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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이야기

백부장의 믿음 - 말씀만 하옵소서

by HappyPeople IN JESUS 2025. 8. 19.

베로네세, <예수님과 백부장>, 1575~1580,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예수께서 가버나움에 들어가시니 한 백부장이 나아와 간구하여 이르되 주여 내 하인이 중풍병으로 집에 누워 몹시 괴로워하나이다 이르시되 내가 가서 고쳐 주리라 백부장이 대답하여 이르되 주여 내 집에 들어오심을 나는 감당하지 못하겠사오니 다만 말씀으로만 하옵소서 그러면 내 하인이 낫겠사옵나이다 나도 남의 수하에 있는 사람이요 내 아래에도 군사가 있으니 이더러 가라 하면 가고 저더러 오라 하면 오고 내 종더러 이것을 하라 하면 하나이다 예수께서 들으시고 놀랍게 여겨 따르는 자들에게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스라엘 중 아무에게서도 이만한 믿음을 보지 못하였노라. 예수께서 백부장에게 이르시되 가라 네 믿은 대로 될지어다 하시니 그 즉시 하인이 나으니라."(마태복음 8:5~10, 13)

예수님이 가버나움에 들어가셨을 때, 한 로마 백부장이 다가와 간청했습니다. 그의 하인이 중풍으로 누워 몹시 괴로워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당시 하인은 ‘
사람’이라기보다는 ‘살아 있는 재산’에 불과했습니다. 병들거나 일할 수 없게 되면 버려져도 누구도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백부장은 달랐습니다. 그는 하인을 단순한 도구로 대하지 않고, 사랑과 연민의 대상으로 대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 나아가 하인의 치유를 구했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 요청을 들으시고 곧장 “
내가 가서 고쳐 주리라” 하셨습니다. 그분의 마음에는 차별이 없으셨습니다. 로마의 군인, 더구나 유대 민족을 억압하는 고위 장교라 할지라도, 그를 외면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그 다음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백부장은 즉시 대답했습니다.

“주여, 제 집에 들어오심을 나는 감당하지 못하겠습니다. 다만 말씀만 하옵소서, 그러면 제 하인이 낫겠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예수님께서 직접 집에 오시겠다 하셨을 때, 기뻐하며 모셔 들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백부장은 오히려 감히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군대의 지휘관이기에 명령만으로도 일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천지를 지으시고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께서는 말씀만 하셔도 충분히 능력이 나타나리라는 것을 믿었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 고백을 들으시고 크게 놀라셨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스라엘 중 아무에게서도 이만한 믿음을 보지 못하였다.”

예수님의 제자들조차도 아직 그분을 온전히 알지 못했을 때, 이방인 로마 백부장은 주님의 권세와 말씀의 능력을 확신했습니다. 그 겸손과 믿음은 예수님의 마음을 감동시켰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하인은 나음을 입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묵상할 때마다 자연스레 내 마음을 비추어 보게 됩니다. 나는 백부장처럼 ‘
말씀만으로 충분하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가? 아니면 눈에 보이는 증거와 손에 잡히는 결과가 있어야만 안심하는 믿음인가?

백부장은 예수님을 자기 집에 모시는 것조차 감당할 수 없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는 예수님 앞에서 철저히 낮아졌습니다. 반대로 우리는 종종 예수님께 무엇인가를 요구하면서, 마치 내가 받을 자격이 있는 것처럼 당당하게, 때로는 교만하게 기도할 때가 있습니다. “
주님, 저를 축복해 주셔야 하지 않습니까? 제가 이렇게 열심히 신앙생활했는데 왜 응답하지 않으십니까?”라고 속으로 불평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백부장의 태도는 정반대였습니다. 그는 예수님의 자비가 너무 크고 귀하여, 자신은 감히 그 은혜를 받을 만한 존재가 아니라고 여겼습니다. 바로 그 겸손이 믿음을 더욱 빛나게 했습니다. 믿음은 단순히 무언가를 강하게 원하는 힘이 아니라, 예수님의 능력을 인정하고 내 무력함을 고백하는 자리에서 시작됩니다.

백부장의 믿음이 특별했던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는 말씀의 권세를 믿었기 때문입니다. 자기 군사들이 명령에 절대적으로 순종하듯, 예수님의 말씀 앞에서도 그와 같은 권세가 작동한다는 사실을 확신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
말씀만 하옵소서”라고 담대히 말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우리의 삶에도 동일한 믿음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종종 기적이나 눈에 보이는 증거를 원합니다. 그러나 참된 믿음은 말씀 앞에 서서, 그 말씀이 곧 현실이 될 것을 신뢰하는 데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아도, 말씀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확신 말입니다.

백부장의 믿음은 우리에게 세 가지 도전을 줍니다.
첫째, 겸손한 마음으로 예수님께 나아가라. 우리는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은혜로 주님 앞에 설 수 있습니다. 늘 겸손히, 감당할 수 없는 은혜 앞에 서 있는 존재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둘째, 사랑으로 간구하라. 백부장은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하인을 위해 간청했습니다. 사랑은 참된 믿음을 낳습니다. 우리의 기도 또한 나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웃과 공동체를 향해 넓어져야 합니다.

셋째, 말씀만으로 충분하다는 믿음을 가지라. 기적의 증거보다 더 확실한 것은 말씀 자체입니다.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믿음이 우리를 살리고,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며, 우리의 기도를 응답하게 합니다.

“주여, 말씀만 하옵소서.” 백부장의 이 고백은 단순히 병 고침을 구한 말이 아니라, 예수님을 전능하신 주로 인정한 신앙의 선언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도 이 고백을 드릴 수 있다면, 예수님께서 동일한 말씀을 들려주시지 않을까요? “가라, 네 믿은 대로 될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