘깨닫는 것’입니다. 깨달음은 어떤 특별한 통찰이나 위대한 계시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단지 “나는 내 마음을 가리고 있었다”는 단순한 인정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 깊은 곳에는 빛나는 무언가가 남아 있다”는 믿음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차리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너무나도 익숙하게, 거의 반사적으로 마음을 덮습니다. 아프면 웃고, 힘들면 괜찮은 척하고, 혼자 울면서도 "이 정도는 별일 아니야"라고 다독입니다. 이러한 반복된 감춤은 이제 습관이 되었고, 그 습관은 문이 닫히려는 순간 문고리를 꽉 붙잡고 있는 우리 자신처럼 작동합니다.
그 문은 무엇일까요? 그 문은 우리 마음의 진실로 들어가는 문입니다. 때로는 진실이 드러날까 두려워서 닫히는 문을 필사적으로 막고, 또 어떤 날은 진실에 다가가려는 마음이 고개를 들자 황급히 문을 닫아버립니다. 이렇게 우리는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의 움직임에 지치고, 자기 자신을 향한 문을 오히려 막아서는 아이러니를 반복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작은 시도, 그것이 시작입니다. 습관처럼 가려온 마음의 천을 한 겹, 단 한 겹만이라도 살며시 들춰보는 것입니다. 무언가를 말하려다 멈추었던 그 순간에, 조금 더 솔직해지는 것, 눈물이 차오를 때 참지 않고 흘려보는 것, 나도 모르게 외면했던 상처를 바라보는 것, 그 한 걸음이 다음 걸음을 가능케 합니다.
‘근원의 힘’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단단하고 선명하며 살아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를 새롭게 하고, 우리 삶의 방향을 다시 바로잡게 하며, 진짜 나로 서게 하는 힘입니다. 단 한 번의 시도가 그 힘을 완전히 꺼내지는 못하겠지만, 그 시도 자체가 근원으로 향하는 첫 발걸음입니다.
우리는 마음의 문을 다시 열 수 있습니다.
겉마음의 옷을 벗고, 속마음을 바라보며, 그 속에 숨겨진 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문이 열리려고 할 때 잡아당기지 말고, 닫히려 할 때 억지로 붙잡지 말고, 그 문 앞에 잠시 서서,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십시오.
어쩌면 그 문 너머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던 진짜 ‘나’가 조용히 손을 내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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