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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속으로

디도의 일기(18) - 빌립보를 떠나며, 첫 유럽 교회에 남겨진 과제

by HappyPeople IN JESUS 2026. 2. 12.

"두 사람이 옥에서 나와 루디아의 집에 들어가서 형제들을 만나 보고 위로하고 떠나니라"(사도행전 16:40)

사도 바울이 빌립보를 떠나야 하는 밤, 그의 마음은 무겁기만 했습니다. 의사 누가가 채찍 자국이 남은 그의 등에 약초를 바르는 동안, 바울은 반복해서 같은 걱정을 토로했습니다. "석 달은 너무 짧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우리가 새로운 언어를 배우거나, 새로운 문화를 익히거나, 심지어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는 데도 석 달은 겉핥기에 불과합니다. 하물며 완전히 새로운 신앙, 그것도 당시 로마제국 전역에서 생소하고 급진적이었던 기독교 신앙을 뿌리내리게 하기에 석 달은 터무니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습니다.

갈라디아 지역에서 바울은 보통 4~5개월씩 머물며 교회의 기초를 다졌습니다. 그는 성도들과 함께 식사하고, 그들의 질문에 답하고, 그들의 가정을 방문하며 일상 속에서 신앙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빌립보에서는 그럴 시간이 없었습니다. 투옥과 핍박으로 인해 서둘러 떠나야 했던 것입니다.

바울은 누가에게 간곡히 부탁합니다. "남아서 이들을 돌봐주십시오." 누가는 당시 흔치 않은 교양 있는 의사였습니다. 그는 안디옥으로 돌아가 자신의 일을 계속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바울은 그에게 빌립보 성도들을 위한 '영적 의사' 역할을 부탁합니다.

구체적인 요청은 매우 실제적이었습니다. 어떻게 예배드리는지 가르쳐달라, 서로 사랑하며 공동체를 이루는 법을 보여달라, 형제자매가 서로 의지하며 성장하도록 도와달라, 교회(에클레시아)를 지키고 돌보는 방법을 알려달라.

이것은 마치 오늘날 신생 교회에 경험 많은 목회자나 평신도 리더를 파송하는 것과 같습니다. 안디옥교회가 수년에 걸쳐 배운 것들을 빌립보교회가 압축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돕는 멘토링이었습니다.

누가는 "두 달 이상은 어렵습니다"라고 답합니다. 자신의 일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는 남기로 결심합니다. 초대교회의 헌신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젊은 디모데에게도 중요한 임무가 주어집니다. 그는 루스드라 출신으로, 유대인 어머니와 그리스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었습니다. 바울은 이 젊은이에게 빌립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전략적으로 행동하라고 조언합니다.

"유대 땅에서는 유대인으로, 하지만 빌립보에서는 비유대인으로 행세하라." 이것은 위선이 아니라 지혜였습니다. 바울 자신이 "유대인에게는 유대인처럼, 이방인에게는 이방인처럼" 되었던 것처럼, 디모데도 복음을 위해 유연해져야 했습니다. 빌립보는 로마 식민도시로서 유대인에 대한 반감이 컸기 때문입니다.

디모데의 임무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시장에 나가 복음에 관심 있는 이들을 찾아라, 최근 소동(바울의 투옥 사건) 때문에 호기심을 갖게 된 이들을 가르쳐라, 그리스도를 믿게 된 여인들을 따라 관심을 갖게 된 남편들에게 다가가라, 새로운 삶의 방식을 구체적으로 가르쳐라.

바울의 가장 큰 걱정은 이것이었습니다. "이들은 성경이 없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스마트폰으로도 성경을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1세기 빌립보에서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히브리 성경(구약)은 비싸고 귀한 두루마리였고, 대부분 유대교 회당에만 있었습니다. 그리스어 번역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빌립보교회는 거의 전원이 비유대인이었습니다. 그들은 율법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모세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다윗 왕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예언서를 읽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들이 가진 것은 오직 석 달 동안 바울에게서 들은 구전 가르침뿐이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 그분을 믿는 자들의 새로운 삶에 대한 기본적인 복음 이야기만이 그들의 전부였습니다. 바울은 이렇게 탄식합니다. "한 줌도 안 되는 복음의 가르침을 붙들고 엄청난 시험 앞에 선 형국입니다."

설상가상으로 빌립보교회는 이미 핍박을 경험했습니다. 바울과 실라가 매를 맞고 투옥되었으며, 교회는 도시 전체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바울이 떠난 후에도 블라스티니우스 같은 대적자들이 이 연약한 교회를 괴롭힐 것이 분명했습니다. "산들바람에도 휘청거릴" 만큼 어린 교회가 폭풍을 견딜 수 있을까요?

이것이 바울이 누가와 디모데를 남겨두며 품었던 절박한 질문이었습니다. 이 장면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첫째, 신앙의 기초는 얼마나 중요한가? 빌립보교회는 성경도 없고, 긴 가르침도 받지 못했지만, 그들에게는 핵심이 있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었습니다. 때로 우리는 많은 지식과 자료를 갖고 있으면서도 그 핵심을 놓치지는 않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둘째, 공동체의 역할은 무엇인가? 누가와 디모데가 남아 섬긴 것처럼, 성숙한 신앙인은 연약한 이들을 돌볼 책임이 있습니다. 교회는 혼자서는 설 수 없는 이들이 서로 의지하며 자라가는 곳입니다.

셋째, 환경에 대한 지혜는 왜 필요한가? 디모데가 빌립보에서는 "비유대인처럼" 행동하라는 조언을 받은 것처럼, 우리도 복음의 본질은 지키되 전달 방식에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석 달 만에 떠나야 했던 바울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성령님을 신뢰했습니다. "나머지는 성령님이 하실 것입니다." 놀랍게도 빌립보교회는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바울이 가장 사랑하고 신뢰했던 교회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훗날 바울이 빌립보 교인들에게 보낸 편지(빌립보서)는 기쁨과 감사로 가득 차 있습니다. 연약한 시작이었지만, 진실한 복음과 헌신된 돌봄, 그리고 성령의 역사가 만나면 기적이 일어납니다. 이것이 빌립보를 떠나며 바울이 배운 교훈이었고, 오늘 우리가 기억해야 할 진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