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에는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서 믿음에 이르게 하나니 기록된 바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함과 같으니라."(로마서 1:17)
믿음은 어디서부터 시작될까요? 우리는 믿음을 ‘내가 하는 것’, ‘내가 붙드는 것’으로 종종 이해합니다. 하지만 사도 바울은 복음 안에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서 우리를 믿음에 이르게 한다고 말 이것은 믿음의 출처가 내가 아니라 하나님의 의라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하나님의 의는 곧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이루신 완전한 구속의 사역이며, 이것이 믿음을 낳고, 믿음을 자라나게 하며, 결국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아가게 합니다.
아브라함의 믿음은 어떤 ‘의지적 결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그의 믿음의 시작은, 자신을 불러내신 하나님의 일방적인 언약과 약속, 곧 하나님의 의로우심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은 점점 하나님의 성품과 약속을 알아가며, 그 의로우심에 근거하여 믿음을 배워갔습니다. 그러므로 믿음은 우리 안에서 솟아나는 열정이 아니라, 하나님의 의에서 흘러나오는 생명입니다.
그러면 내가 믿는 믿음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요? 혹시 우리는 "내 믿음이 작아서", "내 믿음이 흔들려서"라고 말하며 자책하거나 불안을 느끼지는 않습니까? 그러나 복음은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참된 믿음은 하나님의 의가 우리 안에서 역사하여 생긴 열매입니다. 우리의 믿음이 미약하게 느껴질수록, 우리는 내 믿음을 지탱하려 애쓰는 대신, 그 믿음을 가능케 하신 하나님의 의로우심을 더욱 바라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여전히 죄 가운데 있고, 여전히 흔들리며, 여전히 연약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의는 완전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단 한 번으로 모든 믿는 자를 의롭다 하기에 족합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믿음이 불완전할지라도, 하나님의 의는 완전하므로, 우리는 흔들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믿음으로 사는 삶은, 매일 하나님의 의를 다시 바라보는 삶입니다. 나의 기준과 나의 의, 나의 확신을 내려놓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나타난 하나님의 의로우심을 붙드는 삶입니다. 우리는 내 믿음의 근거가 내 감정이나 상황이 아니라, 십자가에서 드러난 하나님의 의로우심이라는 것을, 내 삶이 어두울 때에도, 그 의는 밝게 빛나고, 나의 손이 떨릴 때에도, 그 의는 나를 굳건히 붙드심을 다시 결단해야 합니다.
오직 의인은 하나님의 의에서 시작된 믿음으로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믿음은, 결코 실패하지 않습니다.
한 선교사 부부가 있었습니다. 둘은 젊은 나이에 결혼했고, 함께 선교의 부르심을 받고 아프리카로 떠났습니다. 그러나 선교지에서 아내는 심각한 말라리아에 걸렸고, 그 후유증으로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했습니다. 고된 선교지 생활에 병든 아내까지, 남편은 큰 시험에 들었습니다.
어느 날, 그는 하나님께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제가 가진 믿음이 너무 작습니다. 아내는 아픔 속에 있고, 제 사역도 막힌 것 같습니다. 제 믿음은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그는 선교지를 떠나기로 결심했고, 아내에게 이별을 고했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지만, 난 더 이상 하나님을 믿을 수 없을 것 같아. 내 믿음은 끝났어.” 그때 아내가 조용히 대답했습니다. “여보, 당신의 믿음이 끝나도 괜찮아요. 하나님은 당신을 끝까지 붙드실 거예요. 우리의 믿음은 우리가 쥐고 있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의가 우리를 붙들고 있는 거니까요.”
그 말에 남편은 주저앉아 울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이 하나님을 붙든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하나님이 자신의 믿음을 붙들고 계셨던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날 이후 그는 다시 선교지에 남기로 결심했고, 아내와 함께 병든 몸으로도 수많은 영혼에게 복음을 전하며 하나님의 의를 증언했습니다.
우리가 지닌 믿음은 때로 약해지고, 의심이 몰려올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참된 믿음은 우리의 결단이나 열심이 아니라, 하나님의 의로우심에 근거하여 우리를 끝까지 붙드시는 은혜로부터 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신을 바라보는 대신, 그 의로우신 하나님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오직 의인은 하나님의 의에서 비롯된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그 믿음은 흔들릴지언정, 결코 무너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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