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의 말 하기를 좋아하는 자의 말은 별식과 같아서 뱃속 깊은 데로 내려가느니라” (잠언 26:22)
우리는 살아가며 참으로 많은 말을 합니다. 말은 의사소통의 수단일 뿐 아니라, 생각을 나누고 감정을 표현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말이 칼보다 날카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얼마나 자주 망각하는지 모릅니다. 특히 ‘남의 말’은 마치 진수성찬 중의 별미처럼 우리의 입을 유혹합니다. 누군가에 관한 사소한 소문 하나는 금세 대화의 중심이 되고, 듣는 자들의 눈빛은 빛나며, 말하는 자는 더 많은 반응을 얻기 위해 말을 덧붙입니다.
어느 목사에게 찾아온 한 부인의 이야기는 이 진실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자신의 험담을 고백한 부인에게 목사는 한 가지 과제를 줍니다. 시장에서 산 털이 그대로 붙은 닭을 끌고 돌아오는 동안 닭털을 하나하나 뽑으며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다소 우스꽝스럽고 이상하게 여겨질 수 있는 이 행동은, 결국 아주 좋은 교훈을 위한 장치였습니다. 돌아온 그녀에게 목사는 말합니다. “이제 그 깃털을 다시 주워 오시오.” 그녀는 당황하며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바람결에 흩어진 깃털을 어찌 다시 모두 모을 수 있겠습니까? 목사는 그녀에게 조용히 대답합니다. “당신이 흘린 말도, 이제는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습니다.”
이 짧은 일화는 우리 모두가 마음 깊이 새겨야 할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의 입에서 흘러나간 말은, 특히 그것이 타인에 대한 험담일 때, 결코 되돌릴 수 없습니다. 아무리 후회하고, 회개하고, 잘못을 인정한다 해도 그 말은 이미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생각에서 생각으로 퍼져 나가며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깁니다. 그것은 때로 한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고, 신뢰를 무너뜨리며, 공동체를 갈라놓는 치명적인 독소가 됩니다.
잠언은 그런 말을 "별식"에 비유합니다. 이 말이 가지는 묘한 매력을 간파한 표현입니다. 남의 이야기, 그것도 자극적인 소문과 험담은 듣는 이에게 묘한 쾌감을 줍니다. 단순히 정보를 주는 말이 아니라, 감정을 자극하고 판단하게 만들며 자신을 우월하게 느끼도록 만듭니다. 그러나 그 ‘별식’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속을 병들게 하는 독성 음식입니다. 뱃속 깊은 곳, 곧 영혼의 중심부까지 스며들어 결국 우리를 썩게 만듭니다.
우리가 남을 판단하고 말로 해치는 순간, 우리는 하나님의 자리를 넘보는 것입니다. 하나님만이 사람의 중심을 아시고, 판단하실 수 있는 분입니다. 우리가 감히 그 자리를 침범한다면, 우리는 사람을 해치는 동시에 하나님을 모독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마태복음 15:11) 이 말은 단순히 욕설이나 거친 말을 경계하는 것이 아닙니다. 남의 허물을 드러내고, 험담을 늘어놓고, 판단하는 말 또한 사람을 더럽히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 말은 단지 대상만이 아니라, 말한 우리 자신도 더럽힙니다. 말을 퍼뜨리는 자도, 그것을 즐겨 듣는 자도 결국 그 독소 안에서 함께 병들어 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언제나 ‘말’ 앞에서 겸손해야 합니다. 말은 씨앗입니다. 어떤 씨앗을 뿌리느냐에 따라 열매가 달라집니다. 말은 도구입니다. 그것으로 생명을 살릴 수도, 생명을 죽일 수도 있습니다. 말은 무기입니다. 사람을 보호할 수도, 찌를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말이 생명의 도구가 되기를 기도합시다. 누군가를 세워주고, 위로하고, 격려하고, 진리에 이르게 하는 말이 되기를 간구합시다. 남의 흠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아픔을 함께 짊어질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합시다.
혹시 지금까지 무심코 흘린 말이 누군가를 상처 입혔다면, 오늘 주님 앞에 나아가 회개합시다. 이미 지나가버린 깃털처럼 그 말을 거둬올 수는 없지만, 오늘부터는 다르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침묵해야 할 때를 알고, 대신 사랑을 말할 수 있다면, 우리 입술은 은혜의 통로가 될 것입니다. “내 입의 말과 마음의 묵상이 주께 열납되기를 원하나이다”(시편 19:14) 오늘 이 기도가 우리의 기도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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