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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이야기

말씀의 이해를 위해서, 성령의 이해부터

by HappyPeople IN JESUS 2025. 12. 26.

“살리는 것은 영이니 육은 무익하니라 내가 너희에게 이른 말은 영이요 생명이라”(요한복음 6:63)

우리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
말씀 중심으로 살아야 합니다”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어왔습니다. 이 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매우 옳고 중요한 말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말을 너무 익숙하게,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데 있습니다. 정작 우리가 말하는 그 ‘말씀’이 무엇인지, 또 그 말씀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은 채 신앙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이 말하는 ‘
말씀’은 곧 성경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사실에 대해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걸음만 더 들어가 생각해 보면, 우리가 읽고 있는 성경은 단 하나의 모습이 아니라는 사실을 곧 마주하게 됩니다. 내가 손에 들고 있는 성경이 과연 “그 말씀 자체”라고 단정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 앞에 서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 성경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개역성경, 개역개정, 표준새번역, 공동번역, 현대인의 성경, 우리말 성경 등 번역본은 매우 다양합니다. 영어 성경만 해도 KJV, NIV, NASB 등 서로 다른 번역 전통을 가진 성경들이 있습니다. 여기에 중국어, 일본어 성경이 있고, 더 나아가 신약성경의 원어인 헬라어 성경이 있습니다.

이미 여기서 우리는 하나의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
말씀’은 단일한 문장이나 고정된 표현으로 우리 앞에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더 깊이 들어가면 문제는 더 분명해집니다. 헬라어 신약성경은 단 하나의 사본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파피루스 사본에서부터 대문자 사본, 소문자 사본, 그리고 렉셔너리와 라틴어 번역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본들을 비교·검토하여 오늘의 본문이 구성되었습니다.

어떤 사본을 더 중시하느냐에 따라 단어 하나, 문장 하나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읽는 성경은 이미 해석과 선택의 과정을 거친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합니다. “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말하고 있는가?

성경에서 ‘
말씀’이라고 번역되는 헬라어는 로고스(logos)입니다. 로고스는 단순한 문자나 기록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말, 의미, 이성, 드러난 뜻을 포함하는 매우 폭넓은 개념입니다. 요한복음은 이 로고스를 단지 책 속의 문장으로 설명하지 않고,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신 예수 그리스도로 증언합니다. 즉, 말씀은 먼저 글이 아니라 인격이며, 기록 이전에 살아 계신 하나님의 자기 계시입니다.

번역의 차이는 이 사실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내 줍니다. 예를 들어 예수님께서 “
너희 중에 누가 염려함으로 그 키를 한 자나 더할 수 있느냐”라고 하신 말씀을 생각해 봅시다. 어떤 성경은 ‘’라고 번역하고, 어떤 성경은 ‘수명’ 또는 ‘목숨’이라고 번역합니다. 헬라어 ‘헬리키아’라는 단어는 키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나이, 삶의 기간, 성숙, 인생의 길이까지 포함하는 단어입니다. 이 말씀의 핵심은 ‘신체적 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염려로는 인간의 삶 자체를 연장하거나 지배할 수 없다는 진리에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번역된 단어 하나에만 집착한다면, 말씀의 본래 의도와 생명을 놓칠 수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성령의 조명입니다. 성령은 단어를 뛰어넘어 말씀의 중심으로 우리를 인도하시는 분이십니다. 성령은 문자에 생명을 불어넣으시며, 기록된 말씀을 살아 있는 하나님의 음성으로 우리 마음에 새기십니다.

그래서 말씀 중심의 신앙은 결코 성경 지식 중심의 신앙과 동일하지 않습니다. 말씀 중심이란 성경을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성령 안에서 말씀이 나를 해석하게 하는 삶입니다. 내가 말씀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말씀이 나를 붙들고 나를 드러내는 자리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성령 없이 읽는 성경은 정보가 될 수는 있지만 생명이 되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성령 안에서 읽는 말씀은 한 문장, 한 단어가 우리의 존재를 흔들고 삶의 방향을 바꾸는 하나님의 음성이 됩니다. 그러므로 말씀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번역본이 아니라, 성령을 의지하는 겸손한 마음입니다.

말씀은 책에 갇혀 있지 않습니다. 말씀은 살아 계시며 지금도 말씀하시는 하나님 자신이십니다. 그리고 그 말씀을 우리에게 들리게 하시는 분이 바로 성령이십니다. 그러므로 참된 말씀의 이해는 언제나 이 고백에서 시작됩니다. “
성령님, 말씀을 열어 주십시오. 제가 말씀을 판단하지 않게 하시고, 말씀이 저를 판단하게 하소서.” 이 고백 위에 서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말씀 중심의 신앙이 무엇인지를 삶으로 배우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