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수께서 또 일러 가라사대 나는 세상의 빛이니 나를 따르는 자는 어두움에 다니지 아니하고 생명의 빛을 얻으리라."(요한복음 8:12)
여호와의 사자가 성자 예수님이라는 것은 이제 재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구약 전체에 걸쳐 ‘여호와의 사자’로 등장하신 분은 단순한 천사도 아니고, 피조된 영적 존재도 아니며, 스스로를 하나님이라 부르시고 여호와의 권위로 말씀하시는 하나님 자신이십니다. 그러나 동시에 ‘보내심을 받은 자’로 계시되는 분, 곧 성부께로부터 파송을 받으신 성자 하나님이십니다. 이것이 바로 구약 시대에 미리 나타나신 그리스도의 예표요, 신약의 성육신 사건을 향한 예비적 계시입니다.
이처럼 구약의 여호와의 사자는 하나님의 백성 앞에 나타나 구원하시고, 보호하시고, 인도하시며, 심판하시는 사역을 수행하셨습니다. 이 모든 사역은 신약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행하신 사역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빛으로 오신 그리스도께서 출애굽의 불기둥과 구름기둥으로 이미 당신의 백성 앞에 서 계셨던 것입니다. 그 빛은 애굽에게는 흑암이 되고, 이스라엘에게는 광명이 되어 구별을 이루며, 당신의 백성을 생명의 길로 인도하셨습니다.
요한복음 8장 12절에서 예수님께서 “나는 세상의 빛”이라고 선포하실 때, 이는 단순한 비유나 은유가 아니라, 출애굽의 빛, 구약의 여호와의 사자로 계시되었던 그 빛의 실체가 지금 눈앞에 서 계시다는 선언입니다. 초막절의 화려한 촛불 아래에서 사람의 종교와 행위를 자랑하고 있던 유대인들에게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신 것입니다.
“너희가 보고 있는 이 불빛이 아니라, 내가 바로 너희 조상을 애굽에서 이끌어 내었던 그 빛이다. 나를 따르는 자는 더 이상 흑암에 있지 않을 것이다. 내가 그에게 생명의 빛이 될 것이다.”
따라서 예수님의 이 선언은 단순한 도덕적 빛, 윤리적 빛의 개념을 넘어서, 출애굽을 완성하신 하나님의 구원 사역을 지금 이 땅에서 새롭게 이루시는 메시아적 선포입니다. 빛이신 그분을 따르는 삶은 단순히 도덕적으로 착하게 사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와 구원의 역사 속에 참여하는 새 창조의 여정입니다.
성도는 빛이신 그리스도의 ‘버려짐’을 따라 사는 사람들입니다. 빛이신 그리스도는 이 세상을 정복하거나 높아지는 방식으로 사명을 이루지 않으셨습니다. 그분의 빛은 세속적 성공이나 힘의 논리로 확장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철저한 ‘버려짐’ 가운데 ‘다 이루었다’는 창조의 완성을 이루셨습니다.
십자가에서 버려지심으로 교회가 탄생했습니다. 그리스도의 버려짐 속에서 하나님의 새 창조가 일어난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도는 빛을 좇아 살아간다는 것은 곧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낮아짐과 버려짐의 길을 걷는 것입니다(빌 2:5~8). 이것이 성경이 말하는 ‘연합’이며, 성도의 삶의 본질입니다.
성도의 지식은 반드시 삶으로 번역되어야 합니다. 새 창조된 성도는 신분적으로 이미 완성되었지만, 그 완성의 실체를 삶 속에서 경험해 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버려짐과 고난의 자리가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새 창조의 흔적입니다. 만약 우리가 알고 있는 복음의 지식이 삶으로 번역되지 않는다면, 그 지식은 우리를 살리는 빛이 아니라 오히려 교만과 권위주의라는 그림자를 드리우게 됩니다. 복음 지식이 삶에서 열매를 맺지 못하면, 그 지식은 쌓여 죄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성도는 배운 말씀을 반드시 삶으로 흘려보내는 번역의 자리, 바로 십자가의 자리로 나아가야 합니다.
구약의 빛 → 신약의 빛 → 성도 안의 빛으로 이어집니다. 출애굽의 빛이신 여호와의 사자, 곧 예수 그리스도께서 신약에서 육신을 입고 세상의 빛으로 오셨고, 지금은 성령을 통해 성도 안에 거하시며 우리를 빛으로 만드십니다. 성도가 빛이 되는 것은 자신의 능력이나 행위 때문에 빛나는 것이 아닙니다. 출애굽의 불기둥이 그 자체로 빛이었던 것처럼, 성도 안에 계신 그리스도가 빛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마 5:14)라고 하신 말씀은 “너희가 빛이 되어라”가 아니라 “내가 너희 안에 있으므로 너희는 이미 빛이다”라는 선언입니다. 성도의 역할은 그 빛을 숨기지 않고, 버려짐과 낮아짐의 삶으로 그 빛을 번역해 내는 것입니다.
요한복음 8장의 “세상의 빛”은 초막절의 밝은 등불을 부정하며 주신 말씀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등불의 진짜 실체가 누구인지를 드러내는 말씀입니다. 빛은 종교적 화려함이나 인간의 열심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빛은 오직 하나님께서 보내신 여호와의 사자, 곧 예수 그리스도에게서만 나옵니다.
그러므로 그분을 따르는 자는 이 세상의 어둠 속에서 헤매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빛이 우리를 앞서 가시며 우리를 새 하늘과 새 땅으로 이끄시기 때문입니다. 성도란 그 빛을 따라 자신의 삶 속에서 새 창조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길은 언제나 십자가의 낮아짐과 버려짐 속에서 빛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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