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가 내게 돌로 단을 쌓거든 다듬은 돌로 쌓지 말라. 네가 정으로 그것을 쪼면 부정하게 함이니라.”(출애굽기 20:25)
고대 이스라엘의 제단은 단순했습니다. 금이나 은으로 장식되지 않았고, 화려한 조각이나 무늬도 없었습니다. 하나님은 “다듬지 않은 돌”로 제단을 쌓으라 명하셨습니다. 그것은 단지 미적 취향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분은 제단에 인간의 손길, 곧 인간의 기술과 지혜의 흔적이 묻는 것을 ‘부정하다’ 하셨습니다. 왜일까요? 그것은 하나님께 드려지는 제단이 인간의 작품이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의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정’과 ‘망치’를 내려놓으십시오. 우리는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더 멋지게 만들고 싶어 합니다. 불완전한 것을 보면 손대고 싶어지고, 다듬고 싶고, 꾸미고 싶습니다. 하지만 하나님 앞에서는 그 모든 ‘인간의 손길’이 오히려 오염입니다.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네가 정으로 그것을 쪼면 부정하게 함이니라.”
인간의 정(釘) 곧 자기 의, 자기 노력, 자기 자랑, 그것이 하나님의 제단을 더럽힙니다.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은 우리의 기술로 다듬은 ‘정교한 돌’이 아니라, 깨어지고 거칠지만 하나님의 손에 그대로 올려진 ‘다듬지 않은 돌’입니다. 그것이 은혜의 자리입니다. 복음은 인간의 손을 타면 타락합니다. 조금만 다듬어도, 조금만 더 보태도, 그것은 이미 다른 복음이 되어 버립니다.
‘다듬은 복음’을 경계하십시오. 오늘날 교회 안에는 ‘다듬은 복음’이 넘쳐납니다. 인간의 체면을 세워주는 복음, 자기계발의 언어로 포장된 복음, ‘긍정’과 ‘성공’을 앞세우는 복음… 이런 복음은 듣기에는 부드럽지만, 십자가의 거친 모퉁이돌을 깎아내린 인간의 손끝이 묻어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구원은 인간의 참여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협력을 원하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전적으로 은혜로 세우시는 분입니다.
우리가 조금이라도 “내가 이만큼 기도했으니, 내가 이렇게 헌신했으니, 나는 그래도 괜찮은 신앙인이다”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이미 제단 위에 인간의 망치 자국을 새겨 넣은 것입니다. 그 순간 제단은 부정해집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인간의 손으로 꾸며지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거칠고 가장 추한 제단이었습니다. 피와 땀, 그리고 수치로 얼룩진 그 자리에는 단 하나의 영광만이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의 영광.
주님은 그곳에서 “다 이루었다”고 선언하셨습니다. 그 순간, 인간이 무엇을 더할 여지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우리가 더할 것도, 보탤 것도, 꾸밀 것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복음의 길을 걷는 자는 다듬지 않은 십자가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 거친 표면이 우리 자아를 찌르고, 우리의 자랑을 무너뜨리고, 우리의 ‘정’과 ‘망치’를 떨어뜨릴 때, 비로소 우리는 참된 제단 앞에 서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완벽하게 다듬어진 사람을 찾지 않으십니다. 그분은 오히려 상한 마음, 깨어진 심령, 거친 돌 같은 우리를 찾으십니다. 그 돌들이 모여 하나님의 제단을 이루고, 그 위에 예수 그리스도의 피가 흘러 하나의 구원의 제사가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렇게 기도해야 합니다. “주여, 제 손에 든 정과 망치를 내려놓게 하소서. 제 마음의 교만과 자랑을 쪼개지 않게 하소서. 오직 주님께서 세우신 제단 위에 저를 올려드리게 하소서.” 그때 우리는 깨닫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원하신 제단은 완벽하게 다듬어진 ‘작품’이 아니라, 그분 앞에서 겸손히 무릎 꿇은 거친 돌 하나였음을 말입니다.
다듬지 않은 돌로 쌓은 제단은 인간의 무능을 인정하고 하나님의 은혜를 고백하는 상징입니다. 복음은 인간의 손이 닿는 순간 훼손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꾸미지 말고, 더하지 말고, 단순히 받아들이며, 그리스도께서 완성하신 십자가 제단 위에서만 안식해야 합니다.
“주여, 제가 다듬지 않은 돌로 남게 하소서. 제 손의 흔적이 아니라, 주의 은혜의 흔적만이 남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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