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 R. R. 톨킨의 짧은 우화 『니글의 잎새』에는 ‘니글’이라는 이름을 가진 평범한 남자가 등장합니다. 그는 화가였지만 세상에서 알려진 인물은 아니었습니다. 하고 싶은 그림이 많았지만, 삶은 언제나 그를 방해했습니다. 부서진 창문을 고치고, 비 새는 지붕을 막고, 이웃들의 부탁을 들어주며, 생계를 위해 일하다 보면 붓을 잡을 시간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글은 늘 마음속에 한 장면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커다란 나무를 그리는 꿈이었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잎새 하나에서 시작하여, 수많은 잎과 가지가 뻗어 나고, 새들이 가지 위에 앉아 지저귀며, 그 너머에는 들판과 숲, 그리고 설산이 펼쳐지는 장엄한 그림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잎새 하나를 그리는 데 그쳤습니다. 빛과 그늘, 이슬방울의 반짝임까지 완벽하게 표현하려다 보니, 정작 그림은 진전되지 못했습니다.
삶은 계속 그를 붙잡았습니다. 작은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고, 해야 할 일들은 끝없이 밀려왔습니다. 결국 그는 그림을 완성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이웃들은 그의 집에서 때묻은 캔버스와 그 위에 그려진 작은 잎새 하나를 발견했을 뿐입니다. 사람들은 그를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불쌍한 사람’으로 기억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니글이 하늘나라에 들어섰을 때, 놀라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바로 자신이 그토록 그리고 싶었던 그 나무가 완성된 모습으로 서 있었던 것입니다. 바람에 잎이 흔들리고, 가지가 뻗어 있었으며, 새들이 지저귀고 있었습니다. 니글은 두 팔을 벌리며 감격스레 외칩니다. “이건 선물이야!”
그 순간 그는 깨달았을 것입니다. 자신의 재능이 사실은 신이 주신 선물이었음을. 그러나 그는 그 선물을 세상에서 온전히 꽃피우지 못했습니다. 바쁘다는 이유, 돈이 부족하다는 이유,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이유로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잎새 하나만 남겼습니다. 사람들의 눈에는 그는 무가치한 인물처럼 보였지만, 하나님은 그 마음속 소망과 작은 성실까지 기억하시고, 마침내 완전한 나무로 선물해 주셨던 것입니다.
우리도 니글처럼 살아갑니다. 마음속에는 하나님이 주신 비전과 재능,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현실의 무게가 늘 발목을 잡습니다. 오늘 해야 할 일, 사람들의 요구, 경제적인 문제, 육체적인 피곤함 속에서 정작 본질적인 일을 놓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두 가지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첫째, 작은 잎새도 의미가 있다. 비록 니글은 거대한 나무를 완성하지 못했지만, 잎새 하나는 남겼습니다. 하나님은 그 작은 잎새를 기뻐 받으셨습니다. 우리의 삶 속 작은 순종과 작은 헌신도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둘째, 완성은 하나님의 손에 있다. 우리가 이 땅에서 미완성으로 남기는 많은 일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것을 완전하게 하시는 분입니다. 우리가 씨앗을 뿌리면, 하나님은 나무로 자라게 하십니다. 우리의 부족한 손길을 넘어 하나님의 완전한 손길이 더해집니다.
삶이 바빠서 미루고 있는 ‘하나님의 선물’이 있지 않습니까? 글쓰기, 그림, 봉사, 기도, 혹은 누군가에게 건네야 할 작은 사랑의 말. 그것이 잎새 하나일지라도 하나님께 드리십시오. 하나님은 그 잎새를 받으시고, 당신의 영원한 나라에서 큰 나무로 완성해 주실 것입니다.
"너희 안에서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이루실 줄을 우리는 확신하노라."(빌립보서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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