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어린 딸이 제게 물었습니다. “아빠, 사람 마음은 무슨 색깔이야?” 순간 대답이 막혔습니다. 딸아이의 천진한 질문은 너무도 단순했지만, 그 안에는 인생 전체를 아우르는 깊은 성찰이 담겨 있었습니다. 마음의 색깔이라… 나는 내 마음이 무슨 색인지 알고 있는가?
우리는 때로 마음이 검다고 말합니다. 우울할 때, 분노로 들끓을 때, 어두운 생각이 떠나지 않을 때, 우리는 우리 안의 마음을 ‘어두운 색’으로 표현합니다. 반면에 사랑에 빠졌을 때,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위로받을 때, 우리는 우리 마음이 ‘밝아졌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마음은 보이지 않지만, 그 존재는 느껴지고 색조로도 묘사됩니다. 실제 색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감정의 농도와 방향성은 무언가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사람은 본래 빛의 존재입니다. 이는 종교적인 의미를 넘어섭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그의 울음소리는 어둠을 깨뜨리는 빛과도 같습니다. 새벽에 동이 트듯, 그 존재 하나로 공간이 따뜻해지고 환해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신생아를 ‘천사 같다’고 말합니다.
어린 시절, 누구나 마음에 파란 빛을 담고 있었을 것입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그 맑은 빛깔이 내 마음 같았고, 한여름 초록빛 풀밭에서 뒹굴던 기억이 마음 한편에 숨겨져 있었습니다. 이처럼 인간은 태초부터 '빛의 속성'을 안고 살아갑니다. 설령 인생을 살아가며 많은 어둠을 겪는다 하더라도, 본래의 빛은 결코 완전히 꺼지지 않습니다. 다만 구름에 가려질 뿐입니다.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아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여러분 마음의 색깔은 무슨 색인가요?” 한 아이는 “오늘은 회색이에요. 엄마가 아침에 아프셨어요.”라고 했고, 또 다른 아이는 “노란색이에요. 소풍 가는 날이니까요!”라고 했습니다. 마음의 색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어느 날은 마음이 청록빛일 수도 있고, 어떤 날은 잿빛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일시적’이라는 사실입니다. 계절이 바뀌듯 마음의 색도 바뀝니다. 절망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으며, 기쁨도 영원히 유지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수많은 감정은 마음의 빛깔을 조금씩 바꾸어 갑니다. 그러나 그 변화는 대개 극단적이지 않습니다. 노랑에서 주황으로, 주황에서 붉은 빛으로 천천히 변해 가듯, 우리의 감정 역시 서서히 움직입니다. 그러니 오늘 내가 느끼는 마음의 색깔이 어둡다 해도, 그것은 지나가는 구름 한 점일 뿐입니다.
어떤 이는 말합니다. “내 마음엔 어둠밖에 없어요.” 그렇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상처, 죄책감, 분노, 외로움… 이 모든 감정은 마음을 어둡게 만듭니다. 그러나 어둠이 있다고 해서 빛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빛이 없는 어둠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단지 그 빛을 보지 못하는 순간이 있을 뿐입니다.
‘희망’이란 바로 그 어둠 속에서도 빛을 믿는 것입니다. “지금은 겨울이라 하얗지만, 곧 봄이 와서 내 마음은 다시 연둣빛으로 피어날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은 마음의 본질이 빛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제 한 번 생각해 보시겠습니까? 요즘 내 마음의 빛깔은 어떤가요? 혹시 뿌연 회색은 아니었나요? 반복되는 일상과 무기력에 짓눌려 있지는 않았나요? 아니면 가끔 분홍빛 기쁨이 피어올랐던 순간도 있었나요? 누군가를 사랑하며 마음이 붉게 물든 날도 있었을 것입니다. 혹은 감사와 평안 속에 마음이 맑은 하늘빛이던 날도 있었을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은 무슨 색일까요? 그리고 그 빛깔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요?
우리의 마음은 마치 크레파스나 물감통과도 같습니다. 여러 가지 색이 준비되어 있고, 우리는 매일 다른 색을 선택하며 살아갑니다. 어떤 날은 푸른 색을 선택하고, 어떤 날은 노란색을 펼칩니다. 간혹 실수로 검은 물감을 덜기도 합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무리 검은 색을 칠했다 하더라도, 그 위에 다시 밝은 색을 덧칠할 수 있습니다. 시간과 회복의 과정은 어둠을 씻어내고, 다시 마음의 본래 색깔을 회복하도록 돕습니다.
오늘 하루, 나는 어떤 색으로 내 마음을 칠하고 있나요? “당신의 마음은 어떤 빛깔인가요?” 이 질문을 마음에 담고 하루를 시작해 보십시오. 어쩌면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더 밝아질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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