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거울 앞에 선 나는 문득, 몸은 깨끗이 씻었는데 마음은 어딘가 흐릿하게 흐려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루의 피로는 샤워기로 씻겨 내려갔지만, 마음속 깊은 곳의 응어리는 여전히 제자리를 고집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불현듯 떠오른 문장이 있습니다.
“몸을 닦는 것은 비누고, 마음을 닦아내는 것은 눈물이다.”
어찌 보면 평범한 진리입니다. 그러나 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 단순한 진리를 너무 쉽게 잊습니다. 눈물은 부끄러운 것으로 여겨지고, 감정은 통제해야 할 것으로 치부되며, 울음은 약함의 표시로 오해됩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눈물이 정말 부끄러운 것인가요?
눈물은 마음의 씻김입니다. 우리 몸에는 하루하루 묻어나는 먼지를 씻어내기 위해 비누와 물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마음은 어떠한가? 고단한 하루 속에서 상한 감정, 억눌린 분노, 스스로에게조차 말하지 못한 후회와 고통이 마음 한 구석에 쌓여갑니다. 이것이 씻기지 않은 채 남아 있다면, 우리 내면은 점점 탁해지고, 결국 감정조차 무뎌집니다.
“우리는 마음껏 울고 나면 마음이 맑아집니다. 마치 목욕을 한 뒤 상쾌해지는 기분처럼 말입니다.” 이 표현은 단순한 비유가 아닙니다. 실제로 울음은 인간의 신경계와 감정 회로를 정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눈물 속에는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화학물질이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감정에 따라 흘리는 눈물은 단순한 생리 현상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치유하고 정화하는 은혜로운 행위입니다.
감정의 억압은 기쁨의 억압이기도 합니다. 현대 사회는 눈물을 터부시합니다. 공공장소에서 우는 일은 창피한 일처럼 여겨집니다. 감정을 절제하는 사람을 '성숙한 어른'으로, 눈물을 보이지 않는 이를 '강한 사람'으로 포장합니다. 그러나 성경은 무엇이라고 말하는가? “예수께서 눈물을 흘리시더라.”(요 11:35) 죽은 나사로를 보며 우신 예수님은 약해서 우신 것이 아닙니다. 그분은 누구보다 강하신 분이었습니다. 그러나 강함은 무감각이 아니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품을 줄 아는 용기입니다.
“기쁨, 슬픔, 노함, 즐거움, 울음을 모르는 사람은 진정한 기쁨도 모릅니다. 밤이 없으면 밝은 낮도 없듯이...” 슬픔을 억누르면 기쁨도 억눌립니다. 울음을 삼키는 이는 웃음도 마음껏 웃지 못합니다.
울음은 인간다움의 회복입니다. 어느 문명학자는 현대 문명이 위기에 처한 가장 큰 원인이 ‘눈물의 소멸’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계는 울지 않습니다. 효율과 생산성이 최우선이 된 세상에서, 감정은 비효율적이라 여겨지기에 배제됩니다. 그러나 인간은 기계가 아닙니다.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느끼는 능력, 그리고 표현하는 용기입니다. 눈물은 연약함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증거이며, 사랑한다는 증거이며, 무뎌지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메마른 영혼에 단비를 내리듯이 눈물을 내려주셨습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표현입니까. 우리는 눈물을 통해 마음의 밭에 단비를 맞습니다. 가물었던 감정이 촉촉해지고, 메마른 영혼에 생명이 움틉니다. 감정대로 울고 나면, 어느새 가슴 밑바닥에서 싹이 트고, 초록이 돋습니다.
울음은 기도입니다. 어떤 이는 말합니다.
“천당 한쪽에는 기도가 무엇인지 몰랐지만, 평소 올 줄 알았던 사람들을 위한 자리가 있습니다.” 기도란 무엇인가? 말을 잘 엮는 것인가, 신학적으로 옳은 문장을 말하는 것인가? 아닙니다. 기도는 영혼의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진심이며, 눈물은 때때로 그 진심이 가장 순수하게 드러나는 기도의 형식입니다.
시편의 다윗은 수많은 눈물로 기도했습니다. “내 눈물을 주의 병에 담으소서.”(시 56:8) 하나님은 우리의 눈물을 병에 담아 기억하십니다. 눈물은 그저 흘러 사라지는 물이 아니라, 하늘에까지 닿는 호소이며, 우리 영혼이 하나님을 향해 쏟아내는 가장 진실한 고백입니다.
울 수 있을 때 우십시오. 감정을 억누르지 마십시오. 기계처럼 살지 말고, 인간답게 느끼며 사십시오. 울음은 연약함이 아닙니다. 그것은 정직함이고, 회복이며, 기도인 것입니다. 당신의 마음이 무겁다면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용기를 가지십시오. 그 눈물 뒤에는 반드시 하나님의 위로와 새롭게 움트는 생명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울음이 밤새도록 지속되어도 아침이 되면 기쁨이 찾아온다."(시편 30:5)
그러니, 울어도 좋습니다. 당신은 울 수 있는 인간이니까요. 그리고 그 울음은… 하나님께 드리는 거룩한 제사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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