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익숙한 이 격언은 언뜻 보기엔 사람의 삶을 고귀하게 포장하는 말 같지만, 실은 이 시대의 깊은 병을 그대로 드러내는 왜곡된 사고방식의 표본입니다. 사람은 과연 ‘이름’을 남기기 위해 살아야 하는 존재입니까? 이름을 남기기 위한 삶이 낳은 결과가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라면, 그 격언은 더 이상 지혜가 아니라 경고가 되어야 합니다.
이름을 남기겠다는 욕망, 곧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은 인간 본성 깊은 곳에 뿌리박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욕망이 하나님을 떠난 상태에서 작동할 때, 인간은 필연적으로 자신을 위해 타인을 짓밟고, 세상을 파괴하며, 영혼까지 팔게 됩니다.
누군가는 700원을 얻기 위해 이웃 할머니의 생명을 빼앗고, 누군가는 짜증 난다는 이유로 아버지를 살해해 쓰레기장에 버립니다. 또 누군가는 빚을 갚기 위해 죄 없는 어린아이를 유괴해 저수지에 던지기까지 합니다. 이것이 과연 이름을 남기기 위한 인간의 수고와 열심의 끝입니까? 어쩌면 그렇습니다. 나라는 이름을 높이고, 나의 유익을 지키기 위한 삶의 종착지는, 결국 사망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과학의 발전과 물질의 풍요 속에 살고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더 깊은 결핍과 기근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 결핍은 먹을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참 평안과 기쁨과 만족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이 시대는 영적 대기근 속에 빠져 있고, 사람들의 영혼은 굶주린 채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가진 것이 아무리 많아도, 높아진 지위와 인기, 완벽한 몸과 건강을 누리고 있어도 사람들은 여전히 행복하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그것은 인간의 결핍이 단순한 심리적 공허나 환경적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떠난 자리에서 오는 본질적인 사망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영혼 깊은 곳, 하나님께서 거하셔야 할 그 자리에 하나님이 계시지 않으면, 어떤 것으로도 그것을 채울 수 없습니다. 돈도, 사랑도, 꿈도, 성취도, 기쁨도 그 자리를 채우지 못합니다. 그 자리에는 오직 하나님만이 거하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오늘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살아갑니다. 그 꿈은 대개 이 세상에서 인정받고, 성공하고, 행복을 누리는 삶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꿈을 사고팔기도 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꿈의 끝에는 어떤 기쁨이 남아 있습니까? 한순간 솟았다가 이내 사라져 버리는 신기루 같은 기쁨뿐입니다. 얻었을 때는 황홀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허무하고, 또 다른 욕망이 꿈틀거리며 만족을 밀어냅니다.
이 세상의 기쁨은 모두 유한하고, 제한적이며, 일관성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 어떤 것도 인간의 참된 갈망을 충족시키지 못합니다. 결국 사람들은 “이게 진짜 행복이 맞아?”라는 물음을 끊임없이 자문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거나 속이게 됩니다. 그러나 그것은 자가당착입니다. 하나님을 떠난 인간은 결코 진짜 기쁨에 이를 수 없습니다.
진짜 기쁨은 오직 하나님 안에 있습니다. 진짜 만족은, 창조주께서 우리를 ‘내 아들, 내 딸’이라 부르시는 그 음성에서만 나옵니다. 세상이 주는 어떤 이름보다도, 하나님께서 부르시는 그 이름, “내 사랑하는 자야, 내 기뻐하는 자야” 라는 부르심 안에 참된 영광이 있습니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기 위해 사는 존재가 아니라, 살아서 하나님의 이름으로 불리기 위해 살아야 할 존재입니다.
죽음 뒤에 남을 이름은 아무 소용 없습니다. 영혼이 살아 있을 때, 하나님의 이름으로 불리는 자가 되는 것이 진정한 복입니다.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하나님의 이름이 우리의 삶을 덮어야 합니다. 잠깐 있다 사라지는 이름이 아니라, 영원토록 기록될 생명의 책에 새겨지는 이름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세상의 이름을 좇아 아사(餓死)해가는 영적 기근 속에 방치된 채 살아가고 있지는 않습니까? 더 늦기 전에 돌아서야 합니다. 하나님께로. 그분만이 우리의 공허를 채우시고, 기근의 땅에 생명의 샘을 터뜨리시는 분입니다.
우리의 이름을 높이는 삶은 결국 우리를 사망으로 이끕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이름으로 불리는 삶은 우리를 영원한 생명과 기쁨으로 인도합니다.
이제, 그 이름으로 살아야 할 때입니다.
“내 이름으로 일컫는 내 백성이 그들의 악한 길에서 떠나 내 얼굴을 찾으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들의 죄를 사하고 그들의 땅을 고칠지라.”(역대하 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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