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가 어찌 허무한 것에 주목하겠느냐 정녕히 재물은 스스로 날개를 내어 하늘을 나는 독수리처럼 날아가리라”(잠언 23:5)
사람은 누구나 잘살고 싶어합니다. 가난을 원해서 선택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안정된 삶, 걱정 없는 내일, 넉넉한 형편을 바라는 마음은 매우 자연스러운 소망입니다. 문제는 잘사는 것 자체가 아니라, 잘사는 것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을 때부터 시작됩니다.
성경은 재물을 “날개 달린 것”에 비유합니다. 붙잡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이미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재물은 결코 머무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주인이 된 것 같지만, 사실은 늘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나그네와 같습니다.
영국의 정치가 말보로 공작의 이야기는 이 사실을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는 말년에 거대한 부를 소유하고도, 마차 삯 6펜스를 아끼기 위해 춥고 어두운 밤길을 걸어 다녔다고 합니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는 모으는 삶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평생 움켜쥐었던 막대한 재산은, 죽은 후 그가 가장 미워하던 사람에게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결국 그는 누구를 위해 살았는지도 모른 채, 금광을 캐는 벌을 받은 사람처럼 생을 마친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돈을 아끼지 말라’는 교훈이 아닙니다. 돈에 사로잡힌 삶이 얼마나 허무한가를 보여주는 경고입니다. 부자가 되겠다는 목표가 마음의 중심에 자리 잡는 순간, 우리의 시선은 서서히 어두워집니다. 돈이 안전을 주는 것처럼 보이고, 돈이 행복을 보장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분명히 말합니다. 재물은 영원하지 않으며, 인간의 생명과 영혼을 지켜 주지 못합니다.
문제는 재물을 소유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성경은 노동을 귀히 여기고, 성실함의 열매로서의 소유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재물이 목적이 될 때, 그리고 재물이 마음의 주인이 될 때입니다. 그때부터 사람은 재물을 쓰는 자가 아니라, 재물에 쓰임을 받는 사람이 됩니다. 그래서 성경은 “얼마나 벌었는가”보다 “어떻게 쓰는가”를 더 중요하게 말합니다.
재물은 모을수록 가치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 사용되느냐에 따라 가치가 결정됩니다. 선한 일에 쓰이는 재물, 이웃을 살리는 데 쓰이는 재물, 하나님의 뜻과 영광을 위해 흘려보내는 재물은 더 이상 날아가 버리는 허무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영원한 나라에 쌓이는 보화가 됩니다.
자족함은 가난의 다른 이름이 아닙니다. 자족함은 하나님이 주신 것으로 충분하다고 믿는 신앙의 고백입니다. 가진 것이 많아도 자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감사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족은 형편이 아니라 마음의 방향에서 나옵니다.
오늘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바쁘게 살고 있는가. 혹시 날개 달린 재물을 붙잡으려 애쓰며, 정작 하나님이 주신 하루의 기쁨과 이웃의 필요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욕심을 내려놓고, 자족함을 배우며, 순리를 따라 살아가는 삶. 그리고 하나님께서 맡기신 것을 선한 일에 기쁘게 사용하는 삶. 그것이야말로 재물이 더 이상 우리를 지배하지 못하게 하는 길이며, 참된 자유의 자리입니다.
오늘도 날아가 버릴 것을 붙잡는 삶이 아니라, 영원히 남을 것을 선택하는 지혜로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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