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하게 하리니 너는 복이 될지라.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하리니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라 하신지라. 이에 아브람이 여호와의 말씀을 따라갔고 롯도 그와 함께 갔으며 아브람이 하란을 떠날 때에 칠십오 세였더라."(창세기 12:1~4)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부르셨습니다. 그리고 부르시자마자 가장 먼저 명하신 것이 있었습니다. “너는 네 본토와 친척과 아비 집을 떠나라.”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의 여정은 이 한 문장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명령은 오늘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울리고 있습니다. 믿음은 언제나 “떠남”으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본토를 떠난다는 것은 물질주의의 힘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아브라함에게 본토는 단순한 ‘고향 땅’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부의 근거, 세대를 이어 내려온 생존의 기반, 그리고 그가 붙잡고 살던 삶의 방식 전체였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 땅을 버리라고 하십니다. 왜일까요? 하나님은 그를 더 부요하게 하려 하셨기 때문이 아니라, 그 땅이 아브라함을 붙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역시 그렇습니다. 세상 방식, 세상 힘, 세상 재산, 세상적 성공이 우리의 본토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붙잡아야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것을 떠나라고 하십니다. 왜냐하면, 썩은 사과를 버리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더 좋은 사과를 손에 쥐어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믿음의 눈이 열려 하나님의 나라의 실체를 보기 시작하면, 우리는 자연스레 이 세상의 힘을 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브라함은 장막을 치고 떠돌았습니다. 그는 텐트 하나를 들고 사는 나그네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하나님이 설계하시고 준비하신 한 도시를 향해 가는 순례자였습니다. 믿음은 그렇게 우리를 이 땅의 안정감에서 떼어내고, 눈에 보이지 않는 영원으로 이끌어갑니다.
친척과 아비 집을 떠난다는 것은 인간적 의지에서 하나님 의지로 바뀌는 것입니다. 고대 사회에서 가족은 마지막 보루였습니다. 전쟁과 위협이 난무하는 시대에, 가족은 곧 안전망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안전망마저 내려놓으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은 잔인함이 아니라 사랑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네가 의지할 아버지는 이제 내가 될 것이다.” “네가 믿고 따라야 할 보호자는 이제 내가 될 것이다.”
오늘 우리도 동일한 부르심을 듣습니다. 가족을 버리라는 말이 아니라, 가족보다 더 깊이 하나님을 신뢰하라는 말입니다. 하나님의 나라와 영생의 가치는 때로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의견보다 더 앞서야 한다는 말입니다. 제자들은 그물을 버리고 주님을 따랐습니다. 야고보와 요한은 아버지를 배에 남겨두고 주님의 부르심을 따라 일어났습니다. 성경이 굳이 그 장면을 기록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주님의 부르심 앞에서 인간적 의지보다 하나님을 더 신뢰하는 삶이 바로 믿음의 여정이기 때문입니다.
떠나야 비로소 길이 보입니다. 아브라함은 떠나기 전까지 약속의 땅을 알지 못했습니다. 길은 떠날 때 열렸습니다. 믿음은 언제나 “떠나야 보이는 것”입니다. 세상의 염려와 재물의 유혹, 사람의 기대와 가족의 압력, 자기 의지와 자기 경험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은 하나님을 따라가는 길에서 앞을 보지 못합니다.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내 제자가 되고자 하거든, 모든 소유를 버려라.” 소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소유를 의지하는 마음이 문제입니다. 하나님이 아닌 다른 것에 기대어 사는 마음을 내려놓으라는 부르심입니다. 데마는 세상을 사랑하여 바울을 떠났지만, 아브라함은 하나님을 사랑하여 세상을 떠났습니다. 누구를 닮을지는 우리의 선택입니다.
믿음의 여정은 ‘떠남’에서 시작해 ‘도착’으로 끝납니다. 성도의 여정은 단순한 이주가 아닙니다. 이 땅의 땅을 떠나 새 하늘과 새 땅을 꿈꾸는 인생입니다. 세상의 힘을 떠나 하늘의 능력을 따르는 걸음입니다. 인간적 안전을 떠나 하나님의 손길을 붙드는 믿음입니다. 아브라함의 부르심은 결국 우리 모두의 부르심입니다. “본토를 떠나라. 친척을 떠나라. 아비 집을 떠나라.” “내가 보여 줄 그 땅을 향해 가거라.” 이 부르심에 순종한 사람만이 하늘 나라의 영광을 보게 됩니다. 떠난 자리에는 언제나 하나님이 예비하신 길이 열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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