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찾거든 이 사람들의 가는 것을 용납하라” (요한복음 18:8)
겟세마네의 어두운 밤, 무리들이 횃불과 무기를 들고 예수님을 잡으러 왔을 때, 주님은 제자들을 지키기 위해 단호히 말씀하셨습니다. “나를 찾거든 이 사람들의 가는 것을 용납하라.” 세상의 모든 권세와 죽음의 그림자가 주님 앞에 몰려왔던 그 순간, 예수님은 자신을 넘겨주면서도 제자들의 안전을 요청하셨습니다. 여기에는 단지 인간적인 보호의 의미를 넘는, 복음의 깊은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이 장면은 마치 십자가 사건의 축소판 같습니다. 자신은 붙잡히시되, 제자들은 놓아주기를 원하신 예수님의 말씀은, 단지 그 밤의 보호를 넘어서 ‘대속’이라는 복음의 핵심을 선포하는 외침입니다. 진실로 주님은 선한 목자이시며, 양떼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어주시는 분이십니다(요 10:11). 주님이 대신 잡히심으로 우리는 풀려날 수 있었고, 주님이 대신 맞으심으로 우리는 보호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본문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바로 자기를 내어주신 사랑입니다. “나를 찾거든”이라는 주님의 말씀은, 마치 그분께서 스스로를 내어주시는 것처럼 들립니다. 원수들이 그분을 찾는 목적이 분명하다는 것을 아셨지만, 그분은 제자들의 안전을 조건으로 자신의 체포를 받아들이십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 아무런 저항도 없이 고난을 받아들이신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그분은 자신을 위하여 입을 열지 않으셨습니다. 이사야는 그분을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 같고, 털 깎는 자 앞에서 잠잠한 양”이라고 표현했습니다(사 53:7). 그러나 제자들을 위하여는 그 침묵을 깨시고 권위 있게 말씀하십니다. 이는 주님의 사랑이 얼마나 자기 희생적이며 변함없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우리가 죄 가운데 빠져 있을 때에도, 그분은 우리를 건지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넘기셨습니다.
"이 사람들의 가는 것을 용납하라." 이것은 단순한 요청이 아닙니다. 대속의 선포요, 구속의 명령입니다. 마치 애굽에서 모세가 바로 앞에서 외쳤던 하나님의 말씀처럼 들립니다. “내 백성을 보내라!”(출 5:1). 주님은 오늘도 죄의 권세 아래 눌린 자들을 향해 선언하십니다. “이 사람들의 가는 것을 용납하라.”
이 외침은 사탄이 붙들고 있던 죄인들의 목을 풀게 하며, 죽음의 권세가 움켜쥐고 있던 무덤을 열게 합니다. 어둠 속에 잠겨 있던 인생들, 절망의 감옥에 갇힌 이들이 이제는 자유를 얻고, 새로운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그 길은 “거룩의 대로”(사 35:8)이며, 사자도 밟지 못하고, 사나운 짐승도 접근하지 못하는 승리의 길입니다. 그 길은 대속의 피로 열린 길이며,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 먼저 걸어가신 길입니다.
예수님은 스스로를 “아침의 암사슴”이라고 시편 22편에서 묘사하셨습니다. 사냥꾼들의 칼날이 자신을 겨눌 때, 그분은 도망치지 않고 그들을 맞이하셨습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그 들판에서 제일 겁 많은 사슴들조차도 안전히 거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우리는 약하고 두렵고 상처입기 쉬운 존재들이지만, 주님의 대속이 우리에게 참된 평안을 보장해 주십니다.
그분의 희생으로 들판은 더 이상 위협의 장소가 아닙니다. 불안과 위협, 죄와 두려움이 머물던 장소가 이제는 백합화가 피는 들판이 되었습니다. 거기에서 주님의 양떼들은 자유롭고 평안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갈보리 언덕 위에서 하나님의 진노의 뇌성이 예수님께 떨어졌기에, 이제 우리에게는 다시는 그 번개가 내려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주님께서 “이 사람들의 가는 것을 용납하라”고 외치시며 우리를 풀어주신 이 은혜를 헛되이 받지 마십시오. 우리는 자유를 얻었습니다. 죄에서, 사망에서, 율법에서, 정죄에서. 이 자유는 방종이나 무관심으로 흐르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주님의 생명이 우리를 값 주고 사셨기에, 우리는 그분을 위해, 그분 안에서 살아야 합니다.
“그의 이름을 매일 종일토록 송축하십시오.” 그 이름은 우리를 건지신 이름이요, 우리를 대신하여 잡히신 이름이요, 우리가 죄의 사슬을 끊고 갈 수 있도록 앞서서 붙들리신 사랑의 이름입니다. 이 은혜를 날마다 기억하며, 주님께 삶을 드리는 예배자가 되십시오.
그가 붙들리셨기에 우리는 자유할 수 있습니다. 그가 침묵하셨기에 우리는 외칠 수 있습니다. 그가 죽으셨기에 우리는 영원히 살게 되었습니다. “이 사람들의 가는 것을 용납하라” 이 말씀은 바로 우리를 위한 복음의 문을 연 외침입니다. 그 문 안에서 자유와 거룩, 생명과 승리를 누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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