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른 떡 한 조각에 화목함이 있는 것이 살진 소가 있고 다투는 것보다 나으니라.” (잠언 17:1)
이 짧은 우화는 한 가정의 평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아주 단순하지만 날카롭게 보여 줍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뜻밖의 일을 시키자, 아들은 순종했고 집 안에는 이상하고도 조용한 평화가 흘렀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그 장면을 비밀 공식처럼 받아들여 똑같이 흉내 내자, 그 가정의 평화는 순식간에 무너졌습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두 가지 중요한 진리를 말해 줍니다. 하나는 화목은 외형적 행동이나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점, 다른 하나는 화목은 사람들 사이의 신뢰와 내면으로부터 우러나는 태도로부터 나온다는 점입니다.
친구는 아버지의 행동을 보고 “아, 화목의 비결이 이것이구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화목은 레시피가 아닙니다. 겉으로 같은 행동을 흉내 낸다고 해서 관계의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평화는 사람들의 마음 상태와 관계의 질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순종이 행동으로 드러나는 이유는 신뢰, 사랑, 존경, 순종을 가능하게 하는 관계의 토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토대가 없는데 말뿐인 행동만 따라 한다면 그것은 형식일 뿐이며 쉽게 깨집니다.
이야기 속 아들이 아버지의 명령을 따른 이유는 단순히 ‘명령이니 복종했다’는 수준을 넘어 보입니다. 아들은 아버지가 무슨 의도인지 믿고 따랐습니다. 그것은 가정 안에 서로에 대한 신뢰와 상호 존중이 존재한다는 신호입니다. 평화로운 가정은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 겸손과 양보입니다. 나의 편의나 욕구보다 상대의 존엄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마음입니다. 둘째, 신뢰입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고, 서로를 해치지 않겠다는 믿음입니다. 셋째, 사과와 용서의 문화입니다. 실수가 있으면 솔직히 인정하고 빨리 회복하려는 태도입니다. 넷째, 공동체적 기쁨과 아픔의 나눔입니다. 기쁨을 함께 즐기고 고난을 분담하는 습관입니다.
이 요소들이 있을 때, 작은 ‘마른 떡 한 조각’로도 마음의 온기가 채워집니다. 반대로 재물이나 좋은 환경이 아무리 많아도, 신뢰가 무너지고 서로를 의심하면 그 집은 늘 불안과 갈등으로 가득할 것입니다. 화목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음의 작은 실천들을 통해 가정의 토양은 점차 바뀝니다.
하루 한 번의 온전한 대화 시간: 식탁에서 10분이라도 휴대폰을 치우고 서로의 하루를 묻고 들어 주세요. 듣는 사람이 먼저 입을 열기보다 진심으로 들어주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감사 표현 습관화: 작은 일에도 “고마워”를 자주 말하세요. 감사를 표현하면 마음의 거리가 줄어듭니다.
사소한 희생을 즐기기: 작은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는 연습 — 설거지, 아이 방 정리 같은 일들을 서로 나누며 ‘나만의 희생’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실수했을 때 즉시 사과하기: 자존심 때문에 미루지 말고 곧바로 “미안해”를 말하세요. 사과는 관계를 회복하는 가장 빠른 통로입니다.
공동의 규칙 만들기: 갈등이 자주 일어나는 영역(돈, 자녀교육, 휴식시간 등)에 대해 가족이 함께 규칙을 정하고 지켜나갑니다.
작은 의식 만들기: 주중의 저녁 한 끼를 가족이 함께 하거나, 매주 감사 제목을 나누는 등 반복되는 작은 의식은 공동체 의식을 강화합니다.
모범 보이기: 부모나 가정의 어른이 먼저 겸손과 용서, 섬김을 보여주세요. 말보다 행동이 관계를 바꿉니다.
성경은 화목을 단순한 정서가 아니라 공동체에 주시는 하나님의 선물로 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서로 사랑하며 연합하기를 원하십니다. 가정의 화목은 우리 자신을 내려놓고 상대를 존중하며, 때로는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와 용서를 본받는 훈련의 장입니다. 작은 떡 한 조각 같은 낮은 것들 속에서 살아내는 화평은, 하늘의 평화를 닮아가는 과정입니다.
이야기가 보여 주듯, 화목은 누군가가 ‘방법’을 알려줘서 따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관계를 향한 일상의 선택들인 겸손, 신뢰, 용서, 감사의 누적입니다. 당신의 가정에서 어떤 작은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한 마디의 사과, 기분 나쁜 감정을 가만히 두지 않고 나누는 용기, 혹은 저녁 식탁에서의 10분, 이런 작은 결단들이 차곡차곡 쌓여 ‘마른 떡 한 조각만 있어도 화평한 집’을 만들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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