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여름, 따가운 햇살이 머리 위를 무겁게 짓누르는 오후. 거리는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열기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사람들의 표정도 지쳐 보입니다. 그렇게 태양이 맹렬히 빛나는 어느 날, 나는 가까운 우체국까지 약 1km 남짓을 걸어가야 했습니다. 평소엔 거리도 짧고 운동도 될 겸 즐겁게 걷는 길이었지만, 그날만큼은 그 거리가 너무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화덕 앞에 앉아 있는 듯한 뜨거운 공기, 온몸에서 흘러내리는 땀, 숨이 턱턱 막히는 열기 속에 나는 몇 번이나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그늘을 찾아 들어가 식히고, 다시 걷고, 또 멈추는 것을 반복했습니다. 무덥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모든 것이 지치고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새 하늘에서 쏟아지는 소나기는 쏴아아 하고,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는 마치 하늘에서 쏟아지는 폭포수 같았습니다.
나는 길가의 건물 처마 밑으로 몸을 피했습니다. 그리고 소나기를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차갑고 맑은 빗줄기가 대지를 적시고, 빗소리는 귀를 간질이며 시원하게 울려 퍼졌습니다. 그 순간, 몸속에 있던 무거운 열기와 피로가 씻겨 내려가는 듯했습니다. 마치 소나기가 내 몸과 마음에 고요한 위로를 건네는 듯했습니다. 그저 잠시 내린 비였지만, 그 비는 내게 너무도 고마운 선물이었습니다.
소나기가 멈추고 다시 길을 걸었을 때, 세상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풀잎은 생기를 되찾았고, 나무들은 잎을 활짝 펴 기지개를 켠 듯했습니다. 사람들의 표정도 한결 부드러워지고, 길가에 피어 있던 꽃들조차 더 선명한 색으로 웃는 듯 보였습니다. 그 짧은 소나기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살리고 위로했는지 나는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소나기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살다 보면 우리 주변에는 더위에 지친 사람들처럼, 인생의 무더위를 견디느라 힘겨워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기대할 곳도, 쉴 그늘도 없는 채 혼자 걸어가는 누군가가 있습니다. 그들에게 잠시라도 쉼이 되고, 숨 쉴 틈을 주는 시원한 ‘소나기’ 같은 존재가 된다면, 내 삶도 그만큼 복된 삶이 되지 않을까요?
어쩌면 우리가 누군가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거창한 말이나 위대한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저 한마디의 따뜻한 말, 짧은 시간 내어주는 관심, 진심 어린 격려, 고단한 하루 속의 작은 친절이면 충분할 것입니다. 그것이 마치 한여름날 내리는 시원한 소나기처럼, 그 사람의 마음에 생기와 평안을 줄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큰일을 한 것입니다.
사람의 인생은 누구도 예외 없이 무더위의 시간을 지나갑니다. 어떤 이는 외로움의 열기에, 또 어떤 이는 상실과 아픔의 햇볕에 타들어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무더위 속에 누군가 작은 그늘이 되어주고, 갑작스럽게 찾아온 소나기처럼 시원한 위로를 안겨준다면, 그 인생은 다시 걸어갈 힘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삶을 살아내는 사람, 즉 누군가의 생애에 도움이 되는 사람, 마음을 적시는 사람, 그런 사람은 결국 자신도 충만한 기쁨과 위로를 얻게 됩니다. 주는 자가 받는 자보다 복이 있다는 말씀처럼, 위로하는 자가 먼저 위로받고, 사랑하는 자가 먼저 사랑을 경험하는 법입니다.
누군가에게 조용히 내려주는 소나기 한 줄기처럼 살 수 있다면, 그 하루는 헛되지 않은 하루일 것입니다. 내 삶이, 나의 말과 표정, 나의 선택과 행동이 누군가의 얼굴을 환하게 하고, 다시 일어설 용기를 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복된 인생이 있을까?
무더운 여름날의 소나기처럼, 우리도 누군가에게 위로의 비가 되어줍시다. 그리고 그렇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날마다 부어주시는 은혜의 소나기를 흘려보냅시다. 그 은혜로 세상은 다시 살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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