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지를 다시 일구는 용기

우리는 종종 마음이 무너지고, 삶이 황폐해져 버린 듯한 시간을 맞이합니다. 이전에는 분명히 열심히 살았고, 신앙 안에서도 힘있게 걸어가던 때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 스스로를 돌아보면 잡초가 무성한 밭처럼 방치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기도의 열심도 사라지고, 말씀에 대한 갈급함도 희미해지고, 마음은 점점 굳어져 버려서 ‘과연 내가 다시 예전처럼 회복할 수 있을까?’ 하는 절망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때 우리는 눈앞에 가로막힌 현실만을 바라보며 아예 시작할 엄두조차 내지 못합니다.

사막의 수도승 전통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는 이런 우리의 모습을 잘 비추어 줍니다. 한 수도사가 무너진 자신을 보며 회복할 용기를 내지 못했을 때, 스승은 불모지가 된 밭의 비유를 들려주었습니다. 처음 그 땅에 발을 들인 아들은 온통 잡초와 엉겅퀴뿐인 현실에 압도되어 도무지 손을 쓸 수 없다고 느꼈습니다. 결국 그는 일을 시작하지도 못한 채 땅에 누워 낙담 속에 잠만 잤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합니다. “네가 누워 있던 자리만큼만이라도 하루에 일구어 보아라.” 작은 한 걸음, 아주 작은 시도로 시작하라는 지혜였습니다. 아들은 그 말을 따르자 막막하던 일이 한 뼘씩 열리기 시작했고, 마침내 불모지 전체를 경작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내적 삶도 이와 같습니다. 갑자기 모든 것을 한꺼번에 바로잡을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 막막함 때문에 더 쉽게 주저앉아 버리게 됩니다. 그러나 오늘 내가 있는 그 자리, 오늘 내가 깨어 있는 그 순간만큼은 바꿀 수 있습니다. 마치 내가 앉아 있는 땅 한 뼘만큼을 일구듯, 오늘 하루를 하나님 앞에 정직하게 살아내고, 무너져 있는 기도의 자리에 다시 한 번 앉아 보는 것입니다. 어제보다 길게 기도하지 못하더라도, 오늘 단 한 마디 진실한 고백을 올려드릴 수 있다면 그것이 새로운 경작의 시작입니다. 말씀 한 장을 붙잡고 씨름하는 작은 순종이라도 있다면, 그것이 곧 불모지를 일구는 용기가 됩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너희의 믿음의 시련이 인내를 만들어 내는 줄 너희가 앎이라. 인내를 온전히 이루라. 이는 너희로 온전하고 구비하여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하려 함이라”(야고보서 1:3~4)라고 말씀합니다. 인내란 거창한 의지력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포기하지 않고 한 뼘 더 나아가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하루아침에 완벽해지기를 기대하지 않으십니다. 다만 우리가 오늘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그분을 향해 작게라도 발걸음을 내딛기를 원하십니다. 그 작은 걸음이 모여 마침내 불모지 같은 인생을 옥토로 바꾸시는 분이 바로 하나님이십니다.

사막의 교부들이 전해 준 지혜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그대로 유효합니다. 삶이 무너져 내린 듯 느껴질 때, 너무 멀리 내다보며 스스로 좌절하지 마십시오. 오늘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단 한 걸음만 믿음으로 내딛어 보십시오. 그 자리를 조금씩 일구다 보면, 어느새 잡초투성이 같던 마음이 은총의 빛으로 물들어가고, 다시 평화의 밭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불모지 같은 나의 삶을 두려워하지 맙시다. 잡초투성이 마음밭 앞에서도 주저앉지 맙시다. 오늘 하루 내가 앉은 자리만큼만, 하나님께 드릴 수 있는 기도를 올리고, 작은 순종을 실천해 보십시오. 그 작은 용기와 인내를 통해 하나님은 반드시 우리를 회복시키시고, 은총의 평화 속으로 다시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