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신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 스스로 지혜롭게 여기지 말지어다 여호와를 경외하며 악을 떠날지어다."(잠 3:5~7)
잠언은 흔히 ‘지혜의 책’이라고 불립니다. 그래서 우리는 잠언을 펼칠 때,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꿀팁과 처세술, 그리고 더 현명하게 결정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은 우리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길로 우리를 이끕니다.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는 말씀은, 마치 ‘지혜의 책’이 자기 부정을 외치는 것처럼 들립니다. 심지어 “스스로 지혜롭게 여기지 말라”는 구절은 우리에게 일침을 가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혜’는 대개 이런 것입니다. 많은 것을 알고, 상황을 잘 판단하고, 경험을 토대로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능력입니다. 그러나 잠언은 그 길이 아니라, 전혀 다른 길, 곧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하는 길을 가리킵니다. 여기서 말하는 ‘진짜 지혜’는 내 지식을 더 쌓는 것이 아니라, 나를 내려놓고 하나님을 높이는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의 마음이 쉽게 자기 명철에 기대려 한다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살아오며 쌓은 경험, 배워온 지식, 그리고 우리가 옳다고 믿는 상식이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라고 착각합니다. 그러나 인생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로 가득합니다. 아무리 치밀하게 계획해도,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이 뒤집힐 수 있습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하나님을 신뢰한다는 것은 단순히 종교적 위안이 아니라, 가장 현실적이고 안전한 선택입니다.
하나님을 ‘범사에 인정한다’는 것은 단순히 기도할 때만이 아니라, 삶의 모든 순간에 하나님을 주인으로 모신다는 뜻입니다. 내가 기획하고 결정하는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께 여쭙고, 그분의 뜻을 먼저 구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하나님이 우리의 길을 지도하십니다. ‘지도하다’라는 원어는 곧게 펴 주신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뒤엉킨 길, 앞이 보이지 않는 길도 하나님은 곧게 만드십니다.
스스로 지혜롭게 여기는 사람은 결국 자기 경험과 판단에 매여 삽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길에서도 담대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길을 하나님이 아시기 때문입니다. 결국 잠언이 말하는 ‘참 지혜’란, 하나님 앞에서의 겸손입니다. 내 머리가 아니라 하나님의 마음에 기대는 삶, 내 길이 아니라 주님의 인도하심을 따르는 삶이야말로 지혜의 완성입니다.
우리는 오늘도 수많은 선택 앞에 서 있습니다. 그때마다 내 계산과 경험을 먼저 내세울지, 아니면 하나님을 먼저 인정할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참 지혜는 후자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신뢰하는 사람에게 하나님은 언제나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하십니다. 그 길 끝에서 우리는 깨닫게 될 것입니다. “아, 진짜 지혜는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안에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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