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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이야기

산상수훈 - 팔복의 첫걸음은 가난한 마음

by HappyPeople IN JESUS 2025. 8. 19.

프라 안젤리코, <산상수훈>, 1442, 이탈리아 피렌체 산 마르코 박물관

"예수께서 무리를 보시고 산에 올라가 앉으시니 제자들이 나아온지라 입을 열어 가르쳐 이르시되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배부를 것임이요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라 나로 말미암아 너희를 욕하고 박해하고 거짓으로 너희를 거슬러 모든 악한 말을 할 때에는 너희에게 복이 있나니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하늘에서 너희의 상이 큼이라 너희 전에 있던 선지자들도 이같이 박해하였느니라."(마태복음 5:1~12)

마태복음 5장은 우리가 잘 아는 "산상수훈"으로 시작됩니다. 예수님은 무리를 보시고 산에 올라가 앉으셨습니다. 수많은 군중이 따라왔지만, 성경은 “제자들이 나아온지라”라고 기록합니다. 주님은 많은 사람 앞에서 웅장한 설교를 하시기보다, 가까이 다가온 제자들에게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마치 조용한 산속에서 제자들과 마주 앉아 깊은 가르침을 나누시는 모습입니다.

프라 안젤리코가 그린 그림에도 이 분위기가 잘 담겨 있습니다. 산은 울창한 나무도 없는 황량한 돌산이지만, 그 단순함은 오히려 말씀을 강조합니다. 제자들의 옷은 저마다 다른 색깔을 하고 있지만, 그들이 고요히 앉아 있는 모습은 통일된 질서를 이루고 있습니다. 모든 시선은 예수님께 집중됩니다. 세상의 화려함이 사라지고 오직 말씀만 남는 순간입니다.

예수님의 첫 말씀은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마 5:3)였습니다. 흥미롭게도 누가복음에서는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눅 6:20)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마태는 ‘심령의 가난’을, 누가는 ‘삶의 가난’을 강조한 것입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
가난’은 단순히 가진 것이 적은 정도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아무 힘도 능력도 없어,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절박한 상태를 가리킵니다. 다시 말해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사람, 자기 자신을 붙들 힘이 없어 오직 하늘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사람을 뜻합니다.

예수님은 바로 그런 자들을 복되다 하셨습니다. 세상은 힘 있는 자, 가진 자, 능력 있는 자를 부러워하지만, 주님은 마음이 비워진 자, 자기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고백하는 자를 귀히 여기십니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만이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종종 물질의 풍요가 우리를 안전하게 만든다고 착각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풍족할수록 하나님을 덜 찾게 되고, 가난할수록 하나님께 매달리게 됩니다. 그러므로 ‘
심령이 가난하다’는 것은 단지 가난한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힘을 내려놓고 하나님을 향한 겸손한 마음을 지니는 것을 뜻합니다.

예수님은 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주리고 목마른 자를 돌보지 않은 자는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마 25:31~46). 가난한 자의 곁에 서 있는 것은 곧 예수님을 섬기는 일이며, 그들의 필요를 채우는 것은 곧 주님의 뜻을 행하는 것입니다. 주님은 가난한 자를 외면하지 않으시고, 그들을 통해 우리를 시험하시며, 우리의 사랑이 참된 것인지 드러내십니다.

그림 속 황량한 산을 묵상하다 보면, 마치 우리 인생과도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겉으로 보기엔 척박하고 메마른 돌산 같지만, 그곳에 앉아 계신 예수님이 계시기에 은혜의 자리로 변합니다. 제자들 옷의 화려한 색이 척박한 산과 대비를 이루듯, 우리의 평범한 일상도 주님이 함께하실 때 생명의 빛으로 물듭니다.

팔복의 첫 말씀은 ‘
가난’으로 시작됩니다. 왜일까요? 그것은 하나님 나라의 문이 교만한 자에게는 닫혀 있고, 낮아진 자에게는 활짝 열려 있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마음은 겸손이며, 겸손은 하나님을 향한 의존입니다. 자기 힘으로 살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결코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아무 것도 아님을 인정하고 하나님만 바라보는 사람은 이미 천국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도 가난한 마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하나님 없이는 숨조차 쉴 수 없음을 고백하며, 주님의 은혜만이 나의 전부임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팔복의 첫걸음입니다. 그리고 그 마음을 가진 자가 참으로 복 있는 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