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사람이 현자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스승을 모셨기에 후계자가 될 수 있었습니까?”
현자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스승은 그저 자신이 가르치고자 하는 바를 가르쳐 주셨고, 나는 그것을 배우려 했을 뿐이네. 스승께서 늘 말씀하시기를, ‘나는 제자들을 다 똑같이 가르칠 수 없다. 어떤 제자는 묻기만 하고, 어떤 제자는 면담만 청하고, 어떤 제자는 자기 이론을 세우기에만 바쁘다. 그런 제자들은 결국 자기 아는 것만 되풀이해서 배우는 데 그칠 뿐이다’라고 하셨지. 그래서 나는 스승께 이렇게 말씀드렸네. ‘스승님, 제게 가르쳐주실 수 있는 바를 가르쳐 주시고, 제가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도 일러 주십시오.’ 그 겸손한 자세가 내가 후계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라네.” 이 짧은 대화 속에는 배움의 본질이 담겨 있습니다.
배움은 겸손에서 시작됩니다. 우리는 흔히 배우고자 하지만, 사실은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거나 확증하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질문을 해도 자기 생각을 드러내기 위한 질문이고, 면담을 청해도 자기 주장에 대한 동의를 얻고자 할 때가 많습니다. 결국 자기 틀을 벗어나지 못한 채, 배움은 새로운 생명이 아니라 단순한 반복이 되고 맙니다.
겸손한 제자는 “저를 가르쳐 주십시오. 그리고 제가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도 알려 주십시오”라고 고백합니다. 이는 단순히 정보를 얻고자 하는 태도가 아니라, 자신을 비우고 새로운 것을 담으려는 준비된 마음입니다. 진짜 배움은 그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우리가 세상을 볼 때, 대체로 한쪽 면만을 봅니다. 마치 나무를 옆에서 바라보는 것과 같습니다. 눈에 보이는 줄기와 가지가 전부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나무의 일부일 뿐입니다. 땅속 깊이 뻗어 내린 뿌리는 보이지 않습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전체 모습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스승은 더 멀리, 더 깊이, 더 넓게 볼 수 있는 사람입니다. 마치 숲의 전체를 꿰뚫어 보는 눈처럼, 우리가 보지 못하는 뿌리와 전체 형상을 보는 이입니다. 그러니 배우는 자는 자신의 눈으로 확인되는 한 조각만 붙잡고 고집하기보다, 스승의 시선을 따라 더 깊은 차원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배움에는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하나는 내가 이미 아는 것을 되풀이하는 답습의 길입니다. 이 길에서는 새로운 열매가 자라지 않습니다. 다른 하나는 자기 생각과 지식을 내려놓고, 스승이 주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겸허한 배움의 길입니다. 그 길에서야 비로소 배우는 자의 마음 밭에 새로운 씨앗이 뿌려지고, 시간이 지나 푸른 싹이 돋아납니다.
옛말에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 했습니다. 쪽빛은 쪽풀에서 나오지만 쪽풀보다 더 푸르다는 말입니다. 진정한 배움은 스승보다 더 깊이, 더 넓게, 더 밝게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줍니다. 그것은 단순히 스승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스승을 통해 배운 진리가 제자 안에서 새롭게 꽃피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원리는 우리의 영적 삶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성경은 단순한 정보의 책이 아닙니다. 그 말씀은 하나님이 주신 생명의 씨앗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미 가진 생각, 전통, 편견만 붙잡고 성경을 읽는다면, 결국은 내가 아는 것만 다시 확인하는 데 그치고 맙니다.
그러나 말씀 앞에 자신을 낮추고, “주님, 제가 어떻게 들어야 합니까? 어떻게 배워야 합니까?”라고 겸손히 엎드린다면, 성령께서 우리의 눈을 열어 주십니다. 그때 우리는 나무의 옆모습이 아니라, 뿌리와 전체 숲의 조화를 보게 됩니다.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삶을 변화시키는 진리가 우리 안에 피어나게 됩니다.
진짜 배움은 단순한 반복이 아닙니다. 배움은 나를 비우고, 스승의 시선을 따라, 진리가 나를 새롭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스승의 가르침을 넘어서는 생명을 얻고,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 심으신 진리가 꽃피어, 청출어람의 은혜를 경험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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