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그를 힘입어 살며 기동하며 존재하느니라”(행 17:28)
산다는 것은 거창한 선언이 아닙니다. 지금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 목이 마르다는 것을 느끼고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눈부시다는 것을 아는 것, 문득 마음속에서 어떤 오래된 곡조가 흘러나오는 것, 재채기 하나에도 몸이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누군가의 손을 잡고 그 손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성경은 생명을 “호흡”으로 설명합니다. 하나님께서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그 코에 생기를 불어넣으셨을 때 사람은 비로소 생령이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살아 있다는 것은 단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계속해서 생명을 공급받고 있다는 고백입니다.
산다는 것은 감각의 세계에 머무는 일입니다. 짧은 치마처럼 계절을 느끼고, 둥근 천장에 별들의 운행을 비추어 보듯 눈에 보이지 않는 질서를 어렴풋이 깨닫는 일입니다. 요한 스트라우스의 선율에서 조화와 기쁨을 배우고, 피카소의 그림 앞에서 인간 내면의 파편과 진실을 마주하며, 에베레스트 웅장함 앞에서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는 일입니다.
이 모든 아름다움은 우연이 아니라 창조의 흔적입니다. 하나님은 선하신 분이시며, 그분의 손길은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 속에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산다는 것은 아름다움을 즐기는 데서 멈추지 않습니다. 감춰진 악을 분별하고, 익숙해 보이는 거짓을 조심스럽게 거부하는 일 또한 살아 있음의 중요한 표지입니다. 빛이 있기에 어둠을 알아보고, 진리가 있기에 거짓을 경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산다는 것은 감정을 허락받았다는 뜻입니다. 울 수 있고, 웃을 수 있고, 화낼 수 있고, 다시 용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하나님 앞에 그대로 드릴 수 있다는 것이 자유입니다. 믿음은 감정을 제거하는 훈련이 아니라 감정을 진실하게 하나님께 가져가는 용기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개가 짖고, 지구는 말없이 회전하고 있으며, 한쪽에서는 신생아의 울음소리가 커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군인이 부상을 입습니다. 그네는 흔들리고,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흐릅니다. 이 모든 것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너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산다는 것은 이 순간이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입니다. 영원하지 않기에 소중하고, 다시 오지 않기에 깨어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오늘”을 강조하신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구원은 미래의 약속이지만, 믿음은 언제나 지금의 선택입니다.
새는 날갯짓하며 살아 있고, 바다는 소리치며 살아 있고, 달팽이는 느리게 기어가며 살아 있습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창조의 뜻을 따라 존재합니다. 그리고 사람은 사랑함으로 살아 있습니다.
사랑은 선택이고, 사랑은 머무름이며, 사랑은 손을 내미는 일입니다. 당신 손의 온기, 그 미세한 떨림 속에 생명이 있습니다. 그 온기는 단순한 체온이 아니라 “서로 사랑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이 이 땅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산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은 이미 은혜 안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진실로 주의 원천이 생명이라 주의 빛 안에서 우리가 빛을 보리이다”(시편 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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