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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붙잡지 말고 놓아주어라

by HappyPeople IN JESUS 2025. 9. 10.

겨울은 판화처럼 단순하고 선명합니다. 나무의 뼈대가 드러나고, 흰 눈은 마치 새하얀 종이에 새겨진 선처럼 차갑지만 정직합니다. 봄은 수채화 같습니다. 연약한 빛과 색이 번져 나가듯, 새로운 생명이 스며들고 희망이 조심스럽게 피어납니다. 여름은 유화입니다. 두텁게 덧칠된 생명의 무게, 짙은 녹음과 뜨거운 햇살이 온 땅을 가득 채웁니다. 그리고 가을은 이 모든 계절의 흔적이 모여 이루어진 모자이크입니다. 화려한 빛깔이 조각조각 이어지며, 지난 시간들이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다가옵니다.

우리는 이런 자연의 변화를 바라보며 무언가를 붙잡고 싶어집니다. 바람이 불면 흩날리는 낙엽을 붙잡고 싶고, 노을이 물드는 하늘을 사진에 담아 영원히 간직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애써도 바람은 멈추지 않고, 햇살은 금세 저물며, 계절은 다시 흘러갑니다. 붙잡으려는 순간, 이미 손끝에서 빠져나갑니다.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지나간 어제를 붙잡고 후회하거나, 오지 않은 내일을 붙잡으려 염려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붙잡으려 애쓸수록 우리의 손에는 허공만 남습니다. 어쩌면 문제의 해결은 붙잡는 데 있지 않고, 놓아주는 데 있을지도 모릅니다. 집착을 내려놓을 때 마음은 비워지고, 비워진 그 자리에 비로소 지금 이 순간의 선물이 들어옵니다.

오늘 하루를 선물로 받아들여 보십시오. 눈앞의 한 줄기 빛, 창밖에 불어오는 바람,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의 숨결… 이 모든 것이 지나가는 순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지금이라는 영원의 자리에서만 누릴 수 있는 은혜입니다. 내일의 불안으로 이 순간을 놓치지 말고, 어제의 아픔으로 오늘을 흐리지 마십시오.

붙잡지 말고 놓아주십시오. 그러면 비로소 자유가 찾아옵니다. 내 마음을 얽어매던 욕심과 두려움이 풀어지고, 삶은 자연의 계절처럼 제 갈 길을 갑니다. 우리가 할 일은 억지로 움켜쥐는 것이 아니라, 열려 있는 눈으로 경이롭게 바라보는 것입니다.

오늘,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하나님의 은혜가 가장 가까이 다가와 있는 시간입니다. 어제를 지우고 내일을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십시오. 그 안에서 우리는 자유를 배우고, 감사와 평안을 맛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