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날은 모든 것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오늘이 인생의 최저점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시간이 가르쳐 준 한 가지 사실을 압니다. 삶은 계속된다는 것입니다. 오늘이 아무리 어둡게 보여도, 내일은 또 다른 얼굴로 우리 앞에 옵니다. 이것은 막연한 낙관이 아니라, 수없이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났던 삶의 증언입니다. 신앙은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보장이 아니라, 상황과 무관하게 하나님이 여전히 일하고 계시다는 신뢰에서 자랍니다.
비 오는 날, 잃어버린 가방, 엉킨 크리스마스트리 전구, 인생의 본질은 이런 사소한 순간에 드러납니다. 계획이 어그러질 때, 통제할 수 없는 혼란 앞에서 우리는 그 사람의 내면을 보게 됩니다. 위기 앞에서 드러나는 태도는 그가 무엇을 의지하며 살아가는지를 말해 줍니다. 신앙 역시 웅장한 고백보다, 이런 사소한 불편 앞에서 드러나는 반응 속에 더 분명히 나타납니다.
부모와의 관계가 어떠했든, 그들이 삶에서 사라지고 난 후 우리는 비로소 그 존재의 자리를 느끼게 됩니다. 이해하지 못했던 말들, 답답하게 느껴졌던 간섭들이 시간이 지나 사랑의 언어였음을 알게 됩니다. 사랑은 언제나 당연하게 주어지지만, 그 가치는 부재를 통해 선명해집니다. 이 깨달음은 우리로 하여금 아직 곁에 있는 이들을 더 깊이 품게 합니다.
생계와 삶은 다릅니다. 먹고 사는 일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생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삶은 의미를 향해 숨 쉬는 것이고, 관계 속에서 존재를 나누는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바쁨 속에서 살아 있다고 착각하지만, 정작 살아 있음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신앙은 우리를 다시 삶으로 불러냅니다. 목적 없는 분주함에서 벗어나, 왜 살아가는지를 묻게 합니다.
삶은 종종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실패가 끝이 아니라 배움이 되는 순간,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됩니다. 회복은 완벽함에서 오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용기에서 옵니다. 신앙은 바로 이 두 번째 기회를 믿는 태도입니다. 넘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손을 내미시는 하나님의 성품을 신뢰하는 것입니다.
양쪽 손에 포수 글러브를 끼고 살 수는 없습니다. 받기만 하는 삶은 결국 고립을 낳습니다. 우리는 받은 것을 다시 던져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랑도, 용서도, 친절도 그렇습니다. 나눌 때 비로소 순환이 일어나고, 그 흐름 속에서 삶은 풍성해집니다. 신앙은 붙잡는 기술이 아니라, 내어주는 훈련입니다.
열린 마음으로 내린 결정은 대개 옳은 방향으로 우리를 데려갑니다. 닫힌 마음은 두려움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열린 마음은 신뢰에서 자랍니다. 모든 답을 알고 있어서가 아니라, 인도하심을 믿기에 우리는 열 수 있습니다. 신앙은 확신보다 신뢰에 가깝습니다.
고통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고통이 ‘나’가 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아픔을 경험하되, 그 아픔 속에 머물러 자신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이것은 부인이나 회피가 아니라, 고통보다 더 큰 의미를 붙드는 태도입니다. 우리는 상처 입은 사람일 수는 있지만, 상처 그 자체일 필요는 없습니다.
하루에 한 번,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일, 따뜻한 포옹, 말없이 등을 두드려 주는 손길, 사람은 그렇게 살아납니다. 위대한 말보다, 이런 작고 진실한 접촉이 한 사람의 하루를 바꿉니다. 신앙은 하늘을 향한 고백이면서 동시에, 이웃을 향한 손길입니다.
우리는 많이 배웠지만, 여전히 배울 것이 많다는 사실 또한 배웁니다. 이 겸손이 우리를 성장하게 합니다. 배움이 멈추는 순간, 삶도 굳어집니다. 신앙은 완성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빚어지는 존재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결국 남는 것은 ‘느낌’입니다. 사람들은 우리가 무슨 말을 했는지, 무엇을 했는지는 잊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들과 함께 있을 때 느꼈던 감정은 오래 남습니다. 존중받았는지, 안전했는지, 사랑받았는지, 우리의 삶은 결국 다른 이의 마음에 남긴 흔적으로 기억됩니다. 이것이야말로 삶의 가장 깊은 열매입니다.
이 고백은 “나는 배웠다”로 시작하지만, 사실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나는 지금도 배우며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배움의 자리 한가운데에는 언제나 사람, 관계, 그리고 사랑이 있습니다.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하지 않은 죄에 대하여 (0) | 2025.12.16 |
|---|---|
| 인생의 흉터들 (0) | 2025.12.15 |
| 산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0) | 2025.12.14 |
| 왜 우리는 인정받고 싶어질까 - 인정에 집착하는 마음 (0) | 2025.12.14 |
| 흐르는 강물처럼 (0) | 2025.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