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하기를 너희가 너희 죄 가운데서 죽으리라 하였노라 너희가 만일 내가 그인 줄 믿지 아니하면 너희 죄 가운데서 죽으리라 ”(요한복음 8:24)
초막절의 촛불이 성전을 환히 밝히던 그 밤, 사람들은 자신들의 종교적 열심과 의무 수행이 자신들을 빛으로 인도할 것이라 믿고 있었습니다. 율법을 지키고, 명절을 지키고, 유전을 지키는 그 행위들 속에서 자기 의의 영광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빛 아래에 서 계신 주님은 정작 다른 말씀을 하십니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자는 어두움에 다니지 아니하고 생명의 빛을 얻으리라.”
유대인들은 난처했습니다. 자신들이 늘 들고 다니며 자랑하던 율법, 자신들이 생명의 기준으로 삼았던 그 의로운 도구가, 지금 주님 앞에서는 오히려 사람을 죽이는 흉기가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안식일을 지켰다는 명분으로 예수님을 죽이려 하고, 간음한 여인의 죄를 들먹이며 그 여인을 죽이려 하고, 명절을 지키는 열심 속에서도 예수님을 배척하고자 합니다.
그들의 손에 든 것은 율법이었으나, 그 율법은 사랑을 잃은 껍데기였고, 그들이 붙잡은 규례는 생명을 향한 길이 아닌 정죄의 무기로 변해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님은 그런 그들을 향해 엄중하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너희 죄 가운데서 죽으리라.”
유대인들은 자신들이 빛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붙든 빛은 사실 그림자였습니다. 율법의 기능은 인간의 가능성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불가능을 폭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그 율법의 행위를 자신의 존재의 증거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오셨을 때, 그분의 말씀과 행적은 그들의 가장 아픈 부분을 건드렸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이 드러내신 빛이 너무도 순수하여, 그 빛 앞에서 그들의 위선과 흉악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마치 간음한 여인 이야기처럼 말입니다. 그들은 돌을 들고 서 있었지만, 주님은 먼저 그들의 어둠을 폭로하셨습니다. 율법은 그들의 손에 들린 돌이 아니라, 바로 그들의 마음을 겨누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아래서 났고 나는 위에서 났느니라. 너희는 이 세상에 속하였고 나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아니하였느니라.” 이 말은 인간과 예수님 사이에 놓인 출처의 단절을 말합니다. 인간은 아래, 흙에서 난 자이며, 죄의 세계 속에서 태어난 존재입니다. 우리는 태생적으로 빛을 향해 갈 수 없고, 스스로 구원에 이를 수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그인 줄 믿지 아니하면 너희가 너희 죄 가운데서 죽으리라.” 문제의 핵심은 ‘행위’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정체성입니다. 그분이 누구신지 모르면, 그분이 왜 이 땅에 오셨는지 알지 못하면, 결국 인간은 그 죄의 근원 속에서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율법으로는 스스로를 살릴 수 없습니다. 율법은 생명을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죽은 자임을 선포하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그 죽음에서 우리를 건져내는 분은 오직 위에서 오신 예수 그리스도 한 분뿐입니다.
예수님은 마침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인자를 든 후에 내가 그인 줄 알리라.” 빛은 십자가에서 드러납니다. 율법의 마침이 사랑임을, 그 사랑의 절정이 십자가임을, 오직 예수님만이 우리의 죄를 대신 지실 수 있는 유일한 구원자임을 그분이 들리실 때 비로소 증명하셨습니다.
유대인들이 거부했던 ‘빛’은 결국 십자가 위에서 찬란히 밝아졌습니다. 율법으로 의롭게 되려는 모든 시도가 그 십자가 아래에서 한순간에 무너졌습니다. 그리고 주님은 다시 말씀하십니다. “나를 보내신 이가 나와 함께 하시도다. 나는 항상 그의 기뻐하시는 일을 행하므로 나를 혼자 두지 아니하셨느니라.” 예수님의 전 존재는 아버지의 기쁨, 곧 죄인을 구원하는 기쁨을 향해 있었습니다. 그 빛을 거절하는 자는 자기 죄 가운데서 죽지만, 그 빛을 받아들이는 자는 생명에 들어갑니다.
우리는 유대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들은 참 어리석다’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우리의 모습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자기 의에 기대어 살아가고, 여전히 자신의 열심을 붙들고, 여전히 하나님 앞에서 ‘뭔가 할 수 있다’는 착각 속에 머물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빛이신 주님 앞에서 우리가 붙들고 있는 모든 의는 금세 그림자처럼 사라집니다. 주님은 오늘 우리에게도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너희 죄 가운데서 죽으리라. 내가 그인 줄 믿지 아니하면.” 이 말씀은 협박이 아니라 초대입니다. 심판이 아닌 은혜의 부르심입니다. 우리의 가능성을 포기하고,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인정하라고 하시는 하나님의 자비로운 외침입니다.
결국 신앙은 내가 무엇을 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누구를 붙드는가의 문제입니다. 참빛은 우리의 행위 속에 있지 않습니다. 참빛은 초막절의 등불 속에 있지 않습니다. 참빛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습니다. 그분 앞에서 우리는 더 이상 증명할 것도 없고, 숨길 것도 없고, 자기 의를 내세울 것도 없습니다. 단지 그분을 따르고, 그분이 세상의 빛이심을 믿고, 그 빛 아래 머무는 것, 그것이 생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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