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희는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으니 이것은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에베소서 2:8)
우리는 자주 ‘믿음’이라는 말을 듣습니다. 믿음으로 구원을 얻는다는 말도 수도 없이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막상 “믿음이란 무엇입니까?” 하고 물으면, 입을 열기가 쉽지 않습니다. 설명하려 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 어려워지는 것이 믿음입니다. 왜냐하면 믿음은 복잡한 논리보다, 너무나 단순한 진리이기 때문입니다. 그 단순함 속에 신비가 있고, 그 신비 속에 생명이 있습니다.
믿음은 아는 데서 시작됩니다. 성경은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는다”(롬 10:17)고 말합니다. 즉, 믿음은 아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듣지도, 알지도 못한 이를 믿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그분에 대한 어떤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신앙의 첫걸음은 언제나 말씀을 듣는 일입니다.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그분이 세상을 어떻게 창조하셨는지, 우리 인간이 왜 죄인인지, 그리고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어떤 구원을 이루셨는지를 배우고 아는 것입니다.
이 지식은 단순히 머리로만 아는 것이 아닙니다. 성령께서 우리의 귀를 열어 주실 때, 그 말씀은 가슴으로 스며듭니다. 그때 우리는 알게 됩니다. “하나님이 나를 아신다. 나를 사랑하신다. 그리고 나를 위해 독생자를 주셨다.” 그것이 믿음의 시작입니다.
바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그리스도와 그 부활의 권능과 그 고난에 참여함을 알고자 하여…”(빌 3:10) 그는 이미 예수를 만난 사람이었지만, 더 깊이 알고자 했습니다. 그리스도를 알수록 믿음은 자라납니다. 그분을 아는 지식 안에서 우리의 영혼은 생명을 얻습니다.
믿음은 진리에 ‘동의’하는 것입니다. 아는 것에서 멈추면 그것은 단순한 지식에 불과합니다. 믿음은 이제 그 지식이 참되다고 인정하는 것, 곧 동의(agreement)로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는 마음으로 하나님이 계심을 인정해야 합니다. 복음이 참되다는 사실에 마음으로 “아멘” 해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참 하나님이시며 참 사람이시고, 죄인을 위해 십자가에서 피 흘리셨다는 사실에 “그렇습니다, 주님, 그것이 진리입니다” 라고 동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동의는 단순한 논리적 수긍이 아닙니다. 그것은 영혼 깊은 곳에서의 확신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참되며, 그리스도의 피는 내 죄를 씻기에 충분하며, 그분의 십자가는 나를 위한 것이었다는 진실한 수용입니다. 믿음은 이렇게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식이 마음의 동의로 변하는 자리에서 자랍니다.
믿음의 완성은 전적인 ‘신뢰’입니다. 이제 믿음의 마지막 요소는 신뢰(trust)입니다. 이것은 믿음의 생명이며, 그 중심입니다. 지식이 머리의 문을 열었다면, 동의는 마음의 문을 여는 것입니다. 그리고 신뢰는 온몸을 맡기는 것입니다. 청교도들은 믿음을 “기대 누움(leaning)”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리스도께 기대어 눕는 것입니다. 그분의 은혜에, 그분의 피에, 그분의 약속에 자신을 완전히 맡기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예수님을 믿습니다.” 그러나 정말로 그분께 내 생명을 맡겼는가? 내 죄를, 내 두려움을, 내 영원을 그분께 던져놓았는가? 진짜 믿음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주님, 저는 더 이상 제 자신을 붙들 수 없습니다. 이제 오직 주님께 제 모든 것을 맡깁니다.” 이 신뢰가 있을 때, 믿음은 비로소 생명이 됩니다.
믿음은 맹목적인 것이 아닙니다. 믿음은 어둠 속으로 뛰어드는 맹목이 아닙니다. 믿음은 확실한 하나님의 말씀 위에 서는 것입니다. 믿음은 아무 근거 없는 감정이 아니라 하나님의 진리에 자신의 전 존재를 거는 것입니다. 우리가 믿는 이유는 하나님이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거짓말하지 않으시는 분입니다. 그분의 약속은 언제나 이루어집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내게 오는 자를 내가 결코 내어쫓지 아니하리라.”(요 6:37) 그 말씀을 붙잡는 것이 믿음입니다. 그분이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라”(요 4:14) 고 하셨다면, 우리는 그 말씀이 참되다고 믿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믿음이란, 그리스도께서 그분이 친히 말씀하신 그분이심을 믿고, 그분이 말씀하신 그대로 행하신다는 것을 신뢰하는 것입니다.
그분께 자신을 맡기는 순간 이제 우리는 이렇게 고백할 수 있습니다. “나에게 예수님은 자신이 말씀하신 그분이십니다. 그분은 내 죄를 위해 죽으시고, 나를 의롭다 하시며, 지금도 나를 위해 중보하십니다. 나는 그분의 약속에 나 자신을 맡깁니다.” 이것이 구원을 얻는 믿음입니다. 이 믿음을 가진 자는 결코 정죄함이 없습니다. 그의 삶에 어떤 실패가 있든, 어떤 고난과 흔들림이 있든, 그리스도를 신뢰하는 자에게는 영원한 생명이 주어졌습니다.
믿음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너무 단순해서 세상은 오히려 믿기 어려워합니다. 믿음은 내가 하는 행위가 아니라, 하나님께 자신을 맡기는 관계의 고백입니다. 그리스도의 품에 기대어 누우십시오. 그분의 십자가 아래에서 모든 짐을 내려놓으십시오.
그러면 주님이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를 안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 그리고 너는 내 것이다.” 그때 비로소 우리의 영혼은 안식합니다. 이것이 믿음입니다. 이것이 은혜로 말미암아 얻는 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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