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호와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이스라엘 자손은 각각 자기의 진영의 군기와 자기의 조상의 가문의 기호 곁에 진을 치되 회막을 향하여 사방으로 치라."(민수기 2:1~2)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디에 서 있는가, 그리고 누구를 바라보며 움직이는가였습니다. 민수기 2장은 열두 지파가 어떻게 진을 치고, 어떻게 행진해야 하는지를 아주 세밀하게 기록합니다. 하지만 이 기록은 단순한 행정 보고서가 아닙니다. 하나님이 어떤 방식으로 당신의 백성을 이끄시는지, 백성이 어떻게 하나님과 동행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깊은 영적 그림이 담겨 있습니다.
진영의 중심에는 항상 하나님이 계셨습니다. 민수기 2장 2절은 이렇게 명령합니다. “회막을 향하여 사방으로 진을 치라.” 이스라엘은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나누어 진을 쳤지만, 그 중심에는 항상 회막, 곧 하나님의 임재가 있었습니다. 백성은 자신의 지파의 깃발 곁에 머물렀지만, 그 깃발이 향하는 방향은 언제나 성막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너희의 위치는 다르지만, 중심은 단 하나다. 너희의 기호도, 너희의 가문도, 너희의 숫자도 중심이 아니다. 내가 너희 가운데 거한다는 사실, 그것이 너희의 정체성이다.” 이스라엘의 광야 생활은 늘 불안했고, 생존 자체가 도전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들의 가장 한가운데 계심으로 광야에서조차 그들이 결코 버려진 민족이 아님을 보여주셨습니다.
싸움은 ‘무력 전쟁’이 아니라 ‘거룩의 전쟁’이었습니다. 신명기 1장에서 각 지파는 싸움에 나갈 만한 자들로 계수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싸움은 ‘칼을 든 전쟁’보다 훨씬 더 깊은 의미를 갖고 있었습니다. 거룩함과 비거룩함의 전쟁이었습니다. 거룩함은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이스라엘이 거룩한 군대가 된 이유는 그들이 잘 싸워서가 아니라, 어린 양의 피 아래 머물렀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아무리 강한 병거와 무기를 갖춘 민족이라도 하나님의 보호 아래 있지 않으면 육체일 뿐입니다. 오늘 우리의 전쟁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사람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의 비거룩함과 싸우는 영적 전쟁 속을 걷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싸움의 승리는 언제나 십자가 아래 머무는 것에서 나옵니다.
동서남북의 배열에는 깊은 하나님의 메시지가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진 편성은 우연이 아닙니다. 각 지파의 배치는 장차 오실 메시아, 그리고 하늘의 영원한 성소를 예표합니다. 동쪽은 유다, 잇사갈, 스불론입니다. 동쪽은 해가 떠오르는 방향이며, 성막의 동문은 하나님이 출입하시는 곳이었습니다. 그 자리를 유다가 맡은 것은, 장차 유다 지파에서 오실 메시아, 곧 예수 그리스도를 미리 보여주는 영적 상징입니다.
그리고 남쪽은 르우벤, 시므온, 갓입니다. 장자인 르우벤이 앞장서지 못한 이유는 장자권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혈통이나 자격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택과 은혜가 앞선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서쪽은 에브라임, 므낫세, 베냐민입니다. 요셉의 아들 에브라임과 므낫세는 장자권을 대신 받은 자들입니다. 하나님은 종종 인간의 기대와 규칙을 뒤집어 “은혜로” 새 질서를 세우십니다.
북쪽은 단, 아셀, 납달리입니다. 가장 뒤에서 행진하는 지파들이었지만, 이 또한 질서의 일부였습니다. 하나님은 각 지파를 자신의 자리와 역할 속에 두어 혼란이 아닌 질서로 인도하시는 분임을 보여주십니다.
행진 가운데 가장 앞에 선 것은 ‘언약궤’였습니다. 행진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나가는 것은 유다가 아니라 언약궤였습니다. 언약궤는 “하나님의 임재”의 상징입니다. 즉, 하나님은 백성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너희 앞서 가는 자는 사람이 아니라, 나다.” 우리의 인생 행진에서 앞서가는 것이 능력도, 지혜도, 경험도 아님을 기억하게 됩니다. 하나님이 먼저 가시고, 우리는 그 뒤를 따르는 것입니다.
구약의 장막과 진영은 하늘의 모형이었습니다. 히브리서 8장 5절은 말합니다. “그들이 섬기는 것은 하늘에 있는 것의 모형과 그림자라.” 광야의 진영 배치는 하늘의 참된 성소, 참된 하나님의 나라의 모형과 그림자였습니다. 그 실체는 건물이 아니라, 어린 양의 피로 씻긴 하나님의 백성입니다.
요한계시록 21장에서 새 예루살렘을 보면 그 성의 동서남북에 열두 문이 있고 그 문 위에는 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이름이 있습니다. 그리고 기초석에는 어린 양의 열두 사도의 이름이 있습니다. 구약의 열두 지파와 신약의 열두 사도는 결국 한 성전, 한 신부, 한 공동체로 완성됩니다. 그 신부가 누구입니까? 바로 그리스도의 피로 구속함을 받은 성도들입니다.
성도의 삶은 하나님을 중심에 두고 살아가는 진 편성입니다.이스라엘은 회막을 중심으로 진을 쳤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에게 하나님은 성경을 통해 이렇게 묻고 계십니다. “너의 중심에는 무엇이 있느냐?” 우리의 인생은 끊임없이 무언가가 중심으로 올라오려 합니다. 나의 계획, 나의 성공, 나의 걱정, 나의 상처…
그러나 성경은 거듭 우리에게 말합니다. 성막이 중심이어야 한다. 십자가가 중심이어야 한다. 하나님의 임재가 중심이어야 한다. 우리가 어디에 서 있든, 우리의 깃발이 무엇이든, 중심이 하나님이라면 우리는 올바르게 진을 친 것입니다.
하나님이 우리 가운데 계심을 기억하십시오. 광야의 삶은 누구에게나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바로 중앙에 성막을 두심으로 매일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너희 가운데 거한다. 너희는 나의 백성이다.” 그리고 예수님은 성막의 그림자를 완성하셔서 성령으로 이제 우리가 하나님의 거처가 되게 하셨습니다.
오늘도 우리의 삶 한가운데서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나를 중심에 놓아라. 그러면 나는 너의 삶을 인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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