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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 속으로

척량의 날, 그리고 은혜의 현장

by HappyPeople IN JESUS 2025. 6. 14.

"모든 사람의 결국이 일반인 그것은  해 아래서 모든 일 중에 악한 것이니, 곧 인생의 마음에 악이 가득하여  평생에 미친 마음을 품다가  후에는 죽은 자에게로 돌아가는 것이라. 모든 산 자 중에 참예한 자가 소망이 있음은 산 개가 죽은 사자보다 나음이니라. 무릇 산 자는 죽을 줄을 알되  죽은 자는 아무것도 모르며 다시는 상도 받지 못하는 것은 그 이름이 잊어버린 바 됨이라."(전 9:3~5)

이 세상을 바라보며 기뻐할 것이 없다는 것은 절망이 아니라, 오히려 깨어있는 성도의 표징입니다. 세상이 주는 쾌락과 명예, 심지어 이 땅의 종교적 성취들까지도 우리의 영혼을 채울 수 없다는 이 실망은, 참된 생명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주는 은혜의 첫 증거입니다. 성도는 세상에서의 위안과 성공을 자양분 삼아 살아가는 자들이 아니라, 이 세상의 헛됨을 뼈저리게 인식할 때 진정한 소망을 품는 자들입니다.

전도서의 말씀은 이 세상 인간들의 실존을 적나라하게 폭로합니다.
“모든 사람의 결국이 일반인 그것은 해 아래서 모든 일 중에 악한 것이니 곧 인생의 마음에 악이 가득하여 평생에 미친 마음을 품다가 후에는 죽은 자에게로 돌아가는 것이라.”(전 9:3)

이 얼마나 처절하고도 진실한 묘사입니까. 인간은 살아가는 동안 ‘
미친 마음’을 품고 악한 삶을 반복하다가 결국 죽은 자의 무덤으로 돌아갑니다. 이 땅에서의 인간의 역사는 정녕 광기의 반복이며, 자아의 확장과 신적 권위의 모방으로 가득 찬 허상일 뿐입니다.

성전, 곧 하나님과의 만남의 처소마저 인간의 손으로 세워질 때, 그것은 하나님을 흉내 내는 자기 숭배의 탑이 되기 십상입니다. 옛 성전의 화려함도, 종교 체계의 정교함도, 하나님의 임재가 없을 때 그것은 파멸의 상징일 뿐입니다. 예수님께서 성전을 가리켜
“돌 위에 돌 하나도 남지 않고 다 무너뜨려질 것”이라 하셨던 말씀은, 인간 중심의 신앙 체계, 인간이 만든 의의 역사를 향한 철저한 심판의 선언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이 역사 속에서도 은혜의 현실을 체휼케 하십니다. 어떻게요? 바로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
육적 자아 죽이기’라는 고통스러운 현장을 허락하심으로써입니다. 세상은 소망이 없고, 내 자아도 소망이 없으며, 이 모든 것을 허무하게 만드시는 하나님의 손길 앞에 완전히 꺾이고 항복할 때, 우리는 비로소 참된 생명의 복음, 참된 생명의 주이신 그리스도를 바라보게 됩니다.

이 땅은 하나님이 자기 백성의 육적 자아를 철저히 깨뜨리시고, ‘
하나님 절대 의존자’로 빚어가시는 작업장이자 전쟁터입니다. 성도에게 일어나는 척량(測量), 즉 하나님의 기준에 의한 분별과 시험은 결코 값싼 은혜가 아닙니다. 이는 곧 십자가에 못 박히는 체험이며, 그리스도 안에서 옛 사람의 죽음과 새 사람의 생명으로 옮겨지는 처절한 성화의 현장입니다.

그런데 이 척량은 성도에게만 일어납니다. 성도는 날마다 자신의 심령이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척량되고 분별되며 다듬어지는 경험을 합니다. 이는 하나님의 진노를 피하게 하려는 사랑의 척량이며, 우리를 정결케 하려는 은혜의 수단입니다. 그러나 마지막 날, 역사 바깥에서 시행될 성전 밖의 척량은 전혀 다른 차원입니다.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심판의 척량이며, 하나님의 은혜가 닫힌 자들에게 임할 영원한 저주의 날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땅에서 매일같이 하나님의 은혜로 인해 ‘
척량당함’을 기뻐해야 합니다. 세상에서는 기쁠 것이 없고, 우리의 자아는 무너져가며, 삶은 고난으로 가득하지만, 바로 그 자리에서 하나님의 생명이 우리 안에 심기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참된 생명은 이 세상의 성공이나 성취가 아니라, 죽음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을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입니다.

“산 개가 죽은 사자보다 낫다”고 전도자는 말합니다. 아직 하나님의 은혜 안에 숨 쉬고 있다면, 아직 척량받을 기회가 있다는 말입니다. 아직 복음이 우리 안에 역사하고 있다면, 여전히 자아가 깨어지고 있다면, 우리는 살아 있는 자입니다.

이 땅은 사망의 골짜기입니다. 그러나 그 사망의 골짜기에서 은혜로 사는 자는, 더 이상 세상의 기쁨을 탐하지 않습니다. 오직 그리스도 안에서 살아가며, 마지막 날의 무시무시한 척량이 아닌, 지금 이 은혜의 척량을 받음으로 참된 생명을 얻은 자답게 살게 됩니다.