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눈물을 약함의 증거로 오해하게 되었습니다. 울지 않는 것이 강한 것이고, 참고 견디는 것이 성숙한 어른의 모습이라고 배워 왔습니다. 그러나 삶의 현장에서 수많은 마음을 만나면 알게 됩니다. 사람을 살리는 것은 참아낸 침묵이 아니라, 흘려보낸 눈물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말을 시작하기도 전에 눈물이 먼저 흘러내렸습니다. 사랑한다고 믿었던 사람에게서 반복적으로 무시당했고, 끝내는 배신당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녀는 말했습니다. “이제는 누군가를 다시 믿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사랑이 무서워요.” 그 말 뒤에 이어진 긴 침묵 속에서, 우리는 함께 울었습니다. 조언도 해답도 없었습니다. 다만 그 아픔을 부정하지 않고, 외면하지 않고, 그 자리에 같이 머무는 시간이 있었을 뿐입니다.
놀랍게도 그녀는 몇 주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상해요. 아직 아픈데, 그래도 숨이 좀 쉬어져요.” 눈물은 그렇게 작용합니다. 아픔을 즉시 없애 주지는 않지만, 살아갈 수 있게 만듭니다. 부모로부터 사랑받지 못했다고 느끼며 자란 사람들의 이야기 중에는 밥은 먹여 주었지만 마음은 안아 주지 못했던 부모, 책임은 다했지만 사랑의 언어를 잃어버린 가정. 그런 환경에서 자란 이들은 사랑받고 싶어 애썼고, 그 애씀 속에서 더 깊이 상처받았습니다.
“왜 나는 항상 버림받는 관계만 만날까요?” 그 질문의 밑바닥에는 오래된 눈물이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그 눈물을 꺼내어 말로 풀고, 울음으로 흘려보낼 때 비로소 그들은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내가 사랑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사랑을 배우지 못한 채 사랑하려 애써 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스무 해를 함께 살았지만 서로의 온기를 느끼지 못해 병들어 버린 부부가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안정적이었지만, 마음은 이미 오래전에 고립되어 있었습니다. 말하지 않은 서운함, 표현되지 않은 외로움이 쌓여 눈물조차 말라 버린 상태였습니다. 그런 부부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 다시 우는 일이었습니다. 자기 앞에서, 서로 앞에서 솔직하게 무너지는 일이었습니다. 울음을 허락하자 얼어 있던 감정이 조금씩 녹기 시작했습니다.
사랑에 상처를 입으면, 우리는 다짐합니다.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다.” 그 다짐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너무 아팠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랑을 멈춘 채 살아가는 삶은 보호가 아니라 또 다른 고통이 됩니다. 오래된 슬픔을 품고 살아가면, 그 슬픔은 현재의 삶까지 잠식합니다. 오늘 만나는 사람도, 오늘의 기회도, 오늘의 기쁨도 과거의 상처로 판단하게 만듭니다.
죽도록 사랑했다가 배신당한 사람일지라도, 치유의 시간을 충분히 보내고 나면 알게 됩니다. 배신한 사람을 다시 받아들이라는 뜻이 아니라, 그 사람을 마음에서 보내 주어야 내가 다시 살아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정말로 언젠가는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찾아온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눈물은 감정을 표현하고 해방하는 가장 정직한 언어입니다.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흘려보낼 때, 마음의 긴장은 풀립니다. 실제로 스트레스 상태에서 눈물을 흘리면 체내 스트레스 호르몬의 농도가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눈물은 단지 감정의 결과가 아니라, 치유를 향한 몸의 지혜로운 반응입니다.
또한 눈물은 관계를 회복시킵니다. 누군가의 눈물을 바라볼 때 우리는 설명 없이도 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게 됩니다. 말보다 더 깊은 공감이 흐릅니다. 그렇게 형성되는 유대감은 인간을 다시 사람답게 만듭니다. 눈물은 슬픔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기쁨과 감사, 벅찬 감동 속에서도 우리는 웁니다. 그런 눈물은 인생의 특별한 순간을 마음 깊이 새기게 하고, 관계를 더 단단하게 만듭니다.
그러므로 눈물이 날 때는 자연스럽게 흘려보내십시오. 억지로 멈추려 하지 말고, 스스로를 다그치지 마십시오. 분주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고요히 나와 만나는 시간을 가지십시오. “참 많이 힘들었지.” “여기까지 잘 버텼어.” 그렇게 자신에게 말을 걸어 주십시오.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소중함, 곁에 있는 사람들의 존재도 다시 느껴 보십시오.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며 작은 행복을 발견해 보십시오. 바람의 향기를 맡고, 걸음의 리듬을 느끼다 보면 어느새 인생의 깊이가 쌓여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흘린 눈물은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그 눈물은 생명의 자양분이 되어, 우리를 더 부드럽고 단단한 사람으로 자라게 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아픔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사랑을 선택합니다. 그것이 나를 아낌없이 사랑하는 가장 용기 있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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