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 데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겨지지 못할 것이요. 사람이 등불을 켜서 말 아래에 두지 아니하고 등경 위에 두나니 이러므로 집 안 모든 사람에게 비치느니라.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 마태복음5:13〜16절)
예수님께서는 산상수훈을 통해 제자들에게 복음 안에서의 정체성과 사명을 명확하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말씀은 이것입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마태복음5:13)
소금은 세상에서 가장 흔하지만, 동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음식의 맛을 돋우고, 부패를 막고, 생명을 유지하게 하는 데에 꼭 필요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우리를 소금에 비유하신 이유는 단순히 '필요하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습니다. 소금은 구약에서 거룩함과 정결함의 상징이었습니다.
에스겔서 43장 24절에서는 제사장이 희생 제물에 소금을 뿌렸고, 출애굽기 30장 35절에서는 향을 만들되 소금을 쳐서 성결하게 하라는 말씀이 나옵니다. 열왕기하 2장에서 엘리사는 유산과 죽음을 일으키는 더러운 물을 정결하게 하기 위해 소금을 사용합니다. 이처럼 소금은 정결케 하고 생명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예수님은 바로 이런 소금의 본질을 염두에 두고 제자들을 향해 말씀하신 것입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이 말은 곧, 세상의 부패와 무미건조함, 생명 없음과 혼탁함 속에서, 성도들이 정결함과 생명의 회복을 이루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사명 선언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세상에 맛을 내는 존재입니다. 맛을 잃은 삶, 의미를 잃은 인간들 속에 들어가 삶의 의미와 재미, 참된 기쁨과 희망을 회복시켜야 합니다. 누군가는 지쳐 있고, 누군가는 삶에 짜증이 나 있고, 누군가는 죄의 쓴 뿌리와 고통에 물들어 삶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찾아가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과 복음을 전함으로 그들의 삶을 정결케 하고 회복시키는 것, 이것이 소금 된 성도의 역할입니다.
소금은 자기 맛을 내지 않습니다. 음식 속에 들어가 그 맛을 살려줍니다. 그리스도인 역시 세상 속에 들어가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드러내고, 세상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의 정결함을 회복시키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 복음의 양념이요, 정결케 하는 엘리사의 소금이며, 하나님의 희생 제물 위에 뿌려진 거룩함의 증표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이 말씀은 우리의 자존감을 올리는 칭찬이 아니라, 무겁고도 영광스러운 사명 선언입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이 말씀 앞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다시 깊이 묵상해야 할 것입니다.
세상은 빠르게 썩어가고 있습니다. 진실보다 거짓이 이익이 되고, 정직보다 기만이 성공을 보장받는 시대입니다. 거룩한 분별은 조롱당하고, 희생은 어리석은 것으로 취급받는 세상 속에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사람들은 화려한 것을 좋아합니다. 빛나는 것, 값비싼 것, 사람의 눈에 띄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제자들을 향해 다이아몬드나 황금이 되라 하지 않으셨습니다. 너무 흔해서, 늘 우리 주방 어디에나 있는 그 소금이 되라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왜 하필 ‘소금’으로 우리를 부르셨을까요?
소금은 작지만 결코 하찮지 않습니다. 소금은 보이지 않지만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소금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그 부재는 금세 느껴집니다. 그리스도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의 중심에 서서 큰 소리를 내는 것보다, 삶의 자리에 묵묵히 녹아들어 세상을 정결케 하고 맛을 내며 생명을 살리는 존재입니다.
엘리사가 소금을 뿌려 유산을 멈추게 했듯이, 오늘 우리 주변의 ‘썩은 물’은 그리스도인의 존재를 통해 정결해져야 합니다. 가정의 갈등, 직장의 부패, 교회의 위선, 사회의 절망 속에 진정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품은 우리가 들어가야 할 자리에서 녹아지는 소금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어 경고하십니다. “소금이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 이 얼마나 두려운 말씀입니까. 교회 안에 있지만, 이미 맛을 잃은 성도가 아닙니까? 입술로는 복음을 말하면서도 삶에서는 전혀 짠 맛을 내지 못하는 그리스도인이 되지 않았습니까? 섞여버린 소금, 타협한 신앙, 외식으로 포장된 믿음, 하나님 나라의 정결한 양념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세상과 뒤섞여 썩게 하는 부패의 일부가 되고 있지는 않습니까?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라.” ‘되라’가 아닙니다. 이미 ‘그렇다’는 선언입니다. 우리의 존재는 이미 세상을 위한 하나님의 도구입니다. 이 세상을 살릴 수 있는 복음의 능력을 가진 자들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거듭난 우리는 소금처럼 녹아지고, 소금처럼 스며들고, 소금처럼 살리는 존재로 살아야 합니다. 그 어떤 미사여구나 전략보다 강한 영향력은, 하나님 앞에서 정결함과 진실함을 품은 삶입니다.
오늘도 썩어가는 세상 가운데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한 사람의 인생에, 한 공동체에, 그리스도의 생명을 스며들게 하는 당신이 바로 예수님의 소금된 제자입니다.
우리가 있는 그 자리가 하나님이 우리를 소금으로 보내신 자리입니다. 집에서, 교회에서, 학교에서, 일터에서… 당신의 짠 맛이 발휘되어야 할 곳입니다. 때로는 그 자리가 썩은 물처럼 악취 나는 자리일지라도, 그곳을 피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엘리사의 손에 들린 소금처럼 하나님의 말씀과 복음으로 무장하여 그곳에 들어가십시오.
당신이 주는 짠 맛이 누군가의 유산을 막고, 누군가의 죽어가는 신앙을 되살리고, 누군가의 혼탁한 마음에 맑은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통해 일하시기를 원하십니다. 당신은 지금 맛을 내고 있습니까? 세상은 지금 당신의 짠 맛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여, 이 시대 속에, 맛을 잃은 채 외식하며 살아가는 자가 아니라 진짜 짠 맛을 내는 성도 되게 하소서. 세상을 살리는 복음의 향기로 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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