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을 돌이켜 나에게 말한 음성을 알아 보려고 돌이킬 때에 일곱 금 촛대를 보았는데, 촛대 사이에 인자 같은 이가 발에 끌리는 옷을 입고 가슴에 금띠를 띠고, 그의 머리와 털의 희기가 흰 양털 같고 눈 같으며 그의 눈은 불꽃 같고, 그의 발은 풀무불에 단련한 빛난 주석 같고 그의 음성은 많은 물 소리와 같으며, 그의 오른손에 일곱 별이 있고 그의 입에서 좌우에 날선 검이 나오고 그 얼굴은 해가 힘있게 비치는 것 같더라.”(요한계시록 1:12~16)
요한계시록 1장에서 사도 요한이 환상 가운데 본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은 우리가 복음서에서 본 갈릴리의 예수님과는 전혀 다릅니다. 초라한 인간의 옷을 입으신 채, 말구유에 태어나 고난과 수치를 겪으시고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던 예수님은 이제 더 이상 그 모습으로 계시지 않습니다. 그분은 지금, 하늘의 영광을 온전히 회복하신 하나님의 아들로, 만왕의 왕이요 대제사장이시며 심판주로 존재하고 계십니다.
예수님은 허리가 아닌 가슴에 금띠를 두르고 계십니다. 고대 왕들의 복장은 가슴에 금띠를 두른 형식이었기에, 이는 그분이 단지 제사장만이 아니라 왕이신 제사장임을 나타냅니다. 하늘의 성전에서 나오신 이 대제사장은, 우리 죄를 속하시기 위해 자신의 몸을 단번에 드리신 그 제사장 예수님이지만, 이제는 그 누구도 감히 대적할 수 없는 권세의 왕으로 오십니다.
예수님의 음성은 나팔 소리 같다고 묘사됩니다. 나팔은 구약에서 하나님의 메시지를 선포하는 수단이었고, 선지자들의 상징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이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시는 선지자, 곧 살아있는 하나님의 말씀 그 자체이십니다. 그분의 말씀은 진리를 밝히고, 거짓을 드러내며, 하나님의 뜻을 이 땅에 나타내십니다.
그 머리털이 눈같이 흰 백발이라는 묘사는, 다니엘서 7장에서 나오는 ‘옛적부터 항상 계신 이’의 모습입니다. 요한은 의도적으로 하나님의 형상을 인용하여, 예수님을 영원하신 하나님, 곧 심판주로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백발은 성경에서 노인의 존귀함과 지혜, 그리고 영광의 면류관을 상징합니다(레19:32, 잠16:31). 예수님의 백발은 그분이 시간과 세월을 초월한 영광의 주님이심을 증거합니다.
그분의 눈은 불꽃 같았습니다. 불꽃은 감출 것이 없는 통찰의 상징입니다. 어떤 어둠도 그 앞에서는 피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의 불꽃 같은 눈은 모든 인간의 중심을 꿰뚫어보시며, 겉이 아닌 속을 보시는 완전한 심판자이심을 말합니다. 예수를 믿지 않는 자에겐 두려운 심판의 눈이지만, 하나님의 자녀에게는 위로와 보호의 눈입니다.
“불꽃같은 눈으로 우리를 지켜보신다”는 기도는, 심판이 아닌 하나님의 공의와 자비의 보호를 구하는 간구입니다. 그 눈은 악한 자의 숨어 있는 죄를 드러내시지만, 의인의 억울함은 드러내어 신원하십니다.
요한계시록 19장에서 심판주로 다시 오시는 예수님의 옷에는 피가 묻어 있습니다. 이는 창세기 49장의 유다에 대한 예언과, 사 63장의 포도즙 틀을 밟는 하나님의 심판 예언을 성취하는 장면입니다. 유다 지파에서 나신 예수님은 이제 포도주 틀을 밟는 자, 즉 자기 백성을 위한 희생을 이루시고, 이제는 악인을 향한 의로운 심판을 행하실 심판자가 되신 것입니다.
그분은 홀로 포도즙 틀을 밟으셨고, 그 옷은 피로 물들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분을 따르는 백성들의 옷은 흰옷, 깨끗한 세마포입니다. 우리는 그분의 피로 깨끗함을 입었기에, 그분과 함께 서 있을 수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더 이상 연약하고 초라한 나사렛 예수가 아닙니다. 그분은 지금도 살아계셔서 왕이요 제사장이며 선지자요 심판주로서 우리 가운데 계십니다. 이 사실은 믿지 않는 자들에게는 두려움의 메시지이지만, 믿는 우리에게는 소망이며 위로의 메시지입니다.
그분은 오늘도 불꽃 같은 눈으로 우리를 지켜보고 계시며, 우리의 억울함을 기억하고 계시고, 진리와 거룩으로 우리를 이끄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두려움으로가 아니라, 담대함으로 그분 앞에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긍휼하심을 받고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얻기 위하여
은혜의 보좌 앞에 담대히 나아갈 것이니라.”(히브리서 4:16)
'신약 속으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나님의 불로 정결하게 되는 길 (1) | 2025.06.16 |
---|---|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1) | 2025.06.15 |
감추어진 생명 (1) | 2025.06.15 |
천국에 들어가는 길 (5) | 2025.06.15 |
믿음이란 보이지 않는 실상을 살아가는 자들의 고백 (2) | 2025.0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