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흔히 죄를 “무엇을 잘못했는가”로만 생각합니다. 그래서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눈에 띄는 실수나 과오를 피하려 애씁니다. 하지만 하루가 저물 무렵, 모든 소음이 가라앉고 마음이 조용해질 때면 이상하게도 우리를 가장 아프게 하는 것은 대개 하지 않은 일들입니다.
그날 해야 했지만 하지 못한 말, 전하고 싶었으나 삼킨 위로, 써 두고도 끝내 보내지 않은 편지, 마음에 떠올랐지만 “나중에”라며 미뤄 둔 작은 친절. 그 모든 것들이 밤이 되면 조용히 환영처럼 따라다닙니다.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살릴 수도 있었던 한마디였고, 어떤 이에게는 그날을 버티게 할 힘이 되었을 말들이었습니다.
형제의 길 위에 놓인 작은 돌 하나를 우리는 치워 줄 수 있었습니다. 크게 애쓰지 않아도 되었고, 많은 시간을 요구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늘 바빴습니다.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느라, 자신의 상처를 돌보느라, 자신의 불안과 걱정을 껴안고 살아가느라 타인의 아픔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지나친 작은 무관심이 누군가에게는 넘기 힘든 장애물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 않은 죄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변명하기도 쉽습니다. “몰랐다”, “시간이 없었다”, “내가 할 몫은 아니었다.” 모두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마음은 알고 있습니다. 사실은 알고 있었고, 할 수 있었고, 조금만 더 마음을 내면 되었음을 말입니다. 그래서 해 질 무렵,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에 우리의 마음은 묘하게 무거워집니다.
인생은 생각보다 짧고, 사람의 슬픔은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큽니다. 누군가의 상처는 오래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우리의 연민이 너무 느릴 때, 그 틈 사이로 관계는 멀어지고 마음은 닫힙니다. 친절은 미루기에 너무 섬세한 일이고, 사랑은 나중으로 넘기기에는 너무 시급한 언어입니다.
이 글은 우리를 정죄하기 위해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깨어 있게 하려는 부름입니다. 아직 늦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초대입니다. 오늘 전하지 못한 말이 있다면, 내일이 아니라 지금 건네라는 권면입니다. 마음에 떠오른 작은 선함을 “언젠가”로 밀어두지 말고, 가능한 지금 행하라는 조용한 촉구인 것입니다.
당신이 하는 일이 문제가 아닐 때가 많습니다. 진짜 문제는, 당신이 하지 않고 남겨 두는 일입니다. 사랑할 수 있었는데 사랑하지 않은 것, 손을 내밀 수 있었는데 외면한 것, 말 한마디로 살릴 수 있었는데 침묵한 것들이 해 질 무렵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그러므로 오늘 하루를 마치며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나는 오늘 무엇을 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가능하다면, 아직 남아 있는 시간 속에서 그 질문에 하나라도 답으로 살아내기를 바랍니다. 작은 말 한마디, 짧은 안부, 서툰 위로라도 괜찮습니다. 그 사소한 행동 하나가 누군가의 밤을 덜 어둡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 않은 죄는 사랑의 부재에서 시작됩니다. 그러나 행해지는 사랑은 언제나, 지금 이 순간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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