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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챙김

상처 어루만지기 - 흐르게 하는 마음의 은혜

by HappyPeople IN JESUS 2025. 7. 28.

“주께서 마음이 상한 자를 고치시며 그들의 상처를 싸매시는도다”(시편 147:3)

우리는 누구나 보이지 않는 흉터를 지니고 살아갑니다. 사람의 삶은 상처로 시작되고,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여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인간은 긴장과 고통을 겪습니다. 좁은 산도를 통과하며 호흡을 시작하고, 낯선 세상에 던져지듯 등장하는 존재, 그것이 우리입니다. 그러한 긴장의 시작은 상처와 닿아 있으며, 그것은 단지 한순간의 통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따라 굽이굽이 이어집니다.

상처는 단지 몸에 남은 자국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나누려는 상처는 ‘
보이지 않는 고통’, 곧 마음의 상처입니다. 의학은 그것을 ‘심리적 트라우마’라 부릅니다. 격렬하고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인한 빅 트라우마가 있고, 반복적이고 누적된 고통으로 인한 스몰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일상이라는 평범한 일상의 틈에서조차 작은 말 한마디, 무심한 시선 하나로 라이프 트라우마를 입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상처들은 각자 다르게 느껴지고, 다르게 기억된다는 사실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도 않게 들리는 말 한마디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심연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 고통의 깊이를 함부로 가늠할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상처는 ‘
객관적인 사건’이 아니라, 주관적인 경험으로 남기 때문입니다.

피부가 벗겨지면 작은 먼지도 고통이 되고, 살짝 스치는 바람에도 짜릿한 통증을 느끼듯이, 우리의 마음도 때로는 보호막을 잃은 채 세상 앞에 노출됩니다. 이 보호막을 심리학적으로 ‘
자아(Ego)’라 부릅니다. 자아는 우리 마음의 표피처럼 존재하며, 우리의 정체성과 감정을 지켜줍니다. 그런데 이 자아가 지나치게 연약해지면, 사소한 일에도 우리는 금세 무너집니다. 반대로, 자아가 너무 단단해져 버리면, 외부의 어떤 것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단절된 섬처럼 고립됩니다.

그러므로 건강한 자아란, 쉽게 무너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굳어 있지도 않은 ‘
유연한 견고함’을 가진 것입니다. 마치 건강한 나무가 뿌리를 깊게 내리되, 바람에 따라 흔들릴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자아가 건강해질수록 우리는 상처 앞에서도 '흐름'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고인 물이 썩듯, 마음도 멈춰 있으면 아픔이 곪아버립니다. 반대로, 고통을 흐르게 하면, 아픔은 치유의 강을 따라 서서히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영혼이 소망해야 할 것은 '
마음의 흐름'입니다. 마음이 다시 흘러가기 시작할 때, 상처는 의미를 얻고, 눈물은 씻김이 됩니다. 우리가 겪은 과거의 고통은 지워지지 않지만, 그 고통의 자리에 생명의 물줄기가 흐르면, 상처는 더 이상 부끄러운 흔적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는 자산이 됩니다.

예수님은 찔림과 상함을 통해 우리를 치유하셨습니다.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을 인함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을 인함이라…” (이사야 53:5) 그분은 우리의 가장 깊은 트라우마, 곧 죄와 죽음의 상처까지도 자신의 몸으로 감당하시고, 피 흘려 씻으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진정한 치유를 얻기 위해서는 예수님의 상처 앞에 우리 상처를 가져가는 것이 가장 먼저 할 일입니다.

예수님께 나아가 자신의 상처를 말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더 이상 그 고통에 눌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상처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만나게 됩니다.

상처를 어루만지는 은혜의 길은 첫째, 상처를 부인하지 말고, 직면하십시오. 고통을 억누른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예수님 앞에서만큼은 울 수 있어야 합니다.
“마음이 상한 자를 가까이 하시며...”(시편 34:18) 둘째, 자신의 연약함을 인정하십시오. 마음의 표피가 벗겨진 상태에서는 모든 것이 아픕니다. 그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연약할 때 강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구하십시오.(고후 12:9)

셋째, 자아를 회복하려 애쓰기보다, 하나님 안에 자아를 놓으십시오. 내가 누구인지 잊지 않기 위해 애쓰기보다, 내가 누구 안에 있는지를 기억하십시오.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고후 5:17) 넷째, 흐르게 하십시오. 울고, 기도하고, 이야기하십시오. 상처는 닫아 둘수록 곪습니다. 흘러야 합니다. 흐르되, 주님의 품 안에서 흘러야 합니다.

상처는 나를 부수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를 다시 빚으시는 하나님의 손길이 되기도 합니다. 고통은 하나님의 음성을 가장 선명하게 들을 수 있는 자리일 수 있습니다. 이제 상처를 덮으려 하지 말고, 상처 위에 하나님의 손을 얹어드리십시오. 그분은 가장 부드럽고도 능력 있는 의사이십니다. 그리고 기억하십시오. 당신은 상처로 인해 부서진 존재가 아니라, 은혜로 인해 새롭게 지어진 존재입니다. 흐르게 하십시오. 당신의 마음이, 다시 살아나도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