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리적으로 보이지 않는 ‘마음’이지만, 우리는 매일같이 그 마음에 휘둘리고, 또 마음으로 인해 울고 웃습니다. 도대체 이 마음이란 건 어디에 있고, 어떻게 작동하는 걸까요? 어떤 날은 아무런 병명도 없는 몸이 아프고, 말 한마디에 눈물이 나고, 또 어떤 날은 별일 없이도 하루 종일 기분이 가라앉아 있기도 합니다. 왜 그럴까요?
마음은 뇌에만 있지 않습니다. 미국의 신경과학자 레슬리 다쿠치 박사는 "기억은 뇌에만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에 퍼져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그는 인체 곳곳의 세포조직, 심지어는 피부에 이르기까지 ‘신경펩타이드’라는 감정과 기억을 전달하는 물질이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우리의 생각이나 감정은 뇌에서만 처리되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 즉 장기, 근육, 피부, 심지어는 세포까지 온몸의 신경망에 저장되고 반응된다는 것입니다.
한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몇 달 전부터 자주 숨이 막히고 가슴이 조이듯 아팠습니다. 병원을 찾았지만 모든 검사는 정상이었습니다. 의사는 “스트레스 때문일 수 있습니다”라고 짧게 말하고는 약을 처방해줬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약을 먹어도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불안감이 더 심해졌습니다.
어느 날 그녀는 상담치료를 받기로 결심했습니다. 상담 중, 그녀는 몇 달 전 어머니를 갑작스럽게 잃은 사건을 이야기했습니다. 슬퍼할 새도 없이 장례를 치르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했던 그녀는 ‘괜찮은 척’하며 살아왔던 것입니다. 가슴 통증과 숨막힘은 바로 그 슬픔과 충격이 몸 안에 남아 있었던 ‘감정의 흔적’이었습니다. 그녀가 상담을 통해 마음속의 응어리를 표현하고 인정하며 흘려보내자, 몸의 증상도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을 알아차린다는 것의 의미는 이렇습니다. 우리는 대개 마음이 힘들어질 때, 그 마음을 외면하거나 눌러버리려 합니다. "나는 괜찮아",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하며 자기 감정을 억누릅니다. 하지만 억눌린 마음은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몸 어딘가에 남아서 통증이 되거나, 예기치 못한 반응으로 터져 나오곤 합니다. 마음을 알아차리는 첫 걸음은 그 마음을 억누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어느 날 아침, 한 직장인은 눈을 떴을 때부터 이유 없이 짜증이 났습니다. 사소한 일에도 화가 났고, 출근길엔 모든 사람이 짜증나는 존재처럼 느껴졌습니다. 예전 같으면 그는 ‘왜 내가 이렇게 예민하지?’ 하며 자책했겠지만, 이날은 달랐습니다.
그는 잠시 멈추어 생각했습니다. "지금 내 마음이 이렇게 짜증나는 건 무슨 이유일까?" 그러곤 조용한 커피숍에 앉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러다 어젯밤 집에서 들었던 가족의 말 한마디가 떠올랐습니다. 그것이 마음속에 상처로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그 마음을 정직하게 바라보며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아, 내가 상처를 받았구나. 그래서 이런 감정이 올라온 거구나." 마음을 관찰하고 인정했을 때, 신기하게도 그날의 짜증은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의 거울’은 인간만이 가진 것입니다. 동물들은 본능대로 반응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다릅니다.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바라보고, 관찰하고, 이해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자기 인식(self-awareness)’, 이것이 인간이 가진 고귀한 능력입니다.
우리는 마음에서 잠시 한 걸음 물러서서 내 마음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슬프면 “아, 내가 지금 슬프구나”라고 말할 수 있고, 화가 나면 “화가 나 있구나” 하고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이 알아차림의 순간부터, 우리는 마음의 주인이 됩니다.
마음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하십시오. 아침에 일어나, “내 마음은 지금 어떤가요?”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감정이 격해질 때는 바로 반응하지 말고, 잠시 한 호흡 멈추고, 그 감정을 바라보세요. 하루를 마치며, 내 마음속에 남아 있는 감정들을 글이나 말로 풀어내보세요.
지금 이 순간, 마음을 억지로 고치려 하지 마세요. 좋게 보이려 애쓰지 마세요. 마음을 판단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봐주세요. 그 마음이 아프든, 울고 있든, 분노로 가득 차 있든, 그냥 “아, 내 마음이 그렇구나”라고 말해주세요.
그렇게 하면, 마음은 어느덧 조금씩 제 자리를 찾고, 몸도 마음도 함께 치유되는 자리로 나아갑니다. 자, 이제 우리 마음을 알아차리는 여행을 시작해 볼까요?조용히 눈을 감고, 지금 내 마음을 조용히 바라보는 그 자리로 함께 이동합시다. 그곳에서 우리는 비로소 '진짜 나'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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