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희가 내 말에 거하면 참 내 제자가 되고,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한복음 8:31~31)
사람은 누구나 자유를 꿈꿉니다. 하고 싶은 말을 하고, 가고 싶은 길을 가고, 자기가 옳다고 여기는 방향으로 살아가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우리의 귀에 충격처럼 들리는 말을 하십니다. “너희가 너희 죄 가운데서 죽으리라.” 자유롭다고 생각하며 살던 인간에게 죄의 굴레와 죽음의 사형선고가 내려진 것입니다.
유대인들의 반응은 예상대로였습니다. 우리는 율법을 지키고, 절기를 지키고, 아브라함의 혈통을 가졌으며 남의 종이 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겉보기에는 하나님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 안에는 율법을 이용해 남을 정죄하고 자기 의를 드러내고 싶은 교만함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간음한 여인을 끌어다가 율법을 들이대며 예수님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들고자 했던 그들의 행동은 사실 은밀하게 자기 자신을 높이고 자기 힘을 과시하려는 본성의 발로였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런 그들의 내면을 보셨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죄 가운데 살다가 죄 가운데 죽을 것이다.”
이 말은 단지 그들의 행위가 사악하다는 뜻이 아니라, 죄라는 존재 자체가 이미 심판을 받았고 그 죄의 종이 되어 살아가는 모든 사람 또한 그 심판의 길을 함께 걷게 된다는 깊은 선언이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바로 그 심판 선언 속에 구원의 길도 함께 열려 있습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인자를 든 후에 내가 그인 줄 알리라.” 여기서 ‘들리다’라는 단어 속에는 십자가에 달리시는 예수님과 부활과 승천으로 높아지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겹쳐져 있습니다. 세상 눈으로 보면 십자가는 철저한 실패입니다. 패배자의 최후입니다. 그러나 하늘의 눈으로 보면 십자가는 하나님의 승리이며 죄에 대한 최종적 심판이자 사람을 자유케 하는 영광의 문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승리는 늘 역설적입니다. 져주는 것이 이기는 것이고, 손해 보는 것이 남는 것이며, 용서하는 것이 자유가 되는 나라입니다. 세상의 기준으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길입니다. 세상은 힘을 붙들 때 승리한다고 말하지만 예수님은 내려놓을 때 승리가 온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이런 역설은 계속됩니다.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반박하지 않고 침묵하는 것이 졌다고 느껴지지만, 하나님은 그 침묵 속에서 우리의 영혼을 빚으십니다. 누군가를 용서하는 것이 손해 같아도 그 용서가 우리 마음의 감옥문을 열어줍니다. 누군가를 위해 모른 척 져주는 것, 자기가 옳아도 양보하는 것, 다시 한번 품는 것이 하나님 나라에서의 승리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내 말에 거하면 참 내 제자가 되고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여기서 ‘거한다’는 말은 말씀을 읽기만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말씀 속에 머무르고 말씀에 기대어 살며 말씀을 붙들고 하루를 결정한다는 뜻입니다. 말씀이 나를 끌고 가는 삶, 말씀이 나의 선택을 바꾸는 삶, 말씀이 내 안에서 자리를 잡아 내 생각과 판단과 욕망을 이끄는 삶입니다.
반대로 말씀이 없는 삶은 내 감정이 기준이 되고, 상황이 기준이 되고, 내 의지가 기준이 됩니다. 유대인들이 바로 그랬습니다. 아브라함의 자손이라는 혈통적 자부심, 율법을 지킨다는 종교적 자만심, 남보다 낫다는 우월감이 그들의 귀를 막아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을 향해 “너희 속에 내 말이 있을 곳이 없다”고 하십니다. 말씀이 뿌리내릴 공간이 없었던 것입니다. 자기 생각과 자기 의로 자신을 너무 꽉 채워 놓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말씀에 거하는 사람은
다릅니다. 그는 자신을 비우고 말씀을 영혼의 자리 가운데 모십니다. 그렇게 말씀에 거하는 사람에게 예수님은 참된 자유를 주십니다.
말씀에 거하는 사람은 더는 죄의 종이 아닙니다. 말씀에 거하는 사람은 상황에 끌려 다니지 않습니다. 감정의 폭풍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말씀이 기준이고 예수님이 중심이 되어 진리가 그 사람을 자유롭게 하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오늘도 말씀하십니다. “내 말에 거하라. 그러면 너희가 자유할 것이다.” 말씀 앞에 멈춰 서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참된 제자가 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길 끝에서 우리는 세상이 줄 수 없는 진정한 자유를 맛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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