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케 하리니 너는 복의 근원이 될지라.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하리니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니라.”(창세기 12:1~3)
창세기 1~11장은 인류의 타락과 심판의 역사, 즉 ‘원역사’입니다. 이제 12장부터는 하나님께서 구속사를 직접 전개하시는 장면이 열립니다. 그 첫 인물이 바로 아브라함입니다. 그의 부르심은 단지 한 사람의 인생의 시작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 전체의 구원의 시작이었습니다.
"너는 네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창 12:1) 이 말씀은 단순한 지리적 이동 명령이 아니라, 옛 세상과의 단절, 곧 죄의 세계(바벨론)로부터의 부르심입니다. 아브라함의 떠남은 성도의 회심을 상징합니다. ‘본토’는 인간의 근본, ‘친척’은 세속적 유대, ‘아비 집’은 옛 자아의 근원입니다. 하나님은 거기서부터 성도를 불러내십니다.
아브라함은 단지 믿음의 개인이 아니라, 모든 믿는 자의 대표입니다. “그러므로 믿음으로 사는 사람은 믿음을 가진 아브라함과 함께 복을 받습니다.”(갈 3:9)
성경은 아브라함을 ‘믿음의 조상’이라 부르지만, 그의 믿음은 그 자신이 만들어낸 믿음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선물의 믿음이었습니다. 그는 그 믿음을 따라 순종함으로, ‘객관적 믿음’을 ‘주관적 순종’으로 드러낸 사람입니다. 그가 걸어간 길은 곧 우리의 믿음의 여정을 예표합니다.
신약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의 세계라.”(마 1:1) 복음은 아브라함에게 주신 약속에서 시작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됩니다. 따라서 아브라함의 부르심은 복음의 서막이며, 그의 삶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의 예표입니다. 아브라함 → 이삭 → 야곱 → 다윗 → 예수 그리스도 → 교회 이 계보는 한 줄기의 생명선입니다. 아브라함의 “너는 복의 근원이 될지라”(창 12:2)는 말씀은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된 “복음의 근원”을 가리킵니다.
아브라함이 지나간 세 지명인 세겜, 벧엘, 헤브론은 그의 인생의 신앙 단계를 보여주는 영적 상징입니다. 세겜(순종의 자리)은 하나님께서 처음으로 “이 땅을 네 자손에게 주리라”고 약속하신 곳입니다. 성도의 ‘부르심의 확증’이 이루어지는 자리입니다.
벧엘(예배의 자리)은 “주의 이름을 부르며 제단을 쌓았다.” 성도의 중심이 ‘자기’에서 ‘하나님’으로 옮겨지는 자리입니다. 헤브론(연합의 자리)은 그의 생애를 마감한 곳입니다. ‘마므레의 상수리 수풀’, 곧 교제와 연합의 장소입니다. 성도의 마지막은 하나님과의 완전한 연합입니다. 이 지명들은 이후 야곱과 이스라엘의 여정, 그리고 여호수아 시대의 정복사에서도 그대로 반복됩니다. 이는 곧 하나님의 백성 전체의 여정이 아브라함 속에 이미 내재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하리니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니라.”(창 12:3)
이 말씀은 아브라함의 개인적 축복이 아니라 복음의 주권적 선언입니다. 즉, 아브라함이 전한 ‘복음’에 동의하는 자는 복을 얻고, 거부하는 자는 심판을 받습니다. 이 권세는 신약의 교회에 동일하게 주어집니다. “네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마 16:19) 하나님의 복은 혈통이 아니라 믿음으로 이어지며, 그 복의 통로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입니다. 그 복음이 바로 아브라함의 복이며,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복의 근원된 부르심”입니다.
하나님은 ‘떠남’을 통해 ‘믿음의 시작’을 여십니다. 오늘 나에게 떠나야 할 우르(본토) 는 무엇입니까? 아브라함의 믿음은 완전한 믿음이 아니라 순종으로 자라가는 믿음이었습니다. 나의 신앙도 실패 속에서 다듬어지고 있음을 기억합시다. 세겜(순종) → 벧엘(예배) → 헤브론(연합)으로 이어지는 길은
성도의 평생 여정입니다. ‘믿음의 길’은 ‘예배의 길’이며, 결국 ‘하나님과의 연합의 길’입니다.
아브라함의 믿음의 출발은 하나님의 말씀 하나였습니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믿고 떠난 그의 걸음은 오늘 우리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로 완성된 믿음의 길로 이어집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믿는다는 것은 단순히 ‘아브라함처럼 사는 것’이 아니라, 아브라함 안에서 이미 시작된 그 믿음의 여정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그런즉 믿음으로 사는 사람은 믿음을 가진 아브라함과 함께 복을 받느니라.” (갈 3:9)
'창세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아브라함의 땅, 그리고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는 삶 (0) | 2025.11.17 |
|---|---|
| 바벨의 심판과 족보에 나타난 하나님의 은혜 (0) | 2025.11.03 |
| 누구의 이름을 위해 사는가 (1) | 2025.10.27 |
| 아담에서 바벨까지, 그리고 아브라함으로 (0) | 2025.10.20 |
| 소수에서 다수로 전파되어 완성되는 하나님 나라의 원리 (0) | 2025.1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