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리 가는 노래”라는 짧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다사자와 바다제비가 소리가 얼마나 멀리 가는지 시합을 했습니다. 바다사자는 거대한 목소리로 바다를 진동시킬 만큼 큰 울음을 내질렀습니다. 반면, 바다제비의 소리는 바람에 흩날리는 듯 가늘고 미약했습니다. 누구의 소리가 더 멀리 갔을까요? 놀랍게도 승자는 바다제비였습니다. 그 비밀은 단순했습니다. 한 마리의 바다제비가 노래하면, 다른 바다제비가 그것을 이어받아 다시 불렀습니다. 그렇게 소리가 소리로 이어지고, 노래가 노래로 전해지면서 끝내 바다 끝까지 닿게 된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더불어 사는 삶의 힘을 일깨워 줍니다. 세상은 흔히 힘 있는 자, 목소리 큰 자, 자기 주장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자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상은 다릅니다. 오히려 함께 연결되고, 서로를 이어주는 삶이 더 멀리, 더 깊이, 더 오래 울려 퍼집니다.
오늘 우리는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모순된 현실을 살아갑니다.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면서도 정작 마음은 철저히 고립되어 있습니다. 나만의 울타리를 치고, 벽을 높이 쌓고, 안전한 공간을 고집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진정한 삶은 혼자가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삶 속에서만 가능합니다.
더불어 산다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으로 같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받은 위로를 다른 이에게 전하고, 내가 들은 희망을 누군가에게 나누어 주며, 내 안에 작은 불빛을 이웃의 어둠 속에 비추어 주는 것입니다. 마치 바다제비 한 마리의 노래가 친구의 입술을 타고 또 다른 친구에게 이어졌듯이, 우리의 삶도 그렇게 서로의 삶 속으로 번져갈 때 더 멀리, 더 깊이 울려 퍼집니다.
성경은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다”(창 2:18)고 말씀합니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공동체 안에서 살도록 창조하셨다는 뜻입니다. 교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혼자서 외치는 외로운 고래음보다, 서로의 작은 목소리를 이어주는 공동체의 노래가 더 멀리 퍼져 나갑니다. 이것이 교회가 세상 속에서 감당해야 할 사명입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전달자가 되어야 합니다. 희망을 전달하고, 사랑을 전달하며, 믿음을 전달해야 합니다. 나 하나의 힘은 작을 수 있지만, 서로 이어주고 이어받을 때 우리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멀리 가는 노래’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도 나의 삶은 묻습니다. 나는 바다사자처럼 큰 목소리로 자기 힘만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습니까? 아니면 바다제비처럼 작은 소리라도 함께 어깨 걸고 이어 부르며 살아가고 있습니까? 더불어 사는 삶, 그것이야말로 멀리 가는 노래이며, 세상을 밝히는 빛입니다.
“두 사람이 한 사람보다 나음은 그들이 수고함으로 좋은 상을 얻을 것임이라. 혹시 그들이 넘어지면 하나가 그 동무를 붙들어 일으키려니와 홀로 있어 넘어지고 붙들어 일으킬 자가 없는 자에게는 화가 있으리라.”(전도서 4: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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