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식 날, 신부는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아버지의 손을 잡고 걸어 나옵니다. 그 얼굴에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표정이 서려 있습니다. 신랑은 떨리는 목소리로 혼인 서약을 합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건강할 때나 병들 때나." 그 순간에는 누구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다를 거라고, 우리 사랑은 식지 않을 거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결혼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여정입니다. 그리고 그 여정에는 다섯 개의 계절이 있다고 합니다. 첫째 계절, 황홀함입니다. 신혼의 방은 좁아도 넓게 느껴지고, 라면을 끓여 먹어도 진수성찬 같습니다. 배우자의 숨소리조차 사랑스럽습니다. 이 시기에는 상대의 단점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보여도 "저것마저 사랑스럽다"고 느낍니다.
둘째 계절, 실망입니다. 함께 산 지 몇 달이 지나면 콩깍지가 벗겨집니다. 양말을 뒤집어 벗어 놓는 습관, 치약을 중간부터 짜는 버릇, 설거지를 미루는 모습이 하나둘 눈에 들어옵니다. "이 사람이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 하는 물음이 생깁니다.
셋째 계절, 포기입니다. 아이가 태어나고 육아와 생계에 치이다 보면, 서로에게 쏟을 마음의 여유가 사라집니다. 부부는 서로를 향한 기대를 접고 그저 하루하루를 버텨냅니다. "저 사람은 저런 사람이니까"라며 체념 섞인 이해를 하게 되는 시기입니다.
넷째 계절, 정입니다. 미운 정 고운 정이 뒤섞이며 이상하게도 떠날 수 없는 사이가 됩니다. 싸워도 밥은 차려주고, 서운해도 아플 땐 걱정이 됩니다.
다섯째 계절, 동반입니다. 늙어가며 깨닫습니다. 이 사람 말고는 내 등을 긁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설레지 않아도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 충분한 관계가 됩니다.
이 다섯 계절을 지나는 동안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손님처럼 찾아옵니다. 어느 부부의 이야기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사소한 말다툼으로 시작된 싸움이 점점 거칠어지더니, 급기야 그릇이 깨지고 의자가 넘어가는 소동으로 번졌습니다. 온 집안이 전쟁터가 된 듯했고, 결국 부인은 서러움에 목 놓아 울고 말았습니다. 바로 그때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옆집 소년이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아저씨, TV 프로가 몇 번인지 물어보래요." 깨진 그릇과 눈물 사이로 날아든 이 엉뚱한 질문에, 부부는 순간 멍해졌다가 이내 웃음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격렬했던 싸움도 어느새 김이 빠져버린 것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 순간에는 진짜 칼처럼 서로를 벱니다. 말 한마디가 오래도록 가슴에 박히고, 던진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부부싸움을 가볍게만 볼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가정문화원 이사장 두상달 장로는 흥미로운 통찰을 전합니다. "싸울 수 있다는 것은 아직 소망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싸우지 말라고 말리지 않습니다. 대신 "제대로 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사랑한다고 갈등이 없는 것이 아니며, 갈등이 있다고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갈등은 오히려 그 관계가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입니다.
생각해보면 맞는 말입니다. 정말 마음을 닫아버린 부부는 싸우지도 않습니다. 무관심이야말로 사랑의 가장 무서운 반대말입니다. 서로에게 화를 내고, 서운함을 토로하고,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여전히 상대에게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한 젊은 부부가 신혼 초에 사소한 일로 자주 부딪혔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자신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는다고 서운해했고, 아내는 남편이 자신의 감정을 무시한다고 느꼈습니다. 어느 날 상담을 받으러 간 부부에게 상담사가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두 분이 싸울 때, 이기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이해받고 싶으신가요?" 남편과 아내는 서로를 바라보았습니다. 그 질문 하나가 그들의 싸움의 방식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싸움의 목적이 '승리'가 아니라 '이해'로 바뀌자, 같은 갈등도 다른 결과를 낳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제대로 싸우는 법'의 핵심입니다.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서로를 더 깊이 알아가기 위한 싸움 말입니다. 상처 주는 말 대신 "나는 이럴 때 서운했어"라고 말하는 연습, 침묵으로 벌주는 대신 "지금 대화를 좀 쉬었다가 다시 이야기하자"고 제안하는 지혜, 그리고 무엇보다 싸운 후에는 반드시 화해의 다리를 놓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부부의 삶은 완벽한 링 위의 시합이 아닙니다. 오히려 두 사람이 함께 걸어가는 순례길에 가깝습니다. 그 길에는 황홀한 봄날도 있고, 실망의 비바람도 있고, 포기하고 싶은 사막도 지납니다. 그러나 그 모든 계절을 함께 통과한 부부만이 마지막 계절, 곧 아무 말 없이 등을 긁어줄 수 있는 평안한 동행에 이릅니다.
젊은 부부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이것입니다. 지금 겪는 실망과 갈등이 사랑이 끝나가는 신호가 아니라, 사랑이 더 깊어지기 위한 통과의례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갈등이 찾아올 때 두려워하기보다, "우리 관계가 아직 살아 있구나" 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싸움의 기술이 아니라 화해의 기술을 배우는 것입니다.
칼로 물을 베어도 물은 다시 하나가 됩니다. 그 물이 다시 하나 되도록 만드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겸손한 마음과 먼저 손 내미는 용기입니다. 그 용기가 쌓여갈 때, 부부는 갈등을 넘어 마침내 조화의 하모니를 이루는 세계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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