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은 판화이고
봄은 수채화이며
여름은 유화이고
가을은 이 모든 것의 모자이크다.
- 스탠리 호로위츠
바람이 불어오고 나뭇잎들은 서두릅니다. 태양이 빛나고 대자연의 무지개가 반짝입니다. 이 모든 창조의 아름다움을 경외의 눈빛으로 바라보며 지금 이 순간을 잡으려 애를 써봅니다.
어쩌면 놓아주는 것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아닐까요. 그저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수만 있다면! 오늘과 내일은 지워버리고 지금 이 순간의 놀라운 아름다움에 빠져들어 보십시오.
겨울은 판화이고, 봄은 수채화이며, 여름은 유화이고, 가을은 이 모든 것의 모자이크다. 스탠리 호로위츠의 이 한 문장은 계절의 변화 속에서 삶의 색감과 결을 정교하게 포착해냅니다. 판화처럼 선명하고 절제된 겨울, 수채화처럼 연하고 흐르는 봄, 두껍고 농밀한 유화의 여름,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조각처럼 품은 가을. 계절은 늘 흘러가고 있지만, 그 속엔 멈추어 있는 듯한 찰나의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그 아름다움을 붙잡고 싶어 합니다. 노을이 지는 풍경, 사랑하는 사람의 미소, 아이의 손에 남은 온기, 바람 속에 실린 가을 냄새. 모두 ‘이 순간’ 안에 있으나, 우리의 마음은 대부분 어제에 얽매여 있거나 내일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붙잡고 싶은 마음, 혹은 잃어버릴까 봐 불안해하는 마음은 오히려 그 순간을 온전히 살아내지 못하게 합니다.
"보라 지금은 은혜 받을 만한 때요, 보라 지금은 구원의 날이로다" (고린도후서 6:2) 하나님은 우리가 지금을 살아가길 원하십니다. 과거의 죄책감에 붙들려 있거나 미래의 염려로 짓눌려 있지 말고, 바로 지금, 이 순간 안에서 하나님이 주신 은혜를 누리기를 원하십니다. 우리가 사는 이 하루가 바로 그분이 지으신 날이며, 그 날은 기뻐하고 즐거워할 이유가 충분한 날입니다(시편 118:24).
하지만 우리는 자꾸만 마음을 붙잡습니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미련, 붙들고 싶은 관계, 통제하고 싶은 상황. 그 모든 것들이 우리를 ‘지금’에서 밀어내 버립니다. 영혼은 과거에 가 있고, 생각은 미래로 가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삶은 늘 현재를 통과하면서도, 현재를 살지 못하는 상태에 머물러 있게 됩니다.
놓아주어야만 손에 쥘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누구든지 자기 생명을 구원하고자 하면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와 복음을 위하여 자기 생명을 잃으면 구원하리라”(마가복음 8:35)
이는 역설처럼 들리지만 진리입니다. 진정한 소유는 내려놓음으로 시작됩니다. 사랑도 그렇습니다. 소유하려는 사랑은 불안과 질투로 얼룩지지만, 놓아줄 줄 아는 사랑은 자유와 신뢰로 충만합니다. 기쁨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쁨을 붙잡으려 할수록 그것은 달아나고, 마음을 비우고 맡길 때 그 기쁨은 가만히 찾아와 우리 안에 머뭅니다.
계절도, 관계도, 인생도 모두 흘러갑니다. 붙잡는다고 머물러주지 않고, 밀어낸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놓아주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아쉬움도, 기대도, 슬픔도, 기쁨도. 놓아줄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놓아주는 것은 포기가 아니라 믿음입니다. 붙잡는 것은 내가 통제하겠다는 태도이지만, 놓아주는 것은 하나님께 맡기겠다는 믿음입니다.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오늘을 살 수 있는 이유는, 내일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주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하니라.” (마태복음 6:34)
지금 이 순간, 창조의 숨결이 들려옵니다.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고, 햇살이 창가에 내려앉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놓아주면 들립니다. 느껴집니다. 눈부시도록 충만한 하나님의 임재가, 바로 지금, 이 순간 속에 살아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은 거대한 작품이 아닙니다. 오히려 수많은 순간들의 조각들이 모인 모자이크입니다. 그 한 조각 한 조각을 눈을 뜨고 바라볼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삶은 의미 있고 완전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이 지나가도록 허락해 주는 것, 붙잡지 않고 보내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삶을 깊고 풍성하게 만드는 길입니다.
이제 이렇게 기도해보면 어떨까요?
“주님, 붙잡지 않겠습니다. 흘러가는 시간도, 떠나가는 사람도, 이해되지 않는 순간도 모두 주님께 맡기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의 숨결을 통해 주님의 사랑과 평안을 느끼게 해주십시오. 오늘을 놓치지 않게 하소서.”
놓아주는 연습, 그것이 곧 믿음의 훈련입니다. 그리고 그 끝엔, 하나님이 선물하시는 ‘지금 여기의 은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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