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누군가의 손에 맡겨집니다. 스스로를 지킬 수 없을 때, 가장 먼저 우리를 만지는 것은 말이 아니라 손입니다. 차가운 청진기보다 먼저 이마에 얹히는 손, 숫자보다 먼저 맥박을 느끼는 손입니다.
그 손은 우리를 평가하지 않습니다. 잘 살았는지, 준비되었는지 묻지 않습니다. 그저 지금의 상태를 받아들입니다. 뜨거운지, 약한지, 떨리는지, 숨이 가쁜지, 손은 말없이 그것을 압니다.
당신의 이마의 열을 재고, 맥박을 세고, 침상을 만들어 주는 손, 이 손들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영웅처럼 빛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이 손들은 쉼 없이 움직입니다. 당신의 등을 두드리고, 피부 반응을 살피고, 팔을 붙잡아 줍니다.
삶의 가장 연약한 순간에 우리는 누군가의 손에 몸을 맡깁니다. 쓰레기통을 밀고 가는 손, 전구를 갈아 끼우는 손, 수액량을 고정시키는 손, 이 모든 일은 너무 일상적이어서 사실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사소해 보이는 손길들이 없다면 우리의 하루는 단 한 시간도 유지되지 못합니다.
유리 물병에 물을 부어 주고, 몸을 뒤집어 주고, 욕조에 물을 채우고, 바닥을 닦는 손, 이 손들은 우리 삶의 ‘뒤편’을 담당합니다.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자리, 냄새와 무게와 불편함이 있는 자리에서 묵묵히 움직입니다.
상처를 누그러뜨리고 따끔한 주사를 놓고 날카로운 기구를 정리하는 손, 아픔을 완전히 없애 주지는 못하지만 조금 덜 아프게, 조금 덜 두렵게 만들어 주는 손, 우리는 종종 기적을 말하지만 사실 많은 날들에서 기적은 이런 손의 반복 속에 있습니다. 오늘도 누군가가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 오늘도 누군가가 내 몸을 돌보았다는 사실입니다.
소변줄을 바로잡고, 침상 변기를 비우고, 관을 소독하고, 산소통을 옮기는 손, 존엄이 가장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순간에 이 손들은 우리를 부끄럽게 만들지 않습니다. 아무 일 아니라는 듯, 당연하다는 듯, 사람을 사람으로 대합니다.
그리고 수술실에서 압박집게로 동맥을 움켜쥐는 손, 깁스를 만들고 약의 용량을 기록하는 손, 이 손들은 생명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떨림 없이 책임을 감당합니다. 한 번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음을 알면서도 그 무게를 견딥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우리를 만지는 손도 이 손들입니다. 삶의 시작과 끝, 의식이 희미해질 때, 말이 사라질 때에도 손은 남아 있습니다. 그 손은 말합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여기까지 잘 오셨습니다.” 어쩌면 하나님이 이 땅에서 가장 자주 사용하시는 도구는 기적적인 음성보다 이런 손들인지도 모릅니다.
기도처럼 얹히는 손, 사랑처럼 반복되는 손, 이름 없이 일하는 손, 오늘 우리가 숨 쉬고 있는 것은 이 손들 덕분입니다. 그리고 우리 역시, 누군가의 삶에 이런 손이 될 수 있기를 조용히, 그러나 끝까지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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