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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모른다고 말해도 괜찮아요

by HappyPeople IN JESUS 2026. 2. 6.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앎입니다.”

살다 보면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아는 척”을 하며 살아갑니다. 누군가와 처음 만난 자리에서, 중요한 인터뷰에서, 혹은 별일 아닌 저녁 식사 자리에서조차 말입니다. 사실은 잘 모르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고, 애매한 미소로 대화를 넘긴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장면을 떠올려 봅시다. 면접관이 질문합니다. “요즘 이 업계의 흐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머릿속이 잠시 하얘집니다. 정확히 모르지만, ‘모른다’고 말하면 무능해 보일 것 같아 급히 단어들을 끌어모읍니다. 뉴스에서 얼핏 들은 말, 다른 사람의 의견을 짜깁기한 말들은 이어지지만, 정작 내 안에서는 불안이 커져만 갑니다.

지금 내가 하는 말이 정말 나의 생각일까? 아니면 들키지 않기 위해 꾸며낸 말일까? 데이트 자리에서도 비슷합니다. 상대가 어떤 영화나 책을 언급했을 때, 사실은 제목조차 낯선데 “아, 그거요?” 하고 반응해 버립니다. 대화는 이어지지만 마음 한켠에는 묘한 거리감이 생깁니다. 솔직하지 못했다는 작은 가책 때문입니다.

가족들과의 저녁 식탁에서는 또 다른 종류의 압박이 있습니다. 사회 이슈, 정치 이야기, 경제 이야기, 각자의 의견이 오가는데, 나는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침묵하면 뒤처진 사람처럼 보일까 봐, 확신 없는 말을 내뱉습니다. 그리고 대화가 끝난 뒤, 이상하게도 더 피곤해집니다.

왜 우리는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요? 왜 “모른다”는 말이 이렇게 어려워졌을까요? 우리는 어릴 때부터 아는 것이 능력이고, 모르는 것은 결함이라는 메시지를 은근히 배워왔습니다. 그래서 무지를 드러내는 순간, 곧바로 부끄러움이 따라옵니다. 마치 모른다는 사실이 곧 ‘나의 부족함 전체’를 드러내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모르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세상은 넓고, 정보는 넘치며, 우리의 삶은 늘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내가 가는 방향을 아직 정확히 모를 수도 있고, 어떤 사안에 대해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그것이 정직한 상태일지도 모릅니다.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그건 잘 모르겠어요.” “그 주제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을 정리 중이에요.” “처음 듣는 이야기네요.” 이런 말을 용기 내어 내뱉는 순간,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가벼워진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숨길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방어할 필요도, 꾸며낼 필요도 사라집니다. 그 자리에 남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나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모른다고 하면 대화가 끊기지 않나요?” 오히려 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 그래요? 그럼 내가 아는 만큼만 이야기해 볼게요.” “이건 이런 맥락에서 나온 이야기예요.” 대화는 설명으로, 나눔으로, 때로는 함께 배우는 시간으로 바뀝니다. 관계는 경쟁이 아니라 동행이 됩니다.

물론 쉽지 않습니다. ‘모른다’고 말하는 순간, 내 약점을 드러내는 것 같고, 평가받는 자리에서는 특히 더 두렵습니다. 하지만 한 번만 시도해 보십시오. 아주 작은 자리에서부터라도 괜찮습니다. 그 순간 깨닫게 됩니다. 나의 무지를 감추느라 애쓰던 에너지가, 사실은 나 자신을 가장 멀어지게 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모른다고 말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진짜 질문을 할 수 있고, 진짜 배움을 시작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진짜 자기 모습에 한 뼘 더 가까워집니다. 그러니 오늘은 이렇게 말해도 괜찮습니다. “잘 모르겠어요.” “아직은 답을 찾는 중이에요.” 그 말은 패배가 아니라, 정직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지식은 자신이 얼마나 모르는지를 아는 데서 시작됩니다. 그러므로 무지를 인정하는 것이 지혜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