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은 언제나 직선적이지 않습니다. 때로는 한 걸음 나아가기보다 한 걸음 물러서야 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혼란의 소용돌이가 몰아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모든 문제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모든 싸움에 참여하려 드는 것은 지혜가 아닙니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대응이 될 수 있습니다. 사태를 관망할 줄 아는 태도, 그것은 결코 나약함이 아니라 깊은 통찰에서 비롯된 용기입니다.
바다를 항해하는 배가 폭풍을 만났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방향을 조절하여 얕고 안전한 항구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무턱대고 풍랑 속으로 들어간다면 배는 금세 전복되고 말 것입니다. 우리의 삶도 이와 같습니다. 갈등과 오해, 분노와 불안의 폭풍이 몰아칠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말하고, 해명하고, 주장하고, 싸우려 합니다. 그러나 그럴 때일수록 안전한 항구로 돌아가는 것이 지혜입니다. 감정을 내려놓고, 생각을 가라앉히고, 상황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 관망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사건의 본질을 더 정확히 꿰뚫어볼 수 있게 됩니다.
한의학에는 "약이 병을 만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약을 너무 많이 쓰거나, 잘못된 때에 투여하면 오히려 병세를 악화시킨다는 뜻입니다. 현대의학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은 종종 있습니다. 어떤 감기에는 약을 쓰기보다 휴식과 수분 섭취만으로 회복을 유도하는 것이 오히려 더 효과적일 때가 있습니다. 이런 예는 우리의 인간관계나 조직생활에서도 자주 나타납니다. 누군가와 갈등이 생겼을 때, 무조건 바로 대화를 시도하거나, 설명하려 들면 그게 오히려 더 큰 감정의 충돌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침묵이, 거리두기가, 때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무처방’이 최고의 ‘처방’이 될 수 있습니다.
한 마을에 두 친구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오해로 인해 두 사람 사이에 심한 말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그 중 한 명이 무조건적으로 사과하거나, 중재자를 세워 대화를 시도하자고 조언했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는 말없이 며칠 동안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마을의 어른에게 조용히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샘물을 휘저으면 흙탕물이 되지. 그럴 땐 가만히 두는 게 가장 빨리 맑아지는 법이야.” 며칠이 지나자 오해였던 부분이 자연스럽게 풀렸고, 두 사람은 아무런 말 없이 다시 예전처럼 어깨를 나란히 했습니다. 말보다 시간이, 해명보다 침묵이 관계를 살린 것입니다.
현대사회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며, 빠르게 반응하는 사람을 성공적인 사람으로 여깁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다림’이나 ‘물러섬’, ‘침묵’ 같은 것들을 약함이나 패배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성경 속에도, 역사 속의 지혜자들도 때로는 ‘물러섬’을 통해 더 큰 승리를 이루어낸 경우가 많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체포하려는 병사들에게 맞서 싸우지 않으셨고, 베드로가 칼을 휘두를 때조차 “칼을 쓰는 자는 칼로 망하리라”고 하셨습니다. 침묵은 그분의 무력함이 아니라, 하나님의 더 크고 깊은 뜻을 성취하기 위한 관망의 여정이었습니다.
살다 보면 우리는 무언가를 “바로잡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입니다. 그 충동은 때로는 의로움에서, 때로는 자존심에서, 때로는 두려움에서 비롯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기억하십시오. 흐려진 물은 휘젓지 말고 그대로 두어야 다시 맑아집니다. 혼란의 순간에는 판단을 보류하고, 행동을 멈추고, 조용히 기다릴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것은 겁쟁이의 태도가 아니라, 인생이라는 깊은 강을 항해할 줄 아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고요한 용기입니다.
당신이 오늘 겪는 소용돌이도 결국 지나갈 것입니다. 그때까지는, 다만 기다리십시오. 그리고 기도하십시오. 하나님은 폭풍 뒤의 고요 속에서 일하시는 분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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