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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 속으로

숨은 자를 부르시는 하나님

by HappyPeople IN JESUS 2025. 6. 20.

창세기 3장 8절은 인간 타락의 본질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그들이 그 날 바람이 불 때 동산에 거니시는 여호와 하나님의 소리를 듣고, 아담과 그의 아내가 여호와 하나님의 낯을 피하여 동산 나무 사이에 숨은지라.”

그리고 이어지는 하나님의 음성,
“아담아, 네가 어디 있느냐?” 이 말씀은 전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슬픈 외침입니다. 범죄한 인간은 하나님의 ‘’을 피합니다. 여기서 ‘’(히브리어 ‘파님’)은 단순히 얼굴이라는 의미를 넘어 ‘임재’와 ‘’, ‘존재의 중심’을 뜻합니다. 죄는 하나님의 빛을 싫어하게 만들며, 인간은 스스로 그 빛을 떠나 어둠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불쾌한 자아의 실체를 마주하게 됩니다.

아담은 벗었음을 깨닫고 두려워 숨습니다. 죄는 수치를 낳고, 수치는 두려움을 낳습니다. 하지만 아담은 회개하거나 사과하지 않습니다.
“하나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한마디가 그렇게 어려웠을까요? 아닙니다. 죄는 인간이 스스로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이것이 전적 타락의 증거입니다. 은혜가 떠난 인간은 절대로 스스로 하나님 편에 설 수 없습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압니다. 하나님은 죄인을 먼저 찾아오시는 분입니다. 숨은 자를 부르시며,
“네가 어디 있느냐?” 물으시는 분입니다. 그 물음은 책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회복의 문을 여는 은혜의 첫 부르심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습니까? 교육, 문화, 종교, 노력, 도덕성… 모든 것이 결국은 내가 더 나아지고 싶다는 자기 만족을 위한 몸부림입니다. 그리고 그 밑바닥엔 “
나는 이겨야 해. 지면 안 돼.”라는 아담의 오래된 야망이 숨어 있습니다. 이것은 창세기 3장의 범죄 이후, 인간이 결코 버리지 못한 깊은 불쾌감과 불만족의 뿌리입니다.

이 불쾌감은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덮거나 미화한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문명의 발전은 불쾌를 감추기 위한 무화과 잎에 불과합니다. 달력 속 눈 덮인 집, 포스터 속 초록 초장과 하얀 양은 실제가 아니라 미화된 이미지입니다. 기독교가 만일 이 이미지 속 평안과 위로만을 약속한다면, 그것은 복음이 아닙니다.

하나님 없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님을, 살아도 죽은 흙에 불과함을 인정하는 데서 복음은 시작됩니다. 창조는 흙 위에 하나님의 생기를 불어넣음으로 시작되었고, 구원은 그 생기가 떠난 자기 실체를 깨닫고 다시 하나님의 생명 앞에 엎드리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후서 4장에서 말합니다.
“우리가 항상 예수의 죽음을 몸에 짊어짐은, 예수의 생명이 또한 우리 몸에 나타나게 하려 함이라.” 죽음과 생명은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방식 속에선 생명이 죽음을 뚫고 나타납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유쾌하지 않습니다. 불쾌합니다. 쓰디씁니다. 사도 바울조차 자신을 찌꺼기(찌끼)라 불렀습니다. 감옥 안에서 자신의 무능함을 바라보며, 오히려 그 무능함 속에서 하나님의 능력만이 드러남을 깨닫습니다.

오늘날 많은 교회는 성공을 말합니다. 기도해서 병이 낫고, 기도해서 자식이 좋은 대학을 가고, 기도해서 부자가 되고 그러나 하나님은 그런 계산기를 들고 계시지 않습니다. 거짓말로 쓴 에세이로 대학에 들어가는 것보다, 정직하게 떨어지는 것이 하나님의 교육입니다. 기독교는 치장된 인간을 만드는 종교가 아닙니다.

기독교는 예수의 죽음을 짊어지고 사망의 증상 속을 걷는 자들, 그 속에서도 생명이 역사하심을 믿는 자들의 길입니다. 십자가라는 프리즘을 통해 비춰진 하나님의 나라, 그것은 이 땅의 성공이나 치유나 쾌락이 아니라, 예수의 죽음을 짊어진 자를 통해 생명이 잉태되는 미스터리한 역사입니다.

오늘, 하나님이 묻습니다
“너는 어디 있느냐?” 이 물음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숨어 있습니까? 불쾌함을 감추고 있습니까? 무화과 잎으로 자신을 미화하고 있습니까?

하나님은 여전히 나무 사이를 거니시며, 죄인을 찾고 계십니다. 그분의 낯, 그분의 빛 앞에 다시 서는 것이 복음의 시작입니다. 숨지 말고 나오십시오. 빛은 두렵지만, 그 빛 안에서만 생명이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