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님의 뜻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 예수의 사도 된 바울은 에베소에 있는 성도들과 그리스도 예수 안의 신실한 자들에게 편지하노니. 하나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로 좇아 은혜와 평강이 너희에게 있을지어다."(에베소서 1장 1~2)
에베소서 1장 1–2절에서 바울은 편지의 수신자를 두 가지로 설명합니다. 바로 “성도들” 그리고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신실한 자들”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어떤 존재로 부르시는지를 보겠습니다.
많은 이들이 ‘거룩’을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순결함 정도로 이해합니다. 물론 포함되는 개념이지만, 그것은 성경적 거룩의 극히 좁은 일부일 뿐입니다. 성경이 말하는 거룩은 원래 하나님께 속한 것, 하나님의 신성, 위대함, 광휘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따라서 본래 죄인에게 자연스럽게 붙을 수 있는 단어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거룩’이라는 말은 단순히 착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하나님께 속하도록 구별된 존재를 뜻합니다. 성전에서 쓰는 기구를 성구라 부르는 이유도 시내 산을 성산이라 부르는 이유도 그것들이 착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을 위해 따로 구별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성도’란 어떤 사람입니까? 바로 세상에서 하나님께로 옮겨져,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구별된 백성입니다. 하늘의 것으로 다시 빚어져 가는 사람들, 하나님의 소유가 된 사람들입니다.
문제는 이것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흙으로 빚어진 인간 같고, 때론 세상과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살아가는데, 어찌 하나님께서 우리를 ‘거룩한 무리’라 부르실 수 있을까요?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그리스도의 피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안고 죽으셨습니다. 또한 우리를 품고 율법 아래서 완전한 삶을 사셨습니다. 태어난 지 8일 만에 할례를 받으시고, 40일 만에 정결 예식을 치르시며, 율법을 단 한 점도 흘리지 않고 이루셨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순종을 우리의 것으로 전가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의롭게 되었고, 하나님의 앞에서 거룩한 백성, 성도라 불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그의 피로 말미암아 죄 사함을 받았으니”(엡 1:7) 성도란, 죄 사함을 받은 자, 새 마음을 얻은 자, 성령이 내주하여 새 길로 이끄시는 자를 말합니다. “굳은 마음을 제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줄 것이며”(겔 36:26) 그래서 성도는 세상처럼 살 수 없습니다. 욕망과 경쟁을 좇아 사는 인생이 아니라, 하늘을 바라보며 사는 구별된 인생입니다.
오늘날 한국 교회에서는 오히려 ‘성도’라는 말이 낮은 호칭처럼 들립니다. 세례받은 지 얼마 안 된 사람에게 “○○ 성도님” 하고 부르면 마음이 상하고, 반대로 “집사님”, “권사님”이라 불리면 더 체면이 서는 줄 압니다. 그러나 성경을 알면 알수록, 가장 영광스러운 이름은 ‘성도’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주신 약속의 성취, 출애굽기에서 약속하신 “거룩한 백성”, 베드로전서에서 말씀하는 “왕 같은 제사장”, 그리고 새 언약 아래서 완성된 성도의 정체성. 이 모든 것이 ‘성도’라는 한 단어 안에 담겨 있습니다.
구약에서 이스라엘은 많은 민족 중 하나였지만,ㅊ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순간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하나님께서 직접 그들에게 말씀을 주셨고 하나님께서 직접 그들을 인도하셨고 하나님께서 직접 그들의 삶을 주관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세상 같아 보이나, 결코 세상과 같지 않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성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세상 속에 살지만, 세상 가치와 정신에 끌려다니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손에 붙들린 사람들입니다. 성도가 성도답게 존재할 때 세상은 영향을 받습니다. 그때 세상은 우리를 통해 하나님을 보게 되고, 자신들의 짐과 고통을 들고 찾아오게 됩니다. 그것이 전도입니다. 전도는 우리의 기술이 아니라 하나님의 빛이 비칠 때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에베소는 우상과 마술과 요술의 도시였습니다. 그러나 그곳에 단 몇 명의 성도가 생기자, 그 도시 전체가 흔들렸습니다. 마침내 그곳은 요한의 사역지까지 되었습니다. 성도의 존재가 가진 힘이 무엇입니까? 구별됨의 힘입니다. 하나님의 영광이 그의 삶을 통해 세상에 드러나는 힘입니다.
세상은 우리를 향해 묻습니다. “너희는 도대체 왜 우리랑 다른가?” “무엇이 너희를 그렇게 흔들리지 않게 하는가?” 그 물음이 사라졌다는 것은, 성도들이 더 이상 구별되지 않은 채 살고 있다는 뜻입니다.
성도란 하나님이 우리에게 붙여주신 이름입니다. 그 이름은 우리의 능력이나 수준으로 얻어낸 칭호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사신 은혜의 이름입니다. 그러므로 오늘도 우리는 그 이름에 합당하게 살기를 소망합니다. 세상에 영향 받는 자가 아니라, 세상에 영향 주는 자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거룩한 백성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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