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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이야기

마르다와 마리아 - 분주한 손과 고요한 귀

by HappyPeople IN JESUS 2025. 8. 23.

디에고 벨라스케스, <마르다와 마리아>, 1620, 영국 런던 내셔널 갤러리

"그들이 길 갈 때에 예수께서 한 마을에 들어가시매 마르다라 이름하는 한 여자가 자기 집으로 영접하더라 그에게 마리아라 하는 동생이 있어 주의 발치에 앉아 그의 말씀을 듣더니 마르다는 준비하는 일이 많아 마음이 분주한지라 예수께 나아가 이르되 주여 내 동생이 나 혼자 일하게 두는 것을 생각하지 아니 하시나이까 그를 명하사 나를 도와 주라 하소서 주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마르다야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나 몇 가지만 하든지 혹은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 마리아는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누가복음 10:38~42)

누가복음 10장의 장면은 참으로 우리 일상과 닮아 있습니다. 예수님을 자기 집으로 영접한 마르다는 분주합니다. 손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마음은 여러 가지 생각으로 가득합니다. 무엇을 차려야 할까, 어떻게 더 정성스럽게 대접할까, 손님이 불편하지 않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그녀는 예수님을 사랑했기에 최선을 다해 섬기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중요한 순간을 놓치고 있었습니다. 정작 예수님 앞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듣는 자리는 비워둔 것입니다.

마르다의 불편한 마음은 동생 마리아를 향한 불평으로 터져 나왔습니다. “
주여, 내 동생이 나 혼자 일하게 두는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시나이까?” 그 속에는 억울함과 섭섭함이 섞여 있습니다. 자신은 수고하는데, 마리아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시선은 달랐습니다. 주님은 마르다를 책망하신 것이 아니라, 그녀의 마음이 얼마나 무겁고 분주한지 아셨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셨습니다. “마르다야,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나, 몇 가지만 하든지 혹은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 마리아는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

벨라스케스의 그림은 이 장면을 극적으로 보여 줍니다. 전면에 놓인 어수선한 부엌, 절구질로 상기된 마르다의 얼굴, 분주한 손길들, 그러나 뒤편 거울 속에는 조용히 앉아 말씀을 듣는 마리아와 온화한 예수님의 모습이 비칩니다. 바쁘게 움직이는 공간과 고요히 말씀을 듣는 자리의 대비는, 마치 우리 삶을 두 갈래로 나누어 보여주는 듯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진리를 배웁니다. 예수님은 봉사를 하찮게 여기신 것이 아닙니다. 마르다는 신실한 믿음을 가진 여인이었고, 그 섬김은 귀한 열매였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균형입니다. 봉사에 매여 말씀을 놓치면, 결국 우리가 누구를 위해 봉사하는지 잊게 됩니다. 또 반대로, 말씀만 듣고 봉사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다면, 그 말씀은 삶으로 열매 맺지 못합니다.

오늘 우리의 모습은 어떠합니까? 혹시 ‘
주님을 위해’라 하면서도 정작 주님과 함께 머물 시간을 잃어버린 채, 바쁘게만 움직이고 있지는 않습니까? 혹은 말씀을 듣는 자리에는 있으나, 실제 삶에서 손을 내밀어 섬기는 봉사는 미루고 있지는 않습니까?

주님은 우리에게 한 가지를 가르치십니다. “
먼저 내 앞에 앉아라. 나와 함께하라. 그러면 너의 봉사도, 너의 섬김도, 너의 삶도 빛을 잃지 않을 것이다.” 마르다의 손과 마리아의 귀, 둘 다 필요합니다. 그러나 순서는 분명합니다. 먼저 주님의 발 앞에 앉는 것, 거기서 흘러나오는 은혜로 다시 손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균형 잡힌 제자의 삶은 바로 그 자리에서 시작됩니다.

오늘 나는 어떤 모습일까요? 주님의 발치에 앉아 그분의 음성에 귀 기울이고 있습니까, 아니면 여전히 손에 들린 절구질 소리에 마음이 묻혀 있습니까? 주님은 오늘도 부드럽게 말씀하십니다. “
마르다야, 마르다야…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